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알쓸신잡> 시즌3의 한 장면
tvN <알쓸신잡> 시즌3의 한 장면tvN
 
같은 얘기를, 그것도 비판적인 피드백이 담긴 얘기를 반복해야 하는 건,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썩 유쾌하지 않다.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알아들을 것으로 여겨졌던 상대방의 '쇠귀에 경읽기'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이 씁쓸함은 발화자를 냉소적으로 만들어 마침내 입을 닫게 만든다. 그럼에도 한번 더 얘기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기다리시던 '알쓸신잡' 새로운 시즌이 시작됩니다."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4년 만에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처음 들었던 감정은 반가움이었다. (공백 기간에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알쓸범잡>이 방영됐다.) <알쓸신잡> 시즌3에 참여했던 김상욱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 시즌에 대한 정보를 언급했다. 

<알쓸신잡> 시즌4 제작이 이처럼 늦어진 까닭은 아무래도 출연진 섭외의 난항 때문이었으리라. 프로그램의 중심축이었던 유시민 작가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5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휘말리면서 방송 출연이 어려워진 점이 뼈아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MC 유희열이 표절 논란으로 자숙에 들어가면서 <알쓸신잡>으로서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판을 새로 짤 수밖에 없었을 텐데, 김상욱 교수에 따르면 새 시즌 프로그램명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을 줄인 <알쓸인잡>이다. MC는 장항준 감독과 BTS RM이 공동으로 맡게 됐고, 잡학박사로는 김상욱 교수를 비롯해 김영하 작가, 이호 교수, 심채경 박사가 출연하게 됐다. 유희열의 자리는 <알쓸범잡>에서 얼굴을 비췄던 장항준 감독이 채웠고, 기존 멤버인 김영하 작가가 합류하면서 안정감을 갖췄다. 무엇보다 BTS RM의 출연은 놀랍다.

<알쓸인잡>의 구성원들 면면을 살펴보며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면서도 짙은 아쉬움을 느꼈다. 그건 다름 아니라 출연진의 성비(性比) 불균형이었다. 공동 MC 체제가 되면서 출연진은 총 6명으로 늘었는데, 그중 남성은 5명이고 여성은 1명(심채경 박사)뿐이다. RM의 출연은 분명 신선하고 흥미롭지만, MC 2명이 모두 남성이라는 점에서 마냥 기뻐하기 어렵다.
 
 tvN <알쓸신잡> 시즌3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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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건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출연진 구성은 더욱 의아하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서 여성의 목소리를 이토록 축소한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 유희열의 빈자리를 장항준이 채우고, RM을 비장의 무기로 섭외한 것이라면 잡학박사의 비율을 조정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균형을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실 이와 같은 <알쓸신잡>의 행보는 지극히 일관적이다. 시즌1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유희열,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으로 5명 모두 남성이었고, 시즌2는 앞선 3명은 그대로 유지된 채 김영하 정재승이 유현준, 장동선으로 교체됐다. 역시 5명 모두 남성이었다. 시즌3에서야 비로소 여성 출연자(김진애)가 섭외됐다. 예능판의 성비 불균형에 대한 비판 여론을 수용한 것이었다. 

이러한 기조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알쓸범잡>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출연진 5명 중 여성은 한 명뿐이었다. (시즌1에서는 박지선 교수, 시즌2에서는 서혜진 변호사) 물론 두 사람이 일당백으로  활약하며 스토킹,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 취약 범죄에 대해 줄기차게 언급했고, 사회에 경각심을 불어넣었던 게 사실이나 여성 출연자가 혼자 고립된 양상은 불가피했다.

출연자 성비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제작진은 여전히 여성 출연자 1명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의식 자체가 없는 건지, 섭외에 어려움이 있는 건지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 됐든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제작과 구성, 편집 등에서 <알쓸신잡> 제작진의 노력과 고민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변함없는 고집(?)이 서운하고 안타깝다. 

출연자 구성이 다양해지면 훨씬 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현재까지 <알쓸신잡>은 '직업'을 통해 다채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지만, 거기에 남녀 성비를 맞추는 노력도 가미한다면 훨씬 더 깊은 인문학적 사유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시즌4는 이미 촬영을 시작했다고 하니, 훗날 제작될 시즌5에서 현실 세계에 부합하는 출연진 성비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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