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양파처럼 알맹이 없는 성공담
우선 양파를 떠올려보자. 과육을 벗겨내고 벗겨내면 결국 껍질만 남는다. 알맹이 없음이 양파의 본질이다. 마일스 브론(에드워드 노튼)이 바로 양파 같은 인물의 전형이다.
천재라는 명성과 달리 친구들을 휴가지로 초대하는 퍼즐, 섬에서 탐정놀이로 풀려던 시나리오는 모두 외주 제작이다. '붕괴자들'이라는 자신의 성공철학과 신념을 말할 때조차 틀린 단어를 남발한다. 세계적인 IT기업인 알파는 공동창업자인 앤디(자넬 모네)의 청사진과 추진력으로 시작됐다. 추앙받지만 막상 까보면 아무 것도 없는 이 사람은 급기야 유리로 만든 거대한 양파 모양의 집을 지어놓고 산다.
사회적 이슈를 녹여내는 블랙코미디가 강한 시리즈답게 마일스는 현실의 여러 인물을 강하게 투영한 것처럼 보인다. 워즈니악의 아이디어를 훔친 애플의 스티브 잡스, 법정 끝에 페이스북 공동창업자를 쫓아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끝없는 부의 과시와 기행을 일삼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까지.
세계적인 기업을 이끌고 존경받기도 하지만 실체를 살펴보면 지극히 이기적이고 추악하기도 한 이중적인 모습들이다. 끝까지 까봐야 결국 눈물만 나는 양파처럼 이들의 그럴듯한 성공담은 성공한 이후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망치고 있다.
반면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은 주어진 단서로 범인을 찾는 보드게임 클루(Clue)에 흥미가 없고 무작정 범인을 찾는 온라인 마피아 게임인 어몽 어스(Among Us)에 소질이 없다는 설정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배경, 동기,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실제 사건 현장의 베테랑인 블랑에게 클루나 어몽 어스는 시시한 장난처럼 보일 것이다. 이를 바꿔 생각하면 성공한 원인도 분석이 어렵다는 뜻과 같다. 하나의 성공방정식만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눈물이 나도록 따끔한 일침을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