뉴스에서나 보던 흉악범이나 폭력배, 연쇄살인범들을 매일같이 눈앞에서 대면해야하는 교도관들의 심경은 어떨까. 1월 5일 첫 방송된 SBS 새 예능 <관계자 외 출입금지>에서는 첫 번째 출입금지 구역인 '서울 남부 구치소'에 들어가 육중한 철문에 봉인돼 있던 교정 공무원들의 진짜 스토리와 애환을 조명했다.
교정 공무원들의 애환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외부인은 다가가거나 들여다볼 수 없는 구치소, 교도소, 공항 보안시설 등 이른바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에 1일 출입증을 받고 입장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봉인 해제하는 색다른 '체험예능'을 표방했다. 김종국과 양세형, 이이경이 3MC를 맡았다.
이날 촬영과 상관없이 교도소 관계자들은 일상적인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고 있었다. MC들은 실제 수감자들이 타는 버스를 통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김종국과 양세형은 평소와 달리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수감자들과 똑같은 엄격한 입소절차를 거친 두 사람은 수감복장으로 환복하고 입실했다. 두 사람은 처음 경험해보는 구치소와 실제 수감자들이 이용하는 그대로의 시스템을 보고 당혹스러우면서도 신기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이이경은 일일 교도관으로 분했다. 식사 배식을 위하여 수감동을 찾아온 이이경과 만난 김종국-양세형은 "철창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는 게 기분이 묘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음식을 배식하던 이이경은 구치소 영양사와의 인터뷰를 전하며 "국민세금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수감자들에게 너무 잘해줘도, 너무 못해줘도 난리라고 한다"며 남모를 고충을 전했다.
구치소 음식으로 처음 식사를 해본 양세형은 "지극히 평범하다. 모든 음식들이 간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맛"이라고 평했다. 이이경은 "우리가 흔히 감옥에서 먹는 밥을 콩밥이라고하지 않나. 실제로는 콩이 더 비싸기 때문에 쌀밥 위주로 먹는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양세형은 평소와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이 밥은 맛있다 맛없다는 느낌보다는, 내 인생에서 구치소에서 먹는 마지막 밥이라는 생각으로 먹는 것"이라며 "촬영이 아닌데 여기서 밥을 먹고 있다는 건 문제를 일으켰다는 의미니까"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국내 교정시설은 교도관 1명당 3-4명의 재소자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리 인원과 수용 시설 모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방밖으로 나온 세 사람은 구치소장이 제공한 일일 출입증과 마스터키를 받아 교정시설 곳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촬영중임에도 교정업무는 계속 진행중인만큼 MC와 제작진들은 최대한 교도관들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도록로 조심스럽게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중 실제 이동중인 수감자들과 예고없이 마주치는 긴장된 순간이 나오기도 했다.
이동중 만난 김환준 교도관은 주로 대한민국의 중범죄자들을 수용하는 경북북부2교도소(청송교도소)에서 근무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세기의 탈옥범인 신창원-아동성범죄자 조두순 등이 모두 청송교도소에서 복역했다. 김 교도관은 2000년대 초반 한 교도관이 재소자에게 폭행당하며 사망했던 충격적인 사건을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 교도관은"교도관을 폭행했던 그 범인은 눈에서 레이저가 나왔다. 항상 교도관을 죽일듯한 시선으로 노려보곤 했다. 교도관이라면 언론에 한번쯤 나온 흉악범은 다 만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라면서 수용자와 매일 같은 공간에서 매일 상대해야 하는 교정공무원들의 어려움을 밝혔다.
MC들은 김환준 교도관의 안내로 수감자들이 외부에서 면회 온 이들을 만날 수 있는 접견실을 방문했다. 접견시간은 모든 수단을 통틀어 10분이며,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직접 구치소를 찾지 않아도 외부에서도 언제든 접견할 수 있는 스마트 접견이 가능해졌다고.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 같은 접견 장면이 현실에서도 있을까. 김 교도관은 "벽을 사이에 두고 뽀뽀하거나 손맞대기, 종교가 있는 사람은 성경을 읽거나, 심지어 자기들끼리 생일파티도 한다. 간혹 여자친구에게 노출을 부탁한다든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교도관들이 제재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빈번한 경우는 역시 가족을 보고 눈물을 펑펑 흘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항상 화장지나 수건을 준비한다고.
김환준 교도관은 수감자들이 구치소 내에서 답답한 시간을 때우기위하여 벌이는 놀라운 이야기들에 대해서 설명했다. 손재주가 좋은 수감자들은 의자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고. 김 교도관은 수감자가 실제로 오로지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화투판을 공개했다. 실제와 거의 똑같은 화투 그림에 출연자들은 모두 경악했다.
양세형은 "실제 화투를 보지 않고 머릿속 기억으로만 그려냈다는 게 더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김 교도관은 "비둘기를 잡아서 키우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혀 폭소를 자아냈다.
감옥에 오래 수감되어 있다보면 간혹 탈옥을 꿈꾸는 사람들은 없었을까. 김 교도관은 "요즘엔 탈옥이 거의 불가능하다. 수감자들이 가장 많이 탈출을 시도하는 곳은 재판정이다. 실형으로 판결이 내려지면 뒤를 향하여 뛰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는 법정경위와 교도관들이 다수 대기하고 있어서 헛된 꿈을 꾸는 거다. 도망가다가 잡히면 가중처벌이 또 붙는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도관은 교정공무원들이 자주 겪는 고충으로 수감자들의 잦은 고소-고발을 꼽았다. 수감자들이 가지고 있으면 안되는 물건을 가져서 수거한다거나, 수감자가 원하는 TV 채널을 안틀어준다거나, 심지어 밥이 맛이 없다는 등, 다양한 이유들을 들먹이며 '인권'을 내세워서 인권위에 진정을 하거나 고소-고발을 하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담당 근무자를 괴롭히고 본인이 원하는 걸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 이는 교도관들의 업무에까지 지장을 줄 정도가 됐다.
김태훈 교도관은 "이런 고소-고발이 굉장히 빈번해서 교도관들이 마음의 여유가 없다"라고 고백했다. 통계에 따르면 전국 교정공무원 1만 7천명중 5년간 고소-고발을 당한 인원인 9413명에 이르며 하지만 실제 기소로 이어진 것은 단 4명이고 99.96%는 무혐의-불기소 처분으로 끝났다. 하지만 김환준 교도관은 그럼에도 "교도관이 제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제 딸이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할 것"이라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교도소 내 긴급상황 전담하는 기동순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