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상욱씨와 김규리씨가 프리젠터로 참여해 관심을 모았던 KBS의 추석 특집 다큐 4부작 <한식 연대기>가 지난 9월 22일로 종영했다. 음식 다큐인 <한식 연대기>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유례없이 급변한 한식을 정치, 인물, 경제, 문화의 시선으로 살펴보며 시청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한식 연대기> 4부로 다 풀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한식 연대기>를 연출한 김은곤 KBS PD를 지난 9월 28일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한식은 구분 짓기 굉장히 어려워"
 
 김은곤 KBS PD
김은곤 KBS PD이영광
 
- KBS 추석 특집 <한식 연대기> 4부작이 지난 22일로 끝났잖아요. 방송 마친 소회가 어때요?
"추석 특집으로 1, 2부가 나갔고 3, 4부는 약간 시간적인 텀을 두고 목요일과 그 다음 주 목요일에 방영됐어요. 사실 가장 좋은 편성은 추석연휴 때 4부작으로 나가는 거죠. 추석날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을 시점이라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 한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텀을 두고 방영이 돼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편성이 아쉬웠어요. 시청률은 전국 평균적으로 4% 약간 못 미치게 나왔네요. 그래도 인터넷 커뮤니티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많이 회자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식 연대기>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유례없이 급변한 한식을 정치, 인물, 경제, 문화의 시선으로 살펴본 다큐잖아요. 어떻게 이걸 제작하게 된 건가요?
"지금까지 음식 프로는 굉장히 많았어요. 사실 백종원으로 대표되는 음식 프로그램도 각 방송사마다 많이 방송됐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에서 음식 다큐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보면서 늘 아쉬웠던 부분들은 '한식'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한식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먹는 밥과 국, 반찬의 기본 틀에서 국밥이나 불고기, 비빔밥과 같은 외국에서 대표성을 갖는 한식으로 바운더리가 협소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우리가 먹고 있는 한식에서 시작하자! 우리가 지금 먹는 한식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먹는 음식들은 100년 전 조선시대 먹던 것과 천차만별로 많이 바뀌었죠. 안에 들어가는 식재료라든지 양념도 많이 바뀌었고요. 식민지의 영향과 미군정의 영향, 세계화 과정에서 수입 음식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면서 지금의 우리가 먹는 한식들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기획은 12부작이었어요. 개항 이후부터 시기별로 디테일하게 발전된 음식상들을 한번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아무래도 4부작으로 편성이 줄어들다 보니까 통사보다는 주제별 아이템으로 재분류된 측면이 있습니다."

- 그러면 PD님은 이거 하기 전에 한식을 어떻게 생각했어요?
"저도 똑같죠. 불고기, 김치, 쌀밥, 국 우리 집에서 먹는 밑반찬류 같은 것들이죠. 사실 배달 음식 메뉴만 시켜도 한식이 정해져 있잖아요. 거기 있는 음식들이 한식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 다큐 제작하면서 한식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한식은 구분 짓기 굉장히 어렵고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희가 다뤘던 주제 중에 '짜파구리는 한식인가'가 있는데 그런 범주들이 굉장히 많아요. 어떤 통계 조사에서 보면 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한국식 치킨이더라고요. 프라이드 치킨은 미국에서 유래한 건데 이게 한국 음식이 돼버린 거잖아요.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짜파구리도 마찬가지예요."

- 한식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디까지 한식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걸 저는 규정할 수 없다고 봐요.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 한식이지 않을까요. 한식의 협소한 범위는 우리 땅에서 난 식재료로 우리 전통의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개발돼 왔던 음식이죠. 근데 외국에서 들어오는 수입 농산물이 사실 주류가 되어 우리가 먹는 거잖아요. 그게 한식이 아니라고 할 수 없죠, 일단 1차적으로 그런 식재료의 범위가 넘어서졌고요. 두 번째로 외국에서 들어오는 갖가지 향신료 같은 소스들이 우리 식으로 개발이 되면 그게 우리만의 양념이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지금의 한식이 굉장히 바뀌었고요. 그래서 저는 4부의 주제 의식이 한식은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하는 단계이고 어쨌든 우리가 당연히 즐겨 먹고 만들어낸 음식을 한식으로 생각한 거죠."

- 그러면 우리가 지금 먹는 거는 모두 한식으로 봐도 될까요?
"모든 걸 다 한식으로 말하기에는 애매하죠. 사실 우리가 스시를 한식이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또 북경식 오리는 중식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죠. 다만 외국에서 발단이 된 음식이더라도 치킨이나 짜장면처럼 우리 한국인 식성에 맞게 변형된다면 일견 한식으로 보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춘천 닭갈비에 치즈를 얹은 새로운 메뉴가 개발이 되면 그게 한식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듯이 외국산 식재료, 외국산 레시피에서 출발했더라도 우리 식에 맞게 변주된 음식이면 한식의 범위로 포함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컵밥 인기 엄청나, 하루 매출만 2억"
 
 <한식 연대기> 포스터
<한식 연대기> 포스터KBS
 
- 배우 주상욱씨와 김규리씨가 프리젠터로 참여했던데 섭외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시대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까 예를 들어 1부 '정치의 맛'에서 대통령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과거 왕의 이미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대표적으로 주상욱씨는 이방원 역할을 했잖아요. 그리고 김규리씨는 100년에 어우러지는 시대별 여성의 이미지를 드라마 타이즈로 대입시키기에 잘 어울렸던 배우였던 것 같아요."

- 외국에서 한국 음식은 인기가 많나요?
"엄청 인기가 많더라고요. 저희가 취재를 사실 많이 하지 못했는데 대표적으로 컵밥을 취재했어요. 미국에 컵밥이 들어간 지 한 3~4년 됐다고 들었어요. 컵밥이 별 게 있겠어요. 그냥 조그마한 그릇에 다양한 소스들을 넣고 파는 거잖아요. 근데 외국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다고 해요. 그래서 미국 유타주부터 시작해서 미국 전역에 40여 개 매장이 퍼졌고 하루 매출만 2억 원 정도 나가고, 컵밥이 대표적이죠. 또 치킨 같은 건 지금 코리아타운에서 엄청 핫하다고 하더라고요."

-  한식의 매력은 뭘까요?
"규정할 수 없는 거죠.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거 같아요. 외국의 음식들은 규격화된 레시피가 있어요. 근데 한국 음식은 사실 그런 게 없잖아요. 어머니 손맛이라는 것처럼 된장찌개를 끓일 때 두부를 넣기도 하고 어디서는 다른 게 들어가기도 하고 되게 다양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된장찌개 하나도 굉장히 종류가 많듯이 저는 규정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한식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1부가 정치와 한식이고 2부는 한식과 여성이죠. 3부는 한식이 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고 마지막으로 4명의 토크로 구성했는데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4부작으로 결정이 되면서 이걸 시기별로 나누는 건 너무 식상한 방향이 될 것 같아서 고민 끝에 바뀐 게 주제별이었어요. 한국의 현대사를 대표하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정치죠. 그 정치가 만들어낸 우리 필부들의 민중사, 경제사는 당연히 산업화의 과정에 따라서 굉장히 바뀌었기 때문에 대량 생산 시스템이 만든 한식, 그리고 올림픽 이후 개방된 문화가 만든 변화. 이런 것들이 우리 한식을 바뀐 주 요인이 아닐까 해서 각 주제별로 개성있게 구성을 했습니다."

- 1부에서 정치와 한국을 얘기했잖아요. 정치인 세 분이 나오잖아요. 왜 그분들을 섭외한 거예요?
"정치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현직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필수적이라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생각했고요. 가장 대중적인 각 정당의 대표인사들을 섭외하기 위해 고민했어요. 현직 시장부터 국회의원, 전직 국정원장까지 정치적인 색깔을 바탕으로 골고루 접근했고요. 마침 홍준표 시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심상정 국회의원 세 분은 4선 의원 이상 정치적인 경력을 가진 공통분모가 있었고, 재밌는 게 각자 출신이 검사, 노동운동가, 재미 사업가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었어요.

1970~1980년대 시대상을 다루기에 풍부한 경험들이 정치의 맛에 잘 녹여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보릿고개 시절의 경험부터 구로공단 짠밥 이야기, 그리고 재미교포시절 외국인들이 바라봤던 한국인에 대한 차별까지 그런 경험들을 잘 풀어냈기에 조금은 더 입체적인 시각으로 정치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한식 연대기>의 한 장면
<한식 연대기>의 한 장면KBS
 
- 3부가 재밌더라고요. 한식 주식회사잖아요. 한식의 산업화 전환점이 햇반인 것 같아요.
"이게 산업화의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사실 햇반이 그렇게 나오게 된 것도 오래되지는 않았죠. 예전에 누가 물을 사 먹냐고 했었던 것처럼 밥도 누가 사 먹냐고 했었는데 지금은 간편하게 사 먹는 시대가 된 거잖아요. 산업적인 측면은 우리 먹거리를 되게 풍성하게 하거나 편리성에 굉장히 강한 영향이 있는 거죠."

- 재밌게 본 게 치킨 이야기예요. 치킨이 한식으로 분류된다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치킨을 한식으로 생각해봤나요?
"치킨을 한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 1위에 치킨이 올라왔다고 하니까 저도 거기서 재미를 느껴서 치킨은 한식인가를 했죠. 원조는 미국이에요. 근데 한국 사람들이 만들어낸 치킨이 있어요. 양념치킨이죠. 양념치킨은 외국에 없어요. 치킨에 양념할 생각을 한 게 재밌는 거죠.

치킨이 대표적으로 단짠 음식이잖아요. 외국인들이 단짠음식을 되게 좋아해요. 근데 이게 오히려 한국에서 개발되니 역수출되죠. 그리고 외국은 치킨을 즉석에서 만들어 팔진 않아요. 예를 들어서 KFC 같은 데 보면 만들어져 있는 걸 뜨겁게 데워 파는 거지 즉석에서 튀겨서 팔지 않거든요. 근데 외국 사람들이 한국의 치킨을 먹으니까 굉장히 바삭바삭하고 맛있다는 반응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4부에 나왔던 내용이에요."

- 한식이라는 게 재밌네요.
"재밌죠. 한식을 정부에서 세계화 하겠다고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께서 하셨잖아요. 정부가 떡볶이, 막걸리 등 한식을 대여섯 가지 지정했는데 그때 막 수백억 예산을 들여서 지원했지만 지금은 다 없어지거나 희석됐죠. 저는 그렇게 봐요. 한식은 정부가 간섭하면 안 되는 영역이죠. 문화 현상처럼 한식도 세계적으로 자연스럽게 현지화 돼가는 과정이 한식의 세계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정부는 지원해 주는 역할을 많이 해야 될 것 같고요."

-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뭘까요?
"각 편마다 메시지가 다 있긴 해요. 한식이라는 건 굉장히 창조적이고 끊임없이 우리 민족의 손맛에 의해서 변화되고 발전돼 왔던 하나의 문화 현상이다는 걸 좀 얘기하고 싶었어요. 각 부별로 얘기를 하면 1부는 과연 정치가 국민들을 배부르게 했는가죠. 배부르게 했던 것도 있고 또 어떤 음식 같은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던 부분들이 있는 거죠. 그래서 현재 우리는 과연 정치에 의해서 만족하고 사는가란 얘기를 하고 싶었고요.

2부에서는 다양한 정치, 경제, 문화적인 현상들이 수많은 필부의 삶을 통해서 얼마나 현실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가에 초점을 뒀고요. 3부는 식품 산업사니까 과연 한식이 얼마나 산업적인 가치로 성장했을까예요. 순수하게 돈만 가지고 생각하자는 거죠. 그래서 한식 주식회사라는 타이틀로 했고요. 4부 같은 경우에는 굉장한 찬란한 한식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양하게 문화적으로 융성하고 해외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의 가장 찬란한 실상을 보여주자는 거죠.

전체적으로 주제는 우리가 먹는 한식이란 무엇일까예요. 그게 시청자들한테 던져주는 질문인 거고 저희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한식은 손맛과 문화에 의해서 끊임없이 변화되고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세요.
"노력을 가상하게 봐달라고 하고 싶은데 이게 다들 뭐 보는 사람마다 깊이가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었고 정치, 경제, 인물, 문화 편으로 보는 게 억지가 좀 있지 않냐고 해요.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한 번도 이렇게 만들어본 음식 다큐는 없는 것 같아요. 그저 화려하고 맛있게 소비되는 음식 프로그램의 방식은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음식의 종류로 국한된 시점을 벗어나자는 거였죠.

마지막으로 단순한 시대 아카이브만으로 얘기하는 것도 벗어나려고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이런 테마로 나눠졌는데 이렇게 시도를 저희가 했으니까 다음에 또 더 발전돼서 만들어지는 음식 다큐가 있다면 이런 굴곡진 한국사를 더 자연스럽고 깊이 있게 다뤄줄 수 있을까 하죠. 물론 이게 레귤러가 되면 가장 좋겠지만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 중복 게재합니다.
김은곤 한식 연대기 치킨 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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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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