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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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완화로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서울 밤늦은 시각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예전엔 길거리에서 손 흔들어 택시를 잡았지만, 지금은 택시 앱으로 잡는데 심야엔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 간 것일까?
지난 9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을 기다리는... 2022 심야 택시 대란'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심야 택시 대란이 벌어지는 서울의 홍대, 종로, 강남의 풍경을 담고 법인 택시 회사에 가서 택시가 없는 원인 등을 찾아보았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취재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을 기다리는... 2022 심야 택시 대란' 편 연출한 기아영, 정용재 PD를 만났다.
- '심야 택시 대란' 편 방송을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정용재 PD(이하 정): "너무 홀가분하고요. 택시 문제가 워낙 이해당사자도 많고 엄청 오랫동안 쌓여온, 아무도 풀지 못했던 문제라는 걸 알게 됐어요. 공부할수록 어려워서 결론을 어떻게 낼지도 너무 막막했어요. 어쨌든 현재 택시가 잘 안 잡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름의 힌트 정도는 보여드린 것 같습니다. 택시 대란 이후 시간이 좀 지나서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져주실까 했는데, 워낙 생활 밀착형 아이템이어서 그런지 시청률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죠."
기아영 PD(이하 기): " 같이 취재한 이이백 PD와 그런 얘기를 했는데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웠던 아이템 중 하나였어요. 이해당사자가 많고, 그들의 이야기가 모두 다 맞는 말이어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 택시 문제에 대해서도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셨나요?
기: "사실 평소에 생각해 본 적 없죠. 택시를 매일 타진 않잖아요.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가용으로 다니기 때문에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택시가 안 잡힌다고 택시 산업의 문제까지 고민하는 경우도 드물고요. 알면 알수록 이해가 가는 문제인데 또 이해하면 할수록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택시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정: "타다, 카풀 서비스 등 혁신적인 교통 서비스들이 외국에는 많은데 왜 IT 강국인 우리나라에는 없는지, 택시가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닐까란 문제의식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 막상 취재를 해보니까 어땠나요? 어디에서부터 취재를 시작했나요?
기: "택시 대란 현장에 가장 먼저 가봤어요. 금요일 밤에 사람이 제일 많고 택시 잡기 어렵다는 홍대, 종로, 강남으로 PD 3명이 나뉘어서 갔죠. 사람들이 모이고 택시를 잡고, 못 잡는 상황들을 순차적으로 봤어요."
정: "택시가 없어서 택시를 부르다가 30분 넘게 기다린 분도 봤고요. 운이 좋아서 바로 타고 간 분들도 있었고, 각자 사는 위치가 다르잖아요. 홍대에서 집이 아현동이면 잘 안 잡히고 집이 멀면 금방 가시기도 하고요. 거리에 대한 차별이 확실히 있었죠."
기: "저는 종로에 있었는데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여서 그런지 택시가 안 잡힌다고 분노하는 분까지는 안 계셨어요. 쌓이고 쌓인 문제니까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요."
- 택시 기사가 떠났기 때문에 택시 공급이 줄어든 게 문제의 원인인 것 같은데, 택시 기사가 이직하는 이유는 돈 때문인가요?
정: "그렇죠.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하는데 100만 원 내외의 수입을 얻는다고 하면 안 하겠죠. 요즘 물가도 높은데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많잖아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해도 그거보다는 많이 버는데 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래서 법인 택시에 남아계신 분들은 대개 노령이라 다른 일을 구할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은 진입 자체를 생각도 안 하고요."
- 방송을 보니까, 택시 기사님을 따라다니면서 취재를 했더라고요. 어땠나요?
기: "법인택시 기사님이랑 함께 다녔어요. 손님이 택시를 부르는 '콜'이 계속 오거든요. 그래서 방송에 나왔던 기사님은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드신다고 하더라고요. 중간에 커피 드시는 곳에서 잠깐 쉬는 게 전부일 정도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일만 했는데도 벌이가 쉽지 않은 거죠."
- 왜 그런가요? 콜을 계속 받는데도 벌이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 "일단 콜을 잡기가 되게 어려워요. 택시기사님들 사이에 경쟁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건 선택의 문제인데, 돈이 되는 콜이 있어요. 그것만 잡으려고 하시는 분도 있죠. 모든 콜이 다 좋은 콜은 아니니까요. 콜이 있으니까 오히려 (손님을) 잡기 쉬울 것 같은데, 오히려 도로를 배회하다가 손님을 만나는 영업이 더 좋다고 얘기하시는 기사 분들도 많았어요."
- 공급이 문제라고 했는데, 택시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사람은 없는 건가요?
기: "얘기한 대로 돈이 안 되니까요. 돈을 벌려면 심야 운행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건 젊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거죠. 젊은 분들은 이거 말고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잖아요. 예를 들어 쿠팡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도 시간 대비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