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사막의 왕]
왓챠
애플TV 플러스의 <세브란스: 단절>이 떠오르는 1화는 어렵게 취직에 성공한 회사에서 겪게 되는 이서(정이서)의 정체불명 업무를 따라가도록 했다. 문팰리스에 입사한 이서는 첫 출근 날 23층 부서를 비상용 계단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엘리베이터에 23층은 허락되지 않았다. 22층에 내려 계단으로 가면 안 되냐는 말에 엘리베이터 속 사람들은 쓰레기 보듯 경멸의 눈빛을 보낸다. 어쩔 수 없이 걸어서 도착했지만 아무것도 없이 5개의 책상만 덩그러니 있었다.
난관은 거듭된다. 자기 자리로 그냥 걸어가면 안 되었다. 구불구불하게 그려진 흰 길을 따라 걸어가야만 한단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일단 규칙에 따르고자 한다. 회사는 궁금한 것은 함구하고, 이해하지 못해도 그런척해야 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책상에 도착한 이서를 기다리고 있는 건 흰 종이와 연필, 지우개다.
사수 동현(양동근)에게 업무를 인계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그라미, 엑스, 세모, 네모 등을 그렸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는 게 종일 해야 할 일이었다. 이 무의미한 일에 8시간을 보내니 무기력해진다. 점심은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책상으로 배달되는 파스타, 샌드위치, 떡 등을 먹기만 하면 된다. 대체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지, 퇴사하고 싶은 욕구만 쌓아간다.
며칠 후, 이서는 무의미한 일에 굳이 의미를 찾으려고 안달했다.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일에 진을 빼고, 웃음거리로 모욕 당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게 '업무'였다. 적성에도 안 맞고 괴로워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월급을 확인하자 생각은 바뀐다. "대체 공이 몇 .. 개야?" 지금까지 무의미했던 회사 생활에 의미를 찾게 된 이서. 회사원을 치료해 줄 단 처방전은 바로 '입금'이라는 끊을 수 없는 마약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비현실적인 현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