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기획 창> '6호 시설 아이들' 편의 한 장면
KBS
- 프롤로그가 인상적이었어요. 은빈(가명)의 이야기를 왜 시청자들에게 먼저 보여주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데스크는 이 프롤로그에 반대했어요. 구체적인 설명 없이 아이가 울면서 끌려나가는 장면은 보기 불편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저는 이 아이의 상황이 6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은빈은 잘못을 저질러서 여기에 왔는데 여기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서 다시 쫓겨나는 아이였거든요. 불안한 선 위에서 계속 줄타고 있는 상황이 굉장히 잘 드러난 장면이었죠. 또 은빈이 엄마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엄마는 전화를 끊으려 하고 아이를 외면하려고 해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범죄나 비행의 원인일 수 있죠. 가정에서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서 선택했어요."
- 6호 처분을 받아서 보호시설에 갔는데 다시 문제를 일으키면 어떻게 되나요?
"저는 '나사로 청소년의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고자면서 취재를 진행했어요. 짧은 기간이지만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사회에서도 워낙 규칙이나 질서에 무뎠던 아이들이라 시설에서도 이 부분에 집중해서 교육하고 있었어요. 쉽지 않죠. 시설 내에서도 싸움, 다툼, 갈등이 자주 있었고, 심한 경우 시설을 이탈하기도 해요.
방송에도 판사와 면담하는 여학생이 나와요. 방송에 담지는 않았지만, 시설 내에서 훨씬 어린 동생이 까분다는 이유로 언니들이 화장실에 가서 아이를 때렸어요. 그래서 취재 기간에 바로 강제 퇴소를 당했죠. 처분 변경이 된 거죠. 정리하면, 시설 내에서 폭행, 이탈 등 규칙 위반이 발생하고 반복되면, 처분을 내렸던 판사와 상의해요. 이 시설에서 아이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교육하고 보호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판단이 내려진다면 다시 재처분을 위한 재판을 받도록 해요."
- 한 사람의 보호관찰관이 담당하는 학생 숫자가 40명에 달하고, 광주 보호관찰소에선 관찰관 9명이 총 470명 담당한다고요.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상황이 어떤가요?
"보호 관찰관분들이 하루 종일 아이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고 해도, 한 명당 40명의 학생은 많죠. 법원에서 아이들마다 준수 사항을 주거든요. 예를 들면 '너는 동영상 유포 음란물 유포, 불법 촬영을 했기 때문에 휴대폰을 제한적으로 몇시간만 써야 한다, 심야 시간 외출은 안 된다'는 식으로요. 이걸 잘 지키는지 감독하는 게 보호관찰관의 역할이에요. 그걸 한 사람이 40명을 관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광주 보호관찰소 분들은 그나마 광주는 형편이 나은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뜨거운 상황이죠. 취재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사실 처음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이슈로 이 아이템에 접근했어요. 사실 촉법소년들을 더 강하게 처벌해야 된다는 여론이 높잖아요. 이에 반대하는 분들부터 만나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이미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다 나와있으니까요. 사실 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소년법의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해요. 연령 하향을 단순하게, 범죄가 심각하고 잔인하니까 낮추면 된다는 식으로 도식화해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데, 지금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잘 운영할 것인지,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인력을 활용해서 시설 내에서 아이들을 개선을 시키고 범죄를 줄일 수 있느냐부터 고민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이 고민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 주위에 아이들을 따뜻하게 받아줄 어른이 있다면 아이들의 범죄는 줄어들까요?
"맞는 말이죠. 아이들에 대한 시선, 관심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각박해졌어요.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어졌죠.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지만 따끔하게 혼낼 어른도 (필요한데) 그게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에는 골목길에서 학생이 담배 피워도 혼내는 어른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