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버지를 모른 채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노마 진(릴리 피셔)'은 정신병에 시달리던 엄마에게 학대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정신병원으로 이송된 후 그녀는 아버지가 할리우드에서 일했다는 말 한마디를 간직한 채 보육원에서 지내게 되고, 노마는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꿈을 키워 나간다. 이후 염색한 금발 머리와 섹슈얼리티가 두드러지는 외모를 무기 삼아 '마릴린 먼로(아나 데 아르마스)'로 거듭난 그녀는 스타덤에 오른다. 그러나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공허함 때문에 먼로는 남자에게 집착하기 시작하고, 아울러 스타로서 화제의 중심에 서야 하는 독특한 삶의 무게에 짓눌리면서 그녀는 마릴린과 노마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다.
앤드류 도미닉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아나 데 아르마스가 마릴린 먼로를 연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블론드>는 개봉 전부터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제7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이라는 점과 아나 데 아르마스의 높은 싱크로율은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반면 원작인 조이스 캐럴 오츠의 동명 소설이 논픽션이 아닌 소설이라는 점을 두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일례로 미국의 영화 평론가 그레이스 랜돌프는 이 작품을 "전기 영화인 척하는 강간 판타지"라며 평론을 거부했다. 마침내 공개된 <블론드>는 이처럼 상반된 기대와 우려가 모두 옳았음을 보여준 영화였다. 시대의 상징을 재해석하려는 감독의 야심은 그 자체로 인상적이지만, 야심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넘어 불쾌한 대목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포착한 마릴린 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