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왓챠
"당신이 좀 해줘."
그러자 남편은 아내 대신 부엌으로 향했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속 내용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한석규 배우가 오랜만에 선택한 작품이다. 그에게 요리를 해달라는 아내는 김서형 배우이다. 그런데 아내 대신 부엌으로 향하는 남편의 사정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아내가 암에 걸리자 남편은 집으로 돌아왔다
우선 극중 부부로 등장하는 강창욱(한석규 분)과 정다정(김서형 분)은 그간 한 집에 살지 않았었다.
"남편과 아내, 이 둘이 꼭 특별한 관계여야 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속 강창욱의 내레이션으로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문장은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라는 드라마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아침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 아내 얘기, 남편 얘기, 자식들 얘기가 바글바글하다. 내 새끼, 내 남편, 내 아내, 다들 자신의 '것'들이라는 존재들과의 아웅다웅이 넘쳐난다. 그런 사연들을 듣다 문득, 홀로 사는 아내, 남편 그도 아니면 싱글족들의 존재들은 어디서 자신들을 펼쳐내야 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아내와 남편과 자식이라는 '가족' 단위가 사회의 기초 단위인 듯 행세한다.
그런데 한 발자욱만 나서면 그 평범과 보통이라는 선 바깥에 많은 이들이 웅성거리며 서 있다. 강창욱과 정다정도 그런 사이였을 것이다. 글을 쓰는 남편, 출판사를 운영하는 아내, 한때는 함께 출판사를 운영하는 동료이고 아내이고 남편이었지만, 이제 그들은 남남처럼 산다.
그렇다고 아예 남남은 아니다.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내. 의사는 잘 챙겨먹어야 하는 아내의 병구완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했고, 쉬이 남에게 부탁같은 걸 하지 않는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을 돌봐달라 했다. 그리고 남편은 두말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안방의 아내, 그리고 현관 옆 방의 남편. 남편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한다. 사랑? 의리? 이 두 문장 사이에서 두 사람이 싱거운 웃음을 날리듯, 강차욱과 정다정이라는 두 부부의 정체성은 뭐라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