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13년 전 개봉한 <아바타>도 대단했지만 <아바타: 물의 길>(아래 <물의 길>)이 지상에 이어 해양까지 이질감 없이 확장해낸 판도라의 생태계, 손에 물방울이 맺힐 듯한 물의 질감, 세심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광원의 현실감은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CG에 돈을 썼다는 게 거짓말이고 판도라에서 촬영하고 나비족 섭외에 공을 들였을 것'이라는 포털의 베스트 댓글은 제임스 카메론이 여전히 관객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경이로운 창작자라는 고백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야심은 3D, CG라는 스크린의 기술을 뛰어넘어 현 시대를 규정하는 테크놀로지로의 탐험으로 이어진다. <아바타>가 개봉한 2009년은 페이스북, 트위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사이버 스페이스로 불리던 온라인 공간이 사회성을 겸비한 사회관계망(Social Network)으로 확장되던 시기다.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던 가상 공간이 사회(Social)라는 실체로 연결되어 폭발적인 것처럼, 실제의 몸과 링크를 통해 연결하는 가상의 몸을 두고 선택해야 했던 <아바타>는 이 놀라운 변화를 예견한 듯 보였다.
<물의 길>이 개봉한 2022년에는 소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조건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09년에는 현실과 사이버공간이 분리되어 있었다. 온라인은 온라인이고 오프라인은 오프라인이었다. 온라인은 온라인만의 규칙이 있다고 믿기도 했다. 지금은 누구나 다양한 SNS에 계정을 갖고 있고 활동한다. 온·오프의 일체는 너무 흔한 일이다. 온라인에서 생성한 가상의 인격이 오프라인의 정체성을 강하게 대변하거나 심지어는 뛰어넘는 일도 흔하다. 이제 '부캐'는 열풍이 아니라 일상이다.
<물의 길>에서는 제이크와 그레이스 박사뿐 아니라 쿼리치 대령과 그의 부하들도 인간 시절의 기억을 이식받은 아바타로 등장한다. <아바타>에서 겉으로나마 판도라의 나비족과 지구의 인간이 대결했다면 <물의 길>은 같은 나비족끼리의 싸움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관객들은 나비족과 쿼리치 사이의 차이를 안다. 외형이 아니라 그들이 공유하는 신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바타>가 어떤 몸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개인의 이야기였다면 <물의 길>에서는 서로 다른 신념을 공유하는 공동체 간의 갈등이 전면에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