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JTBC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2022년을 마무리하는 최고 인기작 자리를 굳히며 성공적인 피날레를 장식했다. 하지만 정작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마지막회에서 원작을 뒤집은 의외의 엔딩과 엉성한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25일 방송된 <재벌집 막내아들> 16회에서는 의문의 사고로 사망한 진도준에서 본래 자신으로 다시 돌아온 윤현우(이상 송중기 1인 2역)가 순양그룹에 복수하고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병원에서 의식을 찾은 윤현우는 그동안 자신의 또다른 자아였던 진도준이 덤프트럭 사고로 사망하고, 모든 것이 원래의 현실로 돌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윤현우를 구해낸 것은 바로 서민영(신현빈) 검사였다. 당연히 서민영은 진도준이었던 시절의 윤현우를 기억해내지 못한다.
 
연인이 아닌 검사와 참고인으로 다시 돌아온 두 사람은 순양그룹 사건을 두고 다시 얽힌다. 서민영은 살해당할 위기를 넘긴 윤현우에게 순양그룹의 비자금 문제를 거론하며 협조할 것을 제안하고, 윤현우는 순양가의 비자금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쓰고 검찰에 긴급체포될 위기에 놓인다. 궁지에 몰린 윤현우는 서민영을 다시 찾아와 순양 마이크로의 자료를 증거물로 제출하고 협조를 약속한다.

진도준-윤현우의 관계가 얽힌 과거의 비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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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영 덕분에 누명을 벗었지만 순양가에 복수를 다짐한 윤현우는 오세현(박혁권) 미라클 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다시 찾아간다. 오세현은 순양가의 경영권 싸움에 회의를 느껴 수목원에 은둔하고 있었다. 오세현과 윤현우는 진도준의 모친 이해인(정혜영)을 설득하여 순양물산 지분을 확보하고, 소액주주연대회의를 움직여 오너일가의 경영권과 의결권을 뺏기 위한 계획을 진행한다. 진성준은 순양가의 불법승계를 둘러싼 혐의로 국회 청문회에 소환당한다.
 
20년 전 순양가와 진도준-윤현우의 관계가 얽힌 과거의 비밀이 밝혀졌다. 진도준을 살해하도록 사주한 사람은 진영기(윤제문)였다. 또한 진영기는 진성준이 진도준을 죽였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너한텐 이 아비가 있다. 널 살인자로 살게 하지 않을 거야. 우선 경영권은 내가 갖는 게 좋겠다. 그래야 세상 사람들은 널 의심하지 않지. 앞으로 아버지 말만 듣는 거다"라며 경영권을 앗아갔다.
 
순양 불법승계 문제로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윤현우는 본인이 순양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고, 배후에 진성준이 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윤현우를 구해준 국정원 요원들이 갑자기 증인으로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서민영과 윤현우는 배후에 순양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했지만, 증인 없이는 살인교사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기에 속수무책이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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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가 증거부족으로 무산될 위기에서, 윤현우는 자신이 진도준 살인사건의 공범이라고 자백하며, 20년 전 김주련과 통화했던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진영기가 직접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목소리까지 담겨있었다. 이로써 순양그룹의 경영 승계는 불발되고 궁지에 몰린 오너 일가는 여론의 질타를 견디지 못하고 모두 물러날 것을 선언한다. 병상에 누워있던 진영기는 의식을 찾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순양은 오너일가 대신 전문 경영인이 맡게 됐다.

복수를 마친 윤현우는 오세현과 투자회사 미라클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윤현우는 의식을 잃은 동안 진도준으로 살았던 시간들이 꿈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이젠 안다. 빙의도 시간여행도 아니다. 그건 참회였다. 진도준에 대한 참회, 그리고 나 윤현우에 대한 참회"라고 독백한다. 진도준과 과거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나 제2의 인생을 되찾은 윤현우의 미소를 끝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다시 태어나서 인생 2회 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를 표방했다. '나를 죽인 가문의 핏줄로 다시 태어난다'는 흥미로운 타임슬립 설정을 바탕으로, 재벌가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KAL기 폭파사건, 서태지 신드롬, 1987년 야권 단일화 실패,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실화들을 조화롭게 녹여내며 방영 내내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재벌가의 하수인 윤현우와 막내아들 진도준이라는 극과 극의 인생을 넘나들며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과 정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끊임없는 반전과 역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6회라는 짧은 회차와 방영기간 중 카타르월드컵이 겹치는 상황에서도 금토일 주 3회 방송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을 밀어붙인 것도 대성공을 거뒀다.

원작과 달랐던 결말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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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의 최종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전국 26.9%, 수도권 30.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타깃 2049 시청률 역시 11.9%로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전 채널 1위 및 2022년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송중기가 연기한 진도준/윤현우보다는 오히려 이성민이 연기한 진양철이었다. 여러 재벌들의 사례를 인용했지만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평가받는 진양철은, 부와 권력에 집착하는 비정한 면모에서부터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과 혈육에 대한 애틋한 사랑까지 선과 악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인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중견배우 이성민은 남다른 아우라와 포스로 화면을 장악하며 생생한 연기로 극의 무게중심을 이끌었다. 실제로 진양철의 퇴장 이후 극의 긴장감이 크게 느슨해졌을 정도였다.
 
하지만 높은 인기와는 별개로, 원작과 전혀 달라진 결말과 개연성은 아쉬움을 남긴다. 온갖 암투와 위기를 딛고 마침내 순양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는 듯했던 진도준이 사망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윤현우가 순양을 응징하는 것으로 과거를 참회하고 속죄한다는 결말은, 얼핏 '도덕적인 면'에서는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공들여 쌓아놓은 캐릭터와 세계관을 한번에 무너뜨린 반전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역시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용두사미 결말로 혹평을 받았던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재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현우가 자신을 버린 순양이라는 거대한 세력에 복수를 결심하여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과정은 고작 마지막 한 회에 몰아치기로 전개됐다. 과거가 아닌 현재에서, 태생이 아닌 자기 자신의 힘으로, 자본과 권력보다도 정의를 선택하게 된 윤현우의 감정 변화가 단순히 궁지 끝에 몰려서 저지른 복수가 아닌, 스스로의 깨우침을 통한 '속죄와 참회'라는 설득력을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또한 15회에 걸쳐 저마다 나름의 개성과 독자적인 서사를 구축해왔던 진성준, 오세현, 모현민, 서민영, 진화영 등 대다수의 주조연 캐릭터들은 갑자기 존재감이 줄어들거나 평면적인 인물로 전락하여 별다른 설명없이 허무하게 퇴장하면서 맥빠진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권선징악적 결말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이야기의 개연성과 매력포인트를 스스로 부정한 꼴이 된 마무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차라리 진도준이 그대로 살아남아 '제2의 진양철'이 된 모습을 보여주며, 또다른 재벌도 타락해가거나 혹은 가진 자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 사이에서 '열린 결말'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재벌집막내아들 진양철 송중기 이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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