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먹은 소녀가 감당하기엔 벅찬 삶이었을 테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로제타(에밀리 드켄 분)는 계란 하나를 삶아 가만히 껍질을 까고 한 입 베어 문 뒤 가스를 틀고 문틈을 수건으로 막는다. 옆 침대엔 술을 잔뜩 먹고 의식이 없는 엄마가 누워 죽은 듯 자고 있다. 로제타는 아무것도 보기가 싫은 듯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워 계란을 씹는다. 쉭- 하고 새어나오는 가스소리가 좁은 캠핑카 안을 채운다.
가만히 새어나오던 가스가 어느 순간 멈춘다. 가스통이 텅 빈 것이다. 로제타는 일어나 지폐 두 장을 꺼내고 가스통을 들어 밖으로 나온다. 무거운 가스통을 끌다시피 들고서 관리인의 캠핑카로 향한다. 무거운 퍼런색 가스통을 새로 받아 제 캠핑카로 돌아오는 로제타의 뒷모습이 축 늘어진 듯 무겁다. 죽는 데도 돈이 들고, 죽는 데도 힘이 들고, 죽는 것도 마음처럼은 안 되는 것이다.
부천노동영화제(11월 2일~11월 12일) 마지막 날, 부천시 원미로 81에 위치한 전환을 꿈꾸는 공간 '열린' 강당에선 다르덴 형제의 역작 <로제타>가 상영됐다. 이 영화로 뤽 다르덴과 장 피에르 다르덴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주연인 에밀리 드켄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벨기에, 나아가 전 유럽이 들썩였다. 영화가 겨냥한 것은 노동, 그 중에서도 청년의 노동이었다. 벨기에에선 큰 논란이 일었고 청년 노동을 위한 법률이 제정됐다. 법은 몇 년 지나지 않아 폐기됐으나 청년의 노동할 권리에 대한 논의는 멈출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