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곤 KBS PD
이영광
- KBS 추석 특집 <한식 연대기> 4부작이 지난 22일로 끝났잖아요. 방송 마친 소회가 어때요?
"추석 특집으로 1, 2부가 나갔고 3, 4부는 약간 시간적인 텀을 두고 목요일과 그 다음 주 목요일에 방영됐어요. 사실 가장 좋은 편성은 추석연휴 때 4부작으로 나가는 거죠. 추석날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을 시점이라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 한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텀을 두고 방영이 돼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편성이 아쉬웠어요. 시청률은 전국 평균적으로 4% 약간 못 미치게 나왔네요. 그래도 인터넷 커뮤니티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많이 회자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식 연대기>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유례없이 급변한 한식을 정치, 인물, 경제, 문화의 시선으로 살펴본 다큐잖아요. 어떻게 이걸 제작하게 된 건가요?
"지금까지 음식 프로는 굉장히 많았어요. 사실 백종원으로 대표되는 음식 프로그램도 각 방송사마다 많이 방송됐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에서 음식 다큐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보면서 늘 아쉬웠던 부분들은 '한식'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한식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먹는 밥과 국, 반찬의 기본 틀에서 국밥이나 불고기, 비빔밥과 같은 외국에서 대표성을 갖는 한식으로 바운더리가 협소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우리가 먹고 있는 한식에서 시작하자! 우리가 지금 먹는 한식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먹는 음식들은 100년 전 조선시대 먹던 것과 천차만별로 많이 바뀌었죠. 안에 들어가는 식재료라든지 양념도 많이 바뀌었고요. 식민지의 영향과 미군정의 영향, 세계화 과정에서 수입 음식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면서 지금의 우리가 먹는 한식들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기획은 12부작이었어요. 개항 이후부터 시기별로 디테일하게 발전된 음식상들을 한번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아무래도 4부작으로 편성이 줄어들다 보니까 통사보다는 주제별 아이템으로 재분류된 측면이 있습니다."
- 그러면 PD님은 이거 하기 전에 한식을 어떻게 생각했어요?
"저도 똑같죠. 불고기, 김치, 쌀밥, 국 우리 집에서 먹는 밑반찬류 같은 것들이죠. 사실 배달 음식 메뉴만 시켜도 한식이 정해져 있잖아요. 거기 있는 음식들이 한식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 다큐 제작하면서 한식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한식은 구분 짓기 굉장히 어렵고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희가 다뤘던 주제 중에 '짜파구리는 한식인가'가 있는데 그런 범주들이 굉장히 많아요. 어떤 통계 조사에서 보면 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한국식 치킨이더라고요. 프라이드 치킨은 미국에서 유래한 건데 이게 한국 음식이 돼버린 거잖아요.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짜파구리도 마찬가지예요."
- 한식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디까지 한식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걸 저는 규정할 수 없다고 봐요.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 한식이지 않을까요. 한식의 협소한 범위는 우리 땅에서 난 식재료로 우리 전통의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개발돼 왔던 음식이죠. 근데 외국에서 들어오는 수입 농산물이 사실 주류가 되어 우리가 먹는 거잖아요. 그게 한식이 아니라고 할 수 없죠, 일단 1차적으로 그런 식재료의 범위가 넘어서졌고요. 두 번째로 외국에서 들어오는 갖가지 향신료 같은 소스들이 우리 식으로 개발이 되면 그게 우리만의 양념이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지금의 한식이 굉장히 바뀌었고요. 그래서 저는 4부의 주제 의식이 한식은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하는 단계이고 어쨌든 우리가 당연히 즐겨 먹고 만들어낸 음식을 한식으로 생각한 거죠."
- 그러면 우리가 지금 먹는 거는 모두 한식으로 봐도 될까요?
"모든 걸 다 한식으로 말하기에는 애매하죠. 사실 우리가 스시를 한식이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또 북경식 오리는 중식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죠. 다만 외국에서 발단이 된 음식이더라도 치킨이나 짜장면처럼 우리 한국인 식성에 맞게 변형된다면 일견 한식으로 보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춘천 닭갈비에 치즈를 얹은 새로운 메뉴가 개발이 되면 그게 한식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듯이 외국산 식재료, 외국산 레시피에서 출발했더라도 우리 식에 맞게 변주된 음식이면 한식의 범위로 포함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컵밥 인기 엄청나, 하루 매출만 2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