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사라지는 것들>을 만든 김창수 감독
김진수
허름하고 스러져 가는 집들만 남은 재개발 지역. 죽은 길고양이 위로 파리떼가 들끓고 있다. 고양이를 발견한 사람은 이곳에 사는 여성 독거노인. 그는 고양이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노랭이'라고 적힌 팻말을 세운다. 이 노인이 그렇게 묻어준 고양이가 이미 여러 마리. 그렇게 홀로 지내던 노인은 어느 날 종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간다. 길고양이들이 상여를 매고 지나가고 있다.
애니메이션 <사라지는 것들>은 10분 분량의 단편이다. 길지 않은 작품이지만 쓸쓸한 독거노인과 길바닥에서 죽은 길고양이의 짧은 만남을 통해 소외된 것들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어딘가 닮은 이들은, 말 한마디 없이 서로의 마지막을 보듬는다.
<사라지는 것들>은 올해 세계 최대 규모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단편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데 이어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8월 대구단편영화제 등에서 상영됐다. 캐나다 판타스틱 국제영화제에서는 단편 부문 은상을 받았다. 지난 22일 개막한 서울인디애니페스트 독립보행 부문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4일 만난 김창수(50) 감독은 "독거노인과 길고양이는 소외된 존재지만 그들이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관계가 생기면서 어떤 존재에게도 의미 없는 삶은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세상에서는 보잘것없이 살았을 수 있지만 하나의 존재로 본다면, 내가 했던 선의의 행동으로 다른 존재들에게 위로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있다"고 했다.
"혼자 죽는 것에 대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