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다음은 정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제가 <시사 직격> 와서 2주 만에 긴급으로 프로그램하게 돼서 정신이 없었고요. 밤늦게까지 계속 취재와 촬영, 편집까지 하느라고 몸은 힘들었는데 보람이 있었어요. 또 카카오 먹통 사태가 일어나자마자 어떤 방송사보다 빨리 시사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한테 다가간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카카오 사태 이후) 저녁에 택시를 타고 가면서 (기사분께) 여쭤봤죠. '그때 혹시 운행 하셨냐? 금전적인 손해를 얼마나 보셨냐'라고 물었고 기사분께서 '평소 하루에 20만 원 번다면 그날은 얼마를 벌었다'라고 말씀하셨죠. 현실 속 불편함이라는 걸 느꼈어요. 우리는 그냥 불편하고 말았지만, 특히 카카오로 돈을 벌어서 생업을 유지하는 분들에겐 진짜 생계가 달린 문제였죠. 택시기사님들 인터뷰를 끝낸 다음 길거리에 있는 시민들 인터뷰를 했는데요. 홍대에 갔는데 젊은 친구들이 많잖아요. 대학생들 같은 경우 팀 프로젝트 하다가 카카오가 끊겨서 과제를 하는데 불편했다는 친구도 있었고요. 택시가 안 잡혀서 5분이면 가는 거리를 30여 분 동안 걸어갔다는 친구도 있었고요."
- 카카오가 먹통 되니 나라 전체가 멈춘 거 같았거든요. 카카오가 단순히 메신저 기능만 하는 게 아니란 걸 새삼 깨닫게 되었던 거 같아요.
"맞아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카카오T, 택시, 대리운전, 퀵 배달, 꽃집, 헤어숍 등 생활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카카오가 다 쥐고 있다는 걸 그때 새삼 깨달았어요. 우리가 '삼성공화국'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카카오공화국'은 이번에 거의 처음 나온 이야기 같아요. 오히려 '삼성은 없어도 살지만, 카카오 없이는 못 사는구나'란 거죠."
- '카카오 공화국'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잖아요.
"바람직하지 않죠. 이건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여야가 다 한목소리로 문제라는 거예요. 근데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대통령은 제도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제도적으로 무슨 조치를 취한다는 건지 아직 명확하지 않아요. 카카오 같은 경우 인터뷰에도 나왔듯이 애초에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더 이상 경쟁자가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됐거든요. 그러면 결국 이걸 국유화하는 방식이 있을 테죠. 독점을 없애고자 노력은 하겠지만 어떻게 해결이 될지 모르니 답답한 것 같아요."
- 카카오는 화재를 예상할 수 없었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화재 대비 플랜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불이 날 걸 예상 못 한 건 맞아요. 근데 사실 화재는 어디에서나 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그걸 예측 못 했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죠. 예측했더라면 서버를 하나만 두지 않고 여러 개로 분산시켰어야죠. 문제는 그게 비용이 많이 들어요."
- 카카오는 네 곳에 데이터를 분산했다고 하잖아요.
"네 곳에 분산한 건 맞다고 해요. 근데 그중에 불이 난 SK C&C에 모든 핵심 서버들이 다 몰려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다른 데서 불이 났으면 괜찮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핵심 시설에서 불이 나니 피해가 컸죠."
- 네이버나 외국의 다른 빅테크 회사들은 어떤가요?
"외국 같은 경우는 선진화돼 있다고 하면 조금 그렇겠지만 고객의 개인 정보나 고객에 서버 공급을 해 줄 수 있는 지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방송에도 나왔지만 훈련 같은 것도 굉장히 체계적으로 하고요. 네이버 같은 경우도 따로 별도의 데이터 센터를 만들어 놨어요. 그리고 분산도 잘 돼 있어서 네이버도 물론 피해가 있긴 했지만 바로 복구가 됐고 그 피해 범위도 굉장히 좁았죠."
- 데이터센터법(비상사태에 대비해 민간의 데이터센터를 방송통신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걸 골자로 한다) 발의가 20대 국회에서 됐지만, 통과가 안 된 거잖아요. 채이배 전 의원은 이 법이 있었다면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고 하던데, 다각도로 취재한 PD님 생각은 어떠세요?
"20대 국회에서 얘기 하다 말고 21대로 넘겨서 마무리가 되지 않은 건 맞아요. 물론 지금보다 그 피해가 조금 더 줄어들었을 수도 있겠죠. 근데 어쨌든 민간 사업자들 사이에 이권이 걸려있는 문제죠. 예를 들어서 카카오가 서버를 분산시키는 것도 비용의 문제예요. 그걸 국가에서 해줄 게 아니라 카카오가 자비를 들여서 해야 되는 거잖아요. 물론 법으로 강제를 하자는 거죠. 그렇게 되면 통신사들의 반발이 있을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SK C&C 같은 경우도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이 데이터 센터를 따로 만드는 것보다 자신들에게 데이터 서버를 위탁해 주는 걸 훨씬 선호하죠. 그래야 돈을 버니까요. 통신사들 사이에도 큰 카르텔이 형성돼 있거든요. 이 법이 제정되면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은 나이브한 거고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빅테크의 역사가 길지 않죠. 앞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지요. 이 법안 처리가 안 돼서 일이 커졌다고 하면 조금 비약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