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나는 SOLO> '모태솔로' 편의 한 장면
ENA
"11기 시작하기도 전에 홍보하던 12기만 보더라도 얼마나 풋풋할까가 아닌, '모솔'인데 얼마나 빌런들이 많고 웃길까, 시청자들이 기대하잖아요. 개그와 개성은 다르잖아요. 개그 프로그램 아니잖아요."(11기 영수)
ENA,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 나는 SOLO >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11기에 출연한 영수(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모두 가명을 사용한다)는 지난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문제를 꼬집으며 "제 모든 식사 데이트는 통편집 되었다. 캐릭터를 부여해야만 하는 편집 방향 탓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빌런 찾기'와 '캐릭터 찾기'에 몰두되어 진정성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11기에 출연한 정숙 역시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편집된 방송 내용에 대해 언급하며 "(나는 방송에서) 욕을 한 적 없고 욕하려는 척도 한 적 없"다며 불쾌감을 표현했다.
< 나는 SOLO >에서 벌어지는 잡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커플로 맺어졌던 11기 상철과 영숙은 방송 이후 이별했는데, 그 과정에서 풀지 못한 오해가 '사생활 폭로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영숙은 "전 여자친구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방송에 나왔"다며 상철의 '파혼' 사실을 언급했다. 상철은 "파혼에 관련된 모든 관계는 정리가 된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다고 해명했다. 영숙에 따르면, 제작진의 대답은 '답변할 수 없다'였다.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 나는 SOLO > 제작진 입장에서 '솔로나라 12번지'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으리라. 과연 '개그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연애 리얼리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예고했던 것처럼, 21일 방송된 < 나는 SOLO > 12기는 '모태솔로' 특집으로 꾸며졌다. '모태솔로'란 한 번도 연애한 적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7기에서 '모태솔로' 옥순이 등장해 화제가 된 적은 있었지만, 모든 출연자가 모태솔로인 건 확실히 파격적이었다.
출연자들이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MC들(테프콘, 송해나, 이이경)은 "(외모가) 괜찮은데?", "저 사람이 왜 모태솔로야?"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방송적으로 충분히 이해되는 리액션이었지만, 다소 과한 측면도 있었다. 게다가 '모태솔로=순수'라는 등식을 내세우는 대목에서는 실소(失笑)할 수밖에 없었다. 성급한 일반화이기도 하고, 자칫 선입견과 편견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돌싱' 특집(10기)은 기획 의도 자체가 납득이 됐다. 이미 한 차례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의 경우에 무엇보다 '동질감'이 중요했으리라.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훨씬 더 쉽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고, 훨씬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또, 연애라는 관계를 맺기에 피차 난감해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10기 출연자들이 유독 끈끈해 보였던 건 그 때문이다.
출연자 배려 대신 시청자 웃음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