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알쓸신잡> 시즌3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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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얘기를, 그것도 비판적인 피드백이 담긴 얘기를 반복해야 하는 건,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썩 유쾌하지 않다.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알아들을 것으로 여겨졌던 상대방의 '쇠귀에 경읽기'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이 씁쓸함은 발화자를 냉소적으로 만들어 마침내 입을 닫게 만든다. 그럼에도 한번 더 얘기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기다리시던 '알쓸신잡' 새로운 시즌이 시작됩니다."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4년 만에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처음 들었던 감정은 반가움이었다. (공백 기간에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알쓸범잡>이 방영됐다.) <알쓸신잡> 시즌3에 참여했던 김상욱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 시즌에 대한 정보를 언급했다.
<알쓸신잡> 시즌4 제작이 이처럼 늦어진 까닭은 아무래도 출연진 섭외의 난항 때문이었으리라. 프로그램의 중심축이었던 유시민 작가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5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휘말리면서 방송 출연이 어려워진 점이 뼈아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MC 유희열이 표절 논란으로 자숙에 들어가면서 <알쓸신잡>으로서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판을 새로 짤 수밖에 없었을 텐데, 김상욱 교수에 따르면 새 시즌 프로그램명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을 줄인 <알쓸인잡>이다. MC는 장항준 감독과 BTS RM이 공동으로 맡게 됐고, 잡학박사로는 김상욱 교수를 비롯해 김영하 작가, 이호 교수, 심채경 박사가 출연하게 됐다. 유희열의 자리는 <알쓸범잡>에서 얼굴을 비췄던 장항준 감독이 채웠고, 기존 멤버인 김영하 작가가 합류하면서 안정감을 갖췄다. 무엇보다 BTS RM의 출연은 놀랍다.
<알쓸인잡>의 구성원들 면면을 살펴보며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면서도 짙은 아쉬움을 느꼈다. 그건 다름 아니라 출연진의 성비(性比) 불균형이었다. 공동 MC 체제가 되면서 출연진은 총 6명으로 늘었는데, 그중 남성은 5명이고 여성은 1명(심채경 박사)뿐이다. RM의 출연은 분명 신선하고 흥미롭지만, MC 2명이 모두 남성이라는 점에서 마냥 기뻐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