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주상영관 노릇을 했던 어울마당의 모습.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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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위기론' ①] 전 세계에서 부는 위기론, 영화제는 어디로 가는가?
변화 혹은 위기에 직면한 국내외 영화제들은 자의든 타의든 분명 선택 기로에 서 있다. 예산 편성과 집행 문제로 불거진 국내 여러 영화제들의 잇따른 폐지 사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조직 구성의 변화를 택한 세계 주요 영화제들이 그 방증일 것이다.
지난 기사에서 살핀 직면 과제를 두고 여러 영화제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더불어 우리가 참고할 만한 영화제 모델은 없는지 국내 주요영화제 프로그래머들에게 물었다. 이들이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여러 의견이 돌아왔다.
"영화제 예산 자부담률 높이고, 개성 찾아야"
폐지나 중단 상황에 놓인 국내 여러 영화제들을 두고 영화제 프로그램 전반에 관여하는 프로래머들은 공통적으로 '예산 창구의 다변화'를 말했다. 더불어 영화제들마다 분명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공통 의견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 등을 경험하고 현재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직에 있는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국내 영화제들 예산이 지자체 의존도가 높거나 편중된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 없애겠다고 마음먹으면 대안이 별로 없는 것"이라며 "지방 정부의 지원중단이 곧 영화제 폐지로 연결되는 것이 현실"이라 진단했다.
이어 장 프로그래머는 "연속성과 정체성도 중요하다. 강릉영화제나, 평창영화제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그 토대를 올리는 중에 지자체 결정으로 흔들린 경우"라며 "비교적 이들보다 역사가 오래된 국내 영화제들도 영화제가 자체 수입을 조달할 수 있는 사업을 잘 개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해외 여러 영화제들의 갈등은 그 원인이나 양상이 다양해 보이는데 한국영화제들 경우엔 두 가지 같다.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따라온 경제 위기이고, 다른 하나는 정권 변화에 의한 정치적 압력"이라 분석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문화 사업 특성상 영화제가 그 성과를 (수치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기에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는 것 같다"며 "지금 우리나라가 내세울 수 있는 건 문화와 과학기술인데 이것을 너무 산업적으로만 보지 말고 관에선 충분히 투자하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영화제에서도 더이상 전문가 중심의 주도성보단 관객 및 공동체와 연결성을 생각하며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등을 경험한 김봉석 프로그래머는 "중앙정부, 지자체 예산 비중이 높으면 결국 끌려갈 수밖에 없다. 강소영화제를 추구한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재정 구조와 정체성"이라며 "각 영화제만의 특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주산골영화제 등 국내 대표적인 강소영화제를 맡아온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강릉, 평창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지자체장 의지로 (정준호) 집행위원장을 맡긴 상황을 의미심장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전까진 정관 등을 개정하며 지자체로부터 나름 독립성을 확보해왔는데 팬데믹 이후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지자체 힘이 다시 강해졌다. 해외영화제들은 나름 세대교체 사례도 있는데 한국은 영화제나 사무국 수장들이 통째로 날아가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우려 섞인 진단을 전했다.
이어 그는 "영화제 자체가 올드한 플랫폼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어느 순간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라기 보단 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찾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제는 영화 자체를 방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