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0년의 기다림> 관련 이미지.
영화 <3000년의 기다림> 관련 이미지.㈜엔케이컨텐츠

 
 
올해 5월 열린 칸영화제 비경재 부문에 초청돼 기대를 모은 조지 밀러 감독의 신작이 국내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27일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선공개된 영화 < 3000년의 기다림 >은 배우 틸다 스윈튼이 중심 인물을 맡아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로맨스에 판타지 요소를 섞은 일종의 퓨전 장르의 길을 택했다. 기질적으로 내성적이지만 세상 모든 이야기를 사랑한 나머지 서사학자가 된 알리테아(틸다 스윈튼)가 우연히 유리병 속에 갇힌 정령 지니(이드리스 엘바)를 불러내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A.S. 바이엇의 소설 <나이팅게일 눈 속의 정령>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기본적으로 동서양 모두에게 익숙한 <천일야화>를 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 그리고 고대 오스만 제국  페르시아와 그 주변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설화가 영화 곳곳에 깔려 있다. 이야기를 연구한 학자가 주인공인 만큼 대부분이 어렸을 적 들어봤음 직한 유명 설화 및 신화 속 인물들이 언급되기에 영화 전반에 깔린 정서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흥미로운 지점은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현대를 살아가는 알리테아의 세계와 3000년 전의 세계에서부터 존재한 지니의 세계를 연결 짓는 방식이다. 숱한 가족 영화, 그리고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같은 세기말 판타지 등 장르 범주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온 조지 밀러는 지니라는 한 정령이 3000년간 겪은 사건을 알리테아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영화적 긴장감을 담보한다.

현대판 '천일야화'
  
 영화 <3000년의 기다림> 관련 이미지.
영화 <3000년의 기다림> 관련 이미지.㈜엔케이컨텐츠

  
 영화 <3000년의 기다림> 관련 이미지.
영화 <3000년의 기다림> 관련 이미지.㈜엔케이컨텐츠

 
이를 테면 현대판 '천일야화'라고 할 수 있겠다. 차이가 있다면 극한의 고독감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고 학문의 성과를 이뤄온 알리테아가 지니에게 연정을 품는다는 설정이다. 이야기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수천년 간 이야기를 품고 있는 한 존재에게 사랑을 느끼는 셈인데, 이 전개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꽤 흥미로운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고독과 고독의 만남이다. 현대인이든 과거의 존재든 결코 혼자서 완벽하게 존재할 수 없다는 정언명령이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시대를 거슬러 사랑한 두 존재의 마지막 모습은 어떨까. 사랑하기 때문에 인간이기 때문에 구속하거나 상처주고, 어긋나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온갖 감정 기복이 < 3000년의 기다림 >에 압축돼 있다.
 
감독 이름만으로 화려한 액션이나 속도감 있는 전개를 기대하기 십상이지만 영화는 지니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 외에 모든 장면들이 호텔 방이나 알리테아 집, 주변 공원 풍경으로 채워져 있다. CG나 일부 특수효과를 제외하면 블록버스터 요소는 미미하기에 등장인물의 감정선과 신비로운 영화적 분위기에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
 
지난 8월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해당 작품은 현재 전 세계 수입 기준 97위(12월 27일 현재)로 기대만큼 성적이 좋진 않다. 아무래도 영화 특유의 분위기나 구성상 호불호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옥자>로 매우 친숙한 틸다 스윈튼이기에 또다른 기대를 해볼 수 있겠다.

한줄평: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뚝심을 지키다
평점: ★★★☆(3.5/5)

 
영화 <3000년의 기다림> 관련 정보

원제: THREE THOUSAND YEARS OF LONGING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틸다 스윈튼, 이드리스 엘바
수입: ㈜엔케이컨텐츠
배급: ㈜디스테이션
공동제공: ㈜제이에이와이이 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108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3년 1월 4일
 
 

 

   
3000년의 기다림 틸다 스윈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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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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