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관점에서 배변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간은 배설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획득한다. 반대로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않으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지난 11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기립 배변'을 하는 금쪽이가 등장했다. 화장실에 들어간 금쪽이(6세, 남)는 안절부절 못하고 1시간째 서 있었다. 볼일은 보지 않고 변기 앞을 서성였다. 무슨 까닭일까. 

금쪽이 엄마는 보통 5세가 되면 기저귀를 떼기 시작하는데, 금쪽이의 경우 뗄 기미가 없어 걱정이 되어 주변에 조언을 얻어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실패했다는 것이다. 결국 강제로 기저귀를 벗겼는데, 그 결과 금쪽이가 오히려 배변을 참더라는 것이다. 오은영은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좀 느린가?'라는 생각에 정보 홍수에 갇혀 좌절을 경험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관찰 카메라를 통해 살펴본 금쪽이는 식사를 하다말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 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이를 알아챈 엄마는 황급히 금쪽이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하지만 금쪽이는 변기 앞에 서서 힘을 주더니 일어선 채로 볼일을 봤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기립 배변에 MC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대체 왜 금쪽이는 변기에 앉지 않고 서서 변을 보는 걸까. 

하루에 스무 번 넘게 변을 보는 금쪽이
 
 채널 A <금쪽같은 내 새끼> 한 장면.
채널 A <금쪽같은 내 새끼> 한 장면. 채널A
 
금쪽이는 작년에 하루에 스무 번도 넘게 변을 볼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변의를 느껴도 참았고, '토끼똥'처럼 조금씩 배변을 하느라 온종일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금쪽이 엄마는 인터넷을 보고 좋다는 방법을 다 써봤지만 나아지지 않았다며 난감해 했다. 오은영은 오래된 변비로 항문 파열이 생길 수도 있고, 심한 경우 장폐색 혹은 장마비가 올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뷔페에 간 금쪽이는 음식을 먹다말고 갑자기 거부했다. 벌써 배가 다 찬 걸까. 엄마는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 애썼지만, 금쪽이는 변비가 무서워 먹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병원을 찾은 금쪽이의 복부에는 대변에 많이 차 있었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심각한 변비였다. 의사는 변을 묽게 하는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고 설명했고, 금쪽이는 잔뜩 겁에 질려버렸다. 

오은영은 일반적인 대소변 훈련은 걷는 근육이 발달하는 만 15개월부터 만 24개월 사이에 이뤄진다고 설명하면서, 만 24개월의 26%, 만 30개월의 85%, 만 36개월의 98%가 대소변 가리기에 성공한다는 통계 자료(질병관리청)를 인용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어련히 대소변을 가리겠지'라고 느긋하게 생각하기에는 현재 6세인 금쪽이는 많이 늦은 편이다. 

연령에 맞게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자조 능력'이라고 하는데, 배변 활동은 자조 기능 획득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또, 이전 발달을 토대로 순차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대소변 가리기'는 다른 발달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의문스러운 점은 신경계의 특징상 대변을 먼저 가리는 게 순리인데, 금쪽이는 소변은 가리고 있었다. 소변은 가리면서 어째서 대변은 못 가리는 걸까. 

한편, 유치원 등원 전 엄마는 금쪽이에게 2시간에 걸쳐 공부를 시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금쪽이가 공부를 잘하면 친구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공부를 시키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과연 금쪽이의 유치원 생활은 어떨까. 금쪽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듯했는데, 갑자기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마음과 달리 놀이를 방해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수업시간에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아무 반응도 없이 앉아 있기만 했다. 친구들은 소리에 맞춰 박수도 치고 열중했는데, 금쪽이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언어 발달이 또래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쪽이는 수업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고, 언어가 안 되니 행동이 앞섰던 것이다. 배변 훈련도 말귀를 알아들어야 성공률이 높다. 

낯설고 새로운 자극에 저항적인 금쪽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은 금쪽이를 직접 만나 진단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긴급 진단 결과, 금쪽이는 낯설고 새로운 자극을 받았을 때 저항적이고 거부적이었다. 상호 작용의 문제보다는 낯선 것에 대한 경계심, 긴장감, 불안감,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또, 사회 상호 작용 기능의 어려움도 있었다. 오은영은 나중에 ADHD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쪽이를 위해 모든 부분에서 노력해온 엄마는 금쪽이가 더 이상 뒤처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아빠는 그런 엄마의 교육 방식이 너무 강압적이라고 생각했다. 느린 아이를 위해 엄마의 마음이 조급해진 것이다. 오은영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며 금쪽이에게 필요한 건 공부가 아니라 언어, 배변 등 또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발달의 빈칸을 메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쪽이는 평생 살아가는 데 토대가 되는 불균형이 있다는 얘기거든요. 기초 공사가 안 된 생타에서 막 달리기를 하는 것 같아요." (오은영)
 

똘똘한 아이의 교육을 걱정하는 듯한 모습, 선행 학습이 고민이라면 동의할 수 있지만 금쪽이가 직면한 문제는 삶에 토대가 될 기본 발달 과정 속 불균형이었다. 기초 공사가 안 됐는데 고층 빌달을 쌓는 꼴이었다.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금쪽이의 언어 발달 지연은 '청각적 주의력 부족' 때문이었다. 입력된 소리 자극을 해석해 내는 능력이 부족했다. 

금쪽이의 청각적 주의력 부족 탓에 엄마는 금쪽이를 부를 때 자꾸 언성이 높아졌다. 한 번도 못 들으니 결국 샤우팅을 할 수밖에 없고, 매번 큰소리를 듣는 금쪽이는 사람들은 '왜 자꾸 나에게 소리를 지르지?'라고 생각했으리라. 오은영은 이때 '선택적 부주의'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듣다가 말아버리는 것이다. 청각적 주의력 부족으로 언어 발달도 더뎌진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기립 배변'의 이유는 무엇일까. 오은영은 금쪽이가 예민한 면이 있는가 하면 어떤 면에서는 둔감하다고 설명하면서, 청각적 신호에 둔감한 것처럼 그 둔감함으로 인해 배변 신호가 뒤늦게 오고, 가득한 배변으로 통증이 발생하니 아플까봐 두려워 참고 있었던 것이라 분석했다. 그러다 막판에 몰려서야 배출을 하는 것이다. 단계별로 모든 부분에 도움이 필요했다. 

"엄마가 나 때문에 안 힘들었으면 좋겠어요." (금쪽이)

오은영가 제시한 금쪽 처방은 '생존 다지기 솔루션'이었다. 가르침 없이 배변을 신경만 썼던 엄마의 변화도 필요했다. 차근차근 단계별로 진행할 필요가 있었는데, 우선 친숙한 인형으로 배변 과정을 설명해 두려움을 낮춰줬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엄마의 샤우팅이 또 터지기도 했는데, 오은영은 배변을 두려워하는 금쪽이를 다그치기보다 부드러운 말로 다가가라고 당부했다. 

또, 청각적 주의력 강화 훈련도 함께 진행했다. 상대방 말을 집중해서 듣고 사물을 순서대로 놓는 놀이를 접목시킨 훈련이었다. 오은영은 주변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모르는 금쪽이를 위해 공부는 잠시 멈추고, 함께 놀아주라고 조언했다. 놀이와 상황극을 통해 사회성 향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엄마와 금쪽이의 노력으로 배변 활동은 물론 친구 사귀기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자 금쪽이네에는 웃음이 가득해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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