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지난 12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스피츠였다. 독일이 원산지인 스피츠는 차우 차우, 포메라니안, 사모예드와 같은 북방견의 한 무리이다. 뾰족한 얼굴과 쫑긋한 귀, 폭신폭신한 털의 스피츠는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녔다. 과거에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쾌활하고 영리한 성격에 온순한 편이라 기르기 쉬운 반려동물이다. 반면, 용맹하고 강한 경계심을 보이기도 한다.
11년 지기 친구 사이인 보호자들은 2달 전부터 동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원래 같은 건물의 위 아래층에 살며 이웃으로 지내다가 좀더 넓은 집으로 옮기기로 의기투합했다는 것이다. 3교대 간호조무사인 그들은 직업 특성상 반려견을 혼자 두고 집을 비우기 일쑤라 같이 살면 번갈아 케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뜻이 맞았다. 하지만 동거 생활은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평화롭게 TV를 보고 있던 보호자들은 시월이의 급발진에 당황했다. 시월이는 아무 때나 으르렁거렸고, 화가 풀릴 때까지 두문불출했다. 관심을 돌리려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보호자는 "8년째 개춘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눈치를 봤다. 시월이는 하우스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경계했고, 보호자의 손을 향해 입질을 했다. 방심하고 있던 보호자는 어김없이 손을 물리고 말았다.
시월이는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보호자가 귀가하자 함께 살고 있는 비글 믹스 네트(암컷, 2살)은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 했지만, 시월이는 곧바로 경계 모드에 들어갔다. 하우스 앞에 놓여 있던 셔츠에 대해 소유욕을 보였다. 보호자가 다가가자 가차없이 발을 공격했다. 예전에는 음식에만 집착했다면, 최근에는 옷, 담요, 사인펜, 인형 등 집 안의 모든 물건에 집착했다.
또, 보호자 친구의 손을 물어 인대가 파열될 정도의 심각한 상처를 입힌 적이 있었다. 보호자는 시월이의 공격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 사고였다며 고개숙였다. 한편, 보호자는 시월이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밥그릇을 떠받들고 있었다. 상전이 따로 없달까. 보호자는 밥그릇을 들어준 지 벌써 2~3년이나 됐다며, 밥그릇을 내려 놓으면 그마저도 지키려 들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혹시 밥그릇을 들어주는 행동과 반려견의 소유 공격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닐까. 캐나다 온타리오주 궬프 대학교의 연구(소유욕이 있는 반려견 3589마리를 대상)에 따르면, 8~16주 사이에 보호자가 음식을 손으로 먹여줄 경우에 소유 공격성 발생 확률이 2.2배나 높았다고 한다. 반면, 사료 그릇에 배식할 경우 0.6배 낮아졌다.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요. 개가 혼자 저렇게 되기 힘들어요. 아마 보호자님이 측은지심이 좀 있으실 거예요." (강형욱)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 훈련사는 보호자와 함께 영상을 보며 문제 행동 파악에 들어갔다. 강형욱은 옆에 지나가는 것조차 허락을 받는 보호자의 모습에 "시월이한테 위축되어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시월이가 원하는 건 긴장감을 만드는 것인데, 난처해하는 보호자의 모습에 재미를 느꼈을 거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바로 시월이가 하는 으르렁의 목적이었다.
시월이가 옷에 집착하는 상황에서 물릴까 조심스러워하는 보호자의 모습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시월이는 옷을 밟은 보호자를 공격했고, 이어 성공적으로 옷을 쟁취했다. 이를 통해 으르렁거리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걸 학습했다. 이때 보호자는 시월이에게 화를 내거나 제지하기보다 네트를 막기에 급급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둘 사이의 싸움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강형욱은 그 '오해'에 대해 설명했다. 네트는 보호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고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강형욱은 "시월이의 자극이 네트를 예민하게 반응하게 하는 것 같"다며 둘의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고 솔루션했다. 네트를 위해서 네트 보호자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시월이는 당분간 거실에서 지내도록 했다. 또, 애정 편식을 하는 시월이에게 결핍을 가르쳐 줄 것을 조언했다.
보호자 리더십 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