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괴물>,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등 매 작품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김신록. 이번에는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욕망에 충실한 진화영 역을 맡아 개성 강한 연기를 펼쳤고, 확실하게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종영을 일주일 정도 앞둔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가의 딸 진화영을 연기한 배우 김신록을 만났다. 
 
"진화영의 욕망과 고군분투, 이해되더라"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화영 역의 배우 김신록.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화영 역의 배우 김신록. 저스트엔터테인먼트, 포토그래퍼 이승희
 
진화영이란 인물을 깊이 이해한 만큼 직접 아이디어를 내면서 촬영을 진행했다는 김신록. 그는 "진화영은 욕망이 큰 인물이다. 딸로 태어나서 가족 안에서 아버지, 오빠들, 남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라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덧붙여 "살아남기 위해서 애쓰는 인물이다. 가부장적 가정에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고, 남편과의 관계에서는 주도권을 갖고 싶고... 때문에 다양한 전략을 취하면서 분투하는데 그런 모습이 밉게 보이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하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라고 했다. 

"욕망과 욕구가 뭐가 다른지 사전을 찾아봤는데 욕구는 그냥 원하는 것이고 욕망은 무언가가 부족해서 계속 더 바라는 것이더라. 화영이의 '욕망'은 그런 '결핍'에서 오는 거라서 시청자들이 마냥 밉게 보기보다는 이해하시는 것 같다. 저렇게 많이 가졌어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마음이 뭔지 아니까. 화영이는 계속 부족을 느끼고 갖고 싶고, 그래서 더 화가 나 있는 인물이다."

아버지, 오빠, 남편과 맺는 관계가 계속 두드러지게 드러나면 좋겠다는 목표를 갖고 연기에 임했다는 김신록. 가부장적인 재벌집의 딸을 연기하며 극중 여성으로서 느낀 한계는 없었을까. 이 질문에 그는 "인정욕구, 경쟁심리 속에서 분투하는 화영이가 가여웠다. 극중 진화영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고 승계구도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 위주로 보여졌다는 생각은 들었다. 사실 재산의 지분을 더 가질 수 있는 방법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데서 오는 괴리감과 절박함이 얼마나 컸을까 싶어 화영이에게 연민이 느껴졌다"라고 답했다.

아버지 덕분에 시작한 연기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화영 역의 배우 김신록.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화영 역의 배우 김신록. 저스트엔터테인먼트, 포토그래퍼 이승희
 
작품 외적인 이야기도 이어졌다. 김신록은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을까. 이 질문에 그는 본인이 31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아버지가 저 태어나기 전에 배우생활을 잠시 했다더라. 어릴 때 저를 극단에 데려가서 놀게 했는데, '연기를 배우라는 게 아니라 인생을 배우라는 거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경험이 배우의 꿈을 꾸게 했다"라고 답변했다. 

2004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지금 이렇게 빛을 보기까지, 김신록은 어떻게 그 긴 시간을 버텨왔을까. 이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기다리는(버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바빴고, 할 일이 많았고, 늘 알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았기 때문에 순간순간이 중요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이 그렇듯 고도를 기다리면 고도는 끝끝내 오지 않잖나. 기다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연기의 꿈을 심어준 사람이라면, 남편은 함께 연기하는 동료이자 현재의 버팀목이다. 김신록은 연극배우인 남편에 관해 "같은 직종이라 항상 같이 대본을 보고 얘기를 나누고 방송도 모니터해준다. 연기적으로도, 인생에서도 제게 너무 중요한 사람이다"라며 "남편과의 관계에서 내가 느끼는 건, 나의 유년을 결혼생활을 통해 다시 살고 있는 것 같다는 거다. 유년에 겪으면 좋았을 감정들을 남편이 주는 깊은 사랑, 깊은 안정감 속에서 지금에서야 느끼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에게 연기를 하는 보람과 의미를 물었다. 이에 김신록은 "'지옥' 댓글 중에 '화면만 봐도 등뼈가 너무 아팠다'라는 게 있었는데 저는 그 댓글이 참 인상적이었다"라며 "콘텐츠를 볼 때 화면 안에서 일어나는 일과 내가 링크가 돼서 마치 내가 움직이는 것 같은 순간이 되게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기를 하면서 배우로서 상상하고 경험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안방에서 TV를 보는 누군가의 몸과 마음도 (배우가 그런 것처럼) 움직이게 했다면 그게 되게 큰 힘이 아닌가 싶다. 연기는 사람들에게 의식의 힘, 상상의 힘, 꿈꾸는 힘 같은 걸 주는 일 같다. 시청자가 '경험하는 힘'을 겪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재벌집막내아들 김신록 송중기 이성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