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윙> 스틸컷
NBC
에피소드의 중심은 사면으로 크리스마스가 낀 주간을 배경으로 한다. 백악관에선 답답한 정국을 사면을 통해 해소해보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탄다. 제안자는 대통령과 영부인으로, 특히 대통령 바틀렛(마틴 쉰 분)은 근래 들어 대통령의 사면이 너무 적었다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면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편다.
드라마는 그가 사면을 찬성하는 논리를 대사로 잡아낸다. 국정연설을 앞두고 논란의 여지를 줄여야 한다는 비서실장 리오(존 스펜서 분)를 불러다 우드로 윌슨이 1년에 344건의 사면을, 캘빈 쿨리지는 326건, 루스벨트 역시 임기 동안 3687건의 사면을 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바틀렛은 "40년 전까진 대통령이 헌법에 명시된 자신들의 권리를 이용해 가혹한 형벌을 누그러뜨린 건 흔한 일이었다"면서 "최근 대통령들은 1년에 40건, 20건, 7건밖에 안 했다"고 지적한다. "법이 엄정해져서 그렇다"는 리오의 말에 "근거도 기록도 남기지 않는 사면절차는 점점 모호해져만 간다"고 반박한다.
대통령에게 사면은 형사사법제도의 결함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고 사면의 축소와 불투명성은 그 노력을 태만히 한 결과일 뿐이다. 그에게 사면은 정치가 행하는 관용이며, 법률이 가질 수밖에 없는 결함을 보완하는 조치인 것이다.
트럼프가 되살린 '최소의무형량제'
드라마에선 근래 강화된 법안 하나가 주요하게 등장한다. 다름 아닌 최소의무형량제(mandatory minimum sentence)로 미국 사회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된 제도다.
한국 법체계에서도 존재하는 양형기준을 법적으로 강제한 개념으로, 특정한 법조항을 어긴 경우 판사나 배심원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형량을 살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제도가 안착된 뒤 미국에선 재소자가 폭증하고 유색인종 및 가난한 계층의 구속률이 크게 올라가 논란이 됐다. 마약의 종류마다 적용되는 의무형량도 천차만별인데, 개중 유색인종과 가난한 이들이 주로 향유하는 마약의 의무형량이 크게 엄격해진 탓에 이들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논란이 미국 사회를 달구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 제도를 크게 완화하고 끝내 폐지했으나 트럼프 정권에서 다시 복원했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미국 정치사에서 끊이지 않는 논란을 제공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무튼 드라마 속 대통령은 이 제도 아래 판사들의 재량이 침해받고 있으며, 사건의 내밀한 부분들을 살피기보다 검사들이 불필요한 범법자를 양산하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에게 대통령 특별사면이란 입법부가 충분한 고려 없이 범죄의 처단이란 명분 아래 내놓은 제도의 폐해를 얼마간 완화할 분명한 수단인 것이다.
바틀렛의 명령을 받은 조쉬(브래들리 윌포드 분)는 구체적인 검토를 자신의 비서인 다나(자넷 멀로니 분)에게 일임한다. 다나에겐 법무부 추천을 받은 후보자 서른넷 가운데 셋을 추리란 임무가 떨어진다. 다나는 파일을 열고 그들의 내밀한 사정을 읽어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