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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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기관의 암투를 다룬 첩보물은 TV, 영화, 소설 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소재 중 하나다. 특히 영상물로 옮겨졌을 경우 제대로 만들기만 한다면 초대박 성공으로 이어지곤 한다. 설명이 필요없는 '제임스 본드' < 007 >을 비롯해서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 시리즈 등은 가장 대표적인 첩보물로 손꼽히곤 한다. 애플TV+가 지난 4월 1일 전 세계 동시 공개했던 6부작 <슬로 호시스> 역시 정보기관 내 감추고 싶은 비밀을 소재로 치밀한 두뇌 싸움이 펼쳐지는 작품 중 하나다.

​역시 영국 출신 작가 믹 헤론의 동명 소설을 옮긴 <슬로 호시스>는 영국산 첩보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기관은 MI5다. 존 르 카레 원작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미션 임파서블> 등에서 자주 소개된 MI6가 해외 첩모 업무를 주로 다루는 영국 정보 기관이라면 MI5는 자국 내 대 테러, 정보 수집 등을 맡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무능력자로 찍힌 요원들의 집합체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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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호시스>는 영국식 촌철살인급 대사가 난무하는 가운데 냉소적인 유머 등이 종종 베어나면서 할리우드산 대작 블록버스터와는 차별화를 도모한다. 동시에 최첨단 무기, 호쾌한 액션, 쾌감 넘치는 자동차 질주 등 흔히 첩보 영화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는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조직 내에서 '무능'하다고 낙인찍힌 인물들로만 구성된 '루저'(Looser)가 <슬로 호시스>의 주요 인물로 설정되었다는 것이다.

​낡고 평범한 가옥 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서류, 모니터 등으로 채워진 '슬라우 하우스'(Slough House)는 MI5 내에선 버림받다시피한 부서이다. 작전 중 큰 사고를 냈거나 알코올 중독, 불륜, 기타 성격 문제 등 정상적인 조직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요원들만 이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본부로 불러들여진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스스로 그만두거나 비밀 업무에 차출된 후 영영 사라진다.  

이 곳의 책임자는 잭슨 램(게리 올드먼 분). MI5 내의 전설적인 요원이었지만 어떤 일로 인해 이 곳에 온 후 그저 출근 후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시간만 때우는 믿기지 않는 일상 생활을 보내고 있다. 다른 요원들도 본부에서 맡기 꺼려 하는, 감시 대상자의 쓰레기통을 뒤진다거나 극우 성향 기자의 노트북 내 자료를 USB로 빼오는 업무를 맡는 게 기본이었다.

납치극 속 숨겨진 MI5의 더러운 행태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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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 왕성한 신입 요원 리버 카트라이더(잭 로던 분)가 특수 작전 훈련 도중 큰 실수를 범해 이 곳으로 내쳐지면서 <슬로 호시스> 속 사건은 좀 더 구체화된다. '앨비언의 아들들'이라는 단체가 파키스탄 유학생을 참수하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벌어진다. TV 방송을 지켜보던 램은 이 사건 뒤에 뭔가 흑막이 있음을 눈치챈다.   

​이어 리버가 슬라우 하우스로 보내지고 왜 기자의 동태를 파악하고 '루저'와는 거리가 먼 재능있는 요원 시드 베이커(올리비아 쿡 분)이 이곳에 발령되었는지가 하나의 끈으로 연결 되어 있었다. 그 중심에는 MI5의 야심만만한 부국장 다이애너 태버너(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가 존재하며 필요에 따라선 '슬라우 하우스' 요원 전체를 희생양 삼겠다는 의도를 산전수전 다 겪은 램이 꿰뚫어보게 된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테러, 납치 사건 등을 자작극 수준으로 구상하는 영국 정보 기관의 썩어 빠진 행태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간다. 회당 50분 안팎 6부작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슬로 호시스>는 영상이 재생되는 시간 동안 잠시도 한눈 팔 여유를 제공하지 않는다. 최첨단 무기·화끈한 액션이 없음에도 회를 거듭할 수록 극중 캐릭터들의 사연이 하나 둘씩 드러나며 납치극 이상의 음모, 사건을 예고한다.  

더 큰 음모가 도사리는 시즌2, 12월 공개 예정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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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호시스(느린 말)'은 낙오자를 뜻한다. 그럼에도 오합지졸로 여겨지던, 문제점 투성인 '슬라우 하우스' 내 요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낸다. 이 과정에서 여타 스릴러 물에 견줘 부족함 없는 탄탄한 이야기 구성, 긴박감 넘치는 연출, 출연진의 빼어난 연기가 멋진 조화를 이룬다.  

​시즌1 마지막회를 통해 램과 리버 할아버지(조나단 프라이스 분)의 추악한 과거사가 벗겨진 가운데 성공적으로 납치 사건을 해결한 '슬라우 하우스' 팀에겐 이제 또 다른 위기가 닥친다. 냉전 시대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줄 알았던 러시아 범죄 집단의 위협이 런던 전역을 덮치게 된 것이다. 위험에 빠진 램 이하 요원들의 활약상이 시즌 2에서 다뤄진다. 시즌2는 오는 12월 2일 전 세계 동시공개될 예정이다. 

​동서 화해 무드가 시작될 무렵 요원 네트워크가 무너지면서 동료를 여럿 잃게 된 램이 왜 절친을 자신의 손으로 없애야만 했는지, 슬라우 하우스의 고참 요원 캐서린(샤샤 리브스 분)은 왜 반역죄 혐의로 조사 대상이 되었는지 등 시즌1 속 궁금증이 어떻게 풀릴 지 관전 포인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슬로호시스 OTT 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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