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률 평론가가 쓴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 한국 영화 속 분단 이야기>
열린책들 제공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에 따르면 분위기가 바뀐 것은 1980년대 민주화 투쟁 이후였다. 유신정권과 신군부를 겪으면서 대결의 원인이자 분단의 뿌리로 돌아가서 갈등 상황을 분석한 작업의 대표적인 결과물이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이나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이었다.
두 영화는 빨치산들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냉전 시기를 탈피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지영 감독의 경우 1987년 6월항쟁 당시 영화인들의 시국선언을 주도하며 숨겨왔던 색깔을 드러낸 것이었고, 임권택 감독은 1980년대 젊은 영화인들이 따르던 진보적이고 의식 있는 감독이었다.
강성률 평론가는 저서에서 "두 영화에는 친일과 반일, 지주와 농민, 외세와 자주 등의 이항대립이 등장하는데, 남북을 이항대립 구도 속에 위치시키면서 분단과 한국전쟁 시기를 살피려 한 것은 이전 한국영화에 전혀 볼 수 없었고, 이후에도 등장하지 않았다"며 "투철한 이념을 갖고 빨치산이 된 이들을 객관적이면서 내재적으로 이해하려 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2000년대 들어 6.15 남북정상회담을 전후로 생겨난 변화는 경제였다. 이념적 대결이 끝나고 경제적 대결에서도 패배해 인민들이 굶어죽는 북한을 옹호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분단 영화는 남북 관계를 이념과 체제가 아닌 경제와 윤리 문제로 접근한다. <간첩 리철진>(1999) 남파 간첩이 공작금을 강도 당하고, <그녀를 모르면 간첩>(2004)에서는 고정간첩이 공작 활동 대신 학생들에게 불량식품을 팔고,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식이다.
동생으로 나오는 꽃미남 북한 요원
2010년 이후에는 인물에서도 변동이 생긴다. 강성률 평론가는 강동원, 하정우, 김수현, 공유, 현빈, 정우성, 주지훈 등 톱스타 꽃미남 배우들이 북한 요원을 맡은 것을 "기이한 현상"이라며 주목했다. 2008년은 이명박 정권이 북한과 대립하는 정책을 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2010년에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강성률 교수는 꽃미남 톱스타 배우가 북한인으로 출연한 흥행작으로 하정우 <베를린>, 김수현 <은밀하게 위대하게>, 공유 <용의자>, 이병헌 <백두산> 등을 제시하며 이들 영화는 400만~800만 관객은 성공했지만 천만 영화는 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립 관계는 남북보다는 북한인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것도 눈에 띈다. 악역을 북한 내부로 설정해 착한 북한인과 나쁜 북한인 구도를 만든다. <베를린>에서는 북한 고위 간부의 아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교관, <용의자>는 탈북자, <백두산>은 북쪽 백두산에서 폭발한 화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