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기획 창> '6호 시설 아이들' 편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 '6호 시설 아이들' 편의 한 장면KBS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소년보호처분 10개 중 판사가 하나를 선택한다. 1호부터 5호까지는 일반 사회생활을 하지만 6호부터 10호까지 사회로부터 격리된다. 그중 6호 처분받아 가는 시설은 법무부가 관리하는 소년원과 달리 비행 청소년들의 보호와 치료가 목적인 사회복지시설이기도 하다. 여기서 어떻게 생활할까?

지난 13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6호 시설 아이들'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6호 처분 시설에 가서 아이들의 생활 모습과 함께 촉법 소년 연령 하향 문제에 대해 담았다. 취재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6일 '6호 시설 아이들' 편 취재한 정아연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시사기획 창> '6호 시설 아이들' 편 취재를 모두 끝낸 소회는 어떤가요?
"저는 오래 취재해서 1시간짜리 방송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홀가분하긴 해요. 그러나 취재를 많이 했는데 그걸 다 담기에는 방송 한 시간이 생각보다 짧더라고요. 못다한 이야기가 많아서 아쉬움도 큽니다."

- 소년보호처분 6호를 받은 아이들을 취재하게 계기가 있나요?
"제가 사회부 취재를 할 때 소년범 관련 사건사고에 대해 보도된 것 이외에도 별별 이야기를 다 들었어요. 항상 아이들 뒤에 사연이 더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사회부 주니어 기자로 기사를 쓸 때는 (그 이야기를) 다 담지 못했었어요. 사건사고 자체로 보도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긴 호흡으로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이걸 취재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사기획 창>에 왔을 때 첫 아이템으로 결심했죠."

- 정확하게 소년보호처분 6호가 어떤건가요?
"소년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있어요. 1호부터 5호까지는 아이들이 보호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시설 밖에서 교육, 보호관찰, 지도·감독 등을 받는 처분이에요. 6호부터 10호까지는 일정 기간 동안 시설에 위탁돼요. 그중에서 6호는 교도소와 같은 교정 시설이 아니라, 보호치료 시설에 가는 거죠. 범죄나 비행의 정도가 심각하진 않지만 기존 환경에서는 재범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 아이들을 보호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경우 6호 처분을 내려요. 6호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변화 가능성이 있는 편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KBS 1TV <시사기획 창> '6호 시설 아이들' 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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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가 인상적이었어요. 은빈(가명)의 이야기를 왜 시청자들에게 먼저 보여주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데스크는 이 프롤로그에 반대했어요. 구체적인 설명 없이 아이가 울면서 끌려나가는 장면은 보기 불편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저는 이 아이의 상황이 6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은빈은 잘못을 저질러서 여기에 왔는데 여기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서 다시 쫓겨나는 아이였거든요. 불안한 선 위에서 계속 줄타고 있는 상황이 굉장히 잘 드러난 장면이었죠. 또 은빈이 엄마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엄마는 전화를 끊으려 하고 아이를 외면하려고 해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범죄나 비행의 원인일 수 있죠. 가정에서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서 선택했어요."

- 6호 처분을 받아서 보호시설에 갔는데 다시 문제를 일으키면 어떻게 되나요?
"저는 '나사로 청소년의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고자면서 취재를 진행했어요. 짧은 기간이지만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사회에서도 워낙 규칙이나 질서에 무뎠던 아이들이라 시설에서도 이 부분에 집중해서 교육하고 있었어요. 쉽지 않죠. 시설 내에서도 싸움, 다툼, 갈등이 자주 있었고, 심한 경우 시설을 이탈하기도 해요.

방송에도 판사와 면담하는 여학생이 나와요. 방송에 담지는 않았지만, 시설 내에서 훨씬 어린 동생이 까분다는 이유로 언니들이 화장실에 가서 아이를 때렸어요. 그래서 취재 기간에 바로 강제 퇴소를 당했죠. 처분 변경이 된 거죠. 정리하면, 시설 내에서 폭행, 이탈 등 규칙 위반이 발생하고 반복되면, 처분을 내렸던 판사와 상의해요. 이 시설에서 아이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교육하고 보호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판단이 내려진다면 다시 재처분을 위한 재판을 받도록 해요."
 
- 한 사람의 보호관찰관이 담당하는 학생 숫자가 40명에 달하고, 광주 보호관찰소에선 관찰관 9명이 총 470명 담당한다고요.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상황이 어떤가요?
"보호 관찰관분들이 하루 종일 아이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고 해도, 한 명당 40명의 학생은 많죠. 법원에서 아이들마다 준수 사항을 주거든요. 예를 들면 '너는 동영상 유포 음란물 유포, 불법 촬영을 했기 때문에 휴대폰을 제한적으로 몇시간만 써야 한다, 심야 시간 외출은 안 된다'는 식으로요. 이걸 잘 지키는지 감독하는 게 보호관찰관의 역할이에요. 그걸 한 사람이 40명을 관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광주 보호관찰소 분들은 그나마 광주는 형편이 나은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뜨거운 상황이죠. 취재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사실 처음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이슈로 이 아이템에 접근했어요. 사실 촉법소년들을 더 강하게 처벌해야 된다는 여론이 높잖아요. 이에 반대하는 분들부터 만나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이미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다 나와있으니까요. 사실 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소년법의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해요. 연령 하향을 단순하게, 범죄가 심각하고 잔인하니까 낮추면 된다는 식으로 도식화해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데, 지금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잘 운영할 것인지,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인력을 활용해서 시설 내에서 아이들을 개선을 시키고 범죄를 줄일 수 있느냐부터 고민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이 고민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 주위에 아이들을 따뜻하게 받아줄 어른이 있다면 아이들의 범죄는 줄어들까요?
"맞는 말이죠. 아이들에 대한 시선, 관심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각박해졌어요.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어졌죠.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지만 따끔하게 혼낼 어른도 (필요한데) 그게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에는 골목길에서 학생이 담배 피워도 혼내는 어른은 없잖아요."
 
 KBS 1TV <시사기획 창> '6호 시설 아이들' 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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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하면서 비행청소년,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많이 만나보셨을텐데 어떤가요? 
"의외로 되게 평범해요. 취재진으로서 만나기도 했지만, 그런 것뿐만 아니라 어른들에 대해 불신하고 경계하죠. 자기들을 나쁘게 본다고 생각하고요. '나사로 청소년의 집'에 갔을 때 인터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부모 동의도 받았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이 '처음에는 좋게 보도한다고 했다가 나쁘게 보도할 거잖아요'라면서 피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했나 봐요. 그래서 인터뷰를 했죠. 인터뷰를 끝나고 나서 '저희도 솔직히 억울한 것도 있다. 너무 우리를 나쁘게만 보는 기사가 많아서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인터뷰하기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들도 다 잘못한 줄 알고 안 하고 싶은데 스스로 그걸(범죄를) 끊어낼 자신이 없다는 얘기를 해요. 피해자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재범을 안 해야지 피해자도 안 생기는 거니까. 관심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취재했는데도 아쉽게 방송에 담지 못한 이야기도 많을 것 같아요.
"주로 아이들의 사연이에요. 어떤 범죄를 저질러서 시설에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개인적인 사연이 있었던 거죠. 너무 안타까운 일이 많았어요. 방송 분량 문제로 덜어낸 부분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객관적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해보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방송에) 내보내서 '감성팔이'로 설득하기 보다는 최대한 담담하게 현실 그대로를 담아내자고 생각해서, 사연 이야기는 많이 덜어냈죠."
정아연 시사기획 창 6호 시설 촉법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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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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