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한 태극전사들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이 기념촬영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최초의 중동 월드컵이자 겨울에 개최된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여느 대회들과 비교해 많은 이변이 연출되며 축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른바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이 두드러진 월드컵이었다. 아시아-아프리카 팀들이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을 잇따라 제압하는 경기가 속출했다.
비록 유럽과 남미를 제외한 최초의 3대륙 우승팀은 배출되지 못했지만 세계 축구의 평준화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과거와 비교해 각 팀들의 정보 수집이 용이하고,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증가로 선진 축구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러다보니 각 팀들의 경쟁력 상승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FIFA 기술연구그룹(TSG)의 일원인 차두리 FC서울 유스강화실장은 지난 13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TSG 브리핑에서 약팀들의 선전 이유에 대해 "전술이 크게 발전했다. 선수들도 전술을 잘 이해하고 여러 포메이션에서 경기를 뛰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아시아 선수가 유럽에서 뛰고 있다"면서 "특히 유럽에 기반을 둔 호주, 일본, 한국 선수가 많다. 유럽 팀과의 경기에서 겁먹지 않고 경쟁력 있게 플레이 한다"고 밝혔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의 유럽파는 안정환, 설기현 등 2명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에는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이재성, 정우영, 황인범, 황의조 등 8명이 유럽파 소속이다. 일본은 최종명단 26명 중 19명이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시아, 역대 최다인 3개국 16강 진출
전통적으로 아시아 축구는 월드컵 무대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세기 아시아 국가가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1966 잉글랜드 월드컵 북한의 8강, 1994 미국 월드컵 사우디 아라비아의 16강이 전부다.
그러나 2000년대를 들어서며 아시아 축구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아시아 역대 최고 성적인 4강 진출을 이뤄냈다. 이후 2010 남아공 월드컵과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일본은 2002년을 시작으로 2010, 2018, 2022년까지 통산 네 차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회 초반만 하더라도 아시아 팀들의 약세가 이어졌다. 첫날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개최국 카타르의 개막전 패배를 시작으로 다음날에는 이란이 잉글랜드에 2-6 대패를 당하며 불안함을 알렸다.
하지만 첫 번째 이변은 대회 3일차 사우디 아라비아가 일으켰다.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이번 월드컵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2-1로 제압한 것이다. 하루 뒤에는 일본이 거함 독일을 물리치며 아시아의 반란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폴란드-멕시코에 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앞선 대회들에서 무기력하게 대패로 물러나는 모습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또, 이란은 유럽의 웨일스를 꺾으며, 1승을 챙겼지만 마지막 미국과의 최종전에서 패하며 사상 첫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카타르는 3전 전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반면 호주, 일본, 한국은 차례대로 16강에 오르며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호주는 프랑스와 1차전 1-4 패배를 딛고 2, 3차전에서 튀니지와 덴마크를 연파했다. 과거와 비교해 훨씬 약화된 스쿼드에도 불구하고 피지컬의 우세와 효율적인 축구로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일본은 '우승 후보'로 평가된 독일, 스페인과 죽음의 E조에 속하며 탈락이 유력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조1위로 통과했다. 약체 코스타리카에게 패했지만 독일과 스페인에 연달아 2-1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보여준 용병술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전반에는 수비를 두텁게 한 뒤 후반 들어 강도 높은 전방 압박, 백스리 변화, 좌우 윙백에 공격 지향적인 윙어들을 배치해 속도를 올리는 전략으로 흐름을 바꿨다.
조별리그 최종날에는 한국이 이변의 주인공으로 우뚝섰다. 한국은 우루과이, 가나에 선전하고도 1무 1패에 그친 아쉬움을 마지막 포르투갈전에서 역전승으로 상쇄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스스로 경기를 컨트롤하고 지배할 수 있는, 능동적인 축구(PRO-Active)로 내용과 결과를 잡았다. 일본, 호주,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이 수동적으로 승리를 거둔 것과는 대조적인 성과였다.
AFC(아시아 축구연맹) 소속 3개국이 16강에 오른 것은 역대 월드컵을 통틀어 최초이며, 단일 대회 7승은 최고 성적이다. 그리고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아시아 팀들의 유럽 상대 성적은 9전 5승 4패로 우위를 보일 만큼 약진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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