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솔직히 (X한테) 마음이 별로 있지도 않았거든? 그런데 걔가 다른 사람이 생기니까 힘들더라고, 나는 진짜 쓰레기인가 봐."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2>에서 한 여성 출연자는 뒤늦게 합류한 X(전 연인)가 다른 이성을 만나는 모습에 질투를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도 새로운 사랑에 설레면서도 동시에, 헤어진 연인에게 질투하게 되는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전 연인과 새로운 인연 사이에서 느끼는 청춘들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환승연애>가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해 6월 첫 시즌을 공개한 <환승연애>는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만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촬영한다는 신선한 기획으로 인기를 끌었다. 1년여 만에 시즌2로 돌아온 <환승연애2>는 첫 회부터 지난 시즌 대비 시청 UV(순 이용자수)가 7배 이상 증가하는 등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13일 오전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진주 PD를 만났다.

헤어진 네 쌍의 연인들은 서울 평창동에 마련된 숙소에서 3주간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동안 출연자들은 헤어진 X에게 다시금 흔들리기도 하고, 또 다른 이성에게 호감을 보이기도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의 파고를 겪는다. 이를 보며 시청자 역시 자연스럽게 이들에 공감하게 된다.

이 PD는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이끌어 낸 배경에 대해 "시청자 분들이 자신의 지난 연애, 전 연인을 대입하면서 봐주시는 것 같다. 저희로서는 가장 감사한 반응"이라며 인기 비결로 솔직한 출연자들을 꼽았다. 이어 "자신의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시는 출연자분들 덕분에 시청자가 그 사람을 이해하고 더욱 (프로그램에) 몰입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몰입으로 인해 일부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을 향한 거센 비난을 쏟아내기도 한다고. 실제로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이나 출연자들의 SNS에 적지 않은 악플이 빗발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이진주 PD는 "무분별한 조롱이나 말도 안 되는 악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제작진 차원에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출연자들에게도 강력한 조치를 취해도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다 보고나면 출연자들을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이해할 수 있을텐데 회차가 단계별로 공개되니까 비난을 할 때도 있는 것 같다"라며 "출연자들이 드라마 속 캐릭터가 아니지 않나. 드라마라면 캐릭터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현실의 사람들이다. 어떤 날에는 훌륭한 면을 보여주다가도 어떤 날에는 감정에 휩싸여서 실수를 하기도 한다"고 출연자들을 두둔했다.
 
티빙
 
한동안 도마에 올랐던 숙소 위생 문제 역시 이진주 PD는 제작진의 탓으로 돌렸다.

출연자들이 청소에 소홀하거나 지저분한 모습이 카메라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비난을 샀던 것. 이진주 PD는 "그 부분은 제작진이 미흡했다. 그런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야 했다"라며 "무조건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출연자들에게 최대한 개입하지 않았고 그 부분을 불편해하실 것이라고 미처 예상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특성상 출연자들의 아름답고 좋은 모습만 담을 수는 없다. 이진주 PD는 "상대방의 감정이 변하는 상황은 출연자가 조금 미워보이더라도 최대한 편집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사건, 출연자의 어떤 발언이나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의 감정이 변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을 (편집으로) 삭제하기 어렵다. 그걸 삭제하면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 되거나, 감정이 널뛰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에게 관심이 가던 사람이 A의 어떤 발언으로 인해 B에게로 마음이 옮겨갔다면, A의 해당 발언을 삭제한다면 그 사람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 이런 부분에 대해 촬영현장에서 출연자들에게도 여러 번 말씀드렸다. 편집으로 삭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당신의 어떤 발언이나 행동으로 상대방의 감정이 변하는 계기가 된다면, 조금 미워보이더라도 살리게 될 것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위 조절은 염두에 두고 있다."

촬영에 임하는 출연자들의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나 눈물을 보이는 때도 많다. 이진주 PD는 제작진들이 현장에서 출연진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감정 조절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부분도 많고 현장에서 신경 쓰는 부분도 많다. (출연자들이) 힘들어 할 때 수시로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눈다. 예를 들어, 다들 데이트로 외출했는데 누군가 혼자 집에 있을 때 제작진과 나가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면서 기분을 풀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최대한 출연자들이 촬영기간 동안 좋게 지낼 수 있게끔 도와드리는 게 저희 일이다. 특히 토킹룸에서 (성)해은씨가 많이 울고 힘들어해서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저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최대한 풀었고 서로 이해하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헤어진 연인을 붙잡고 싶은 성해은과 이미 새로운 사람과 가까워지기 시작한 정규민의 서사는 <환승연애2>의 주요한 포인트다. 특히 규민과 다른 여성 출연자가 함께 데이트를 떠나는 모습을 배웅한 해은이 혼자 남아 거울을 보며 눈물을 터트리는 장면은 유튜브 클립 동영상으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진주 PD는 그 장면에 대해 "시청자들이 내 앞의 사람을 실제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길 원했다"라고 말했다.

"그 장면은 롱테이크로 편집했는데, 그 이유는 시청자들이 실제로 저 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방송으로 보는 건 물론 편집된 화면이고 실제 시간이 아니라는 걸 (시청자도) 알고 있겠지만, 편집점 없이 쭉 보여주면 그게 내 앞에 어떤 사람을 실제로 바라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출연자들의 감정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티빙
 
한편 이번 시즌2에서는 촬영 도중 출연자가 규칙 위반으로 퇴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7월 22일 공개된 3회에서 여성 출연자 최이현의 갑작스러운 퇴소가 알려지고, 이후 5회에서 그의 전 연인이었던 선민기까지 자진 하차를 결정하면서 다른 출연진들은 상실감에 한동안 괴로워 했다.

이진주 PD는 "리얼리티니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백지화 하고 다시 촬영할 수 없는 문제였다. 어떻게 해야하나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두 분이 촬영장에서 며칠 동안 출연자들과 나눈 감정이 있고 거기에 영향을 받은 분들이 상실감을 느끼기도 했다. 저희 제작진은 (두 사람의 분량을) 완전히 삭제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사실대로 방송에 오픈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결정했다. 오히려 이 변화를 출연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최대한 보여드리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이현의 규칙 위반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공개하지 않음으로 인해 다양한 추측이 난무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출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을 아꼈다.

채널A <하트시그널>과 <환승연애> 시리즈가 연이어 성공을 거두면서, 비슷한 콘셉트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예인으로 데뷔하고 싶거나 SNS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서 나오는 게 아니냐며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제작진으로서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출연자를 섭외하고 선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이에 대해 이진주 PD는 오히려 "그런(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이 전혀 없는 사람은 방송에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농도의 문제라는 답을 내놓았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들 중에 누군가는 유명인이 되고 싶다거나 SNS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지. 오히려 그런 욕망이 아예 없는 사람이라면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분들의 진정성은 농도, 퍼센티지의 문제다. 저희 제작진은 자신의 지난 연애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마음의) 퍼센티지가 높은 분들을 선호했고 그 기준으로 출연자를 추렸다. 시즌1을 제작하면서는 과연 섭외가 될까 우려하기도 했는데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답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한 세대여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세대가 달라졌고 요즘은 자기 경험에 솔직하고 연애를 드러내는 것도 거부감이 없더라. 그렇게 시대가 바뀌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
환승연애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