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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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는 약 2500여 명에 이르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으며 <최강야구> 역대 최다관중을 기록했다. 국민타자의 홈그라운드답게 대부분이 이승엽의 지인이거나 초대받은 지역 유소년 야구 선수단으로 남다른 스케일을 과시했다. 이승엽 감독은 1번 정근우(2루수)-2번 류현인(유격수)-3번 박용택(중견수)-4번 윤준호(포수)-5번 이택근(지명타자)-6번 정의윤(좌익수)-7번 이홍구(1루수)-8번 서동욱(우익수)-9번 최수현(3루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놀랍게도 심수창이 낙점됐다. 단장인 장시원 PD는 심수창의 현역 시절 라팍에서 승리투수가 된 경험이 전무하다는 기록을 언급하며, 만일 이날 승리투수가 된다면 "2186일 만의 선발승"이라고 언급했다. 이승엽 감독은 어이없어하며 "야구를 안 한 거냐?"라고 짓궂은 농담을 던져 심수창을 당황하게 했다.
심지어 전광열 경남고 감독이 "유희관-송승준이 나오면 이기기 힘들지만, 심수창-이대은이 나오면 자신있다"는 팩트폭행까지 날린 사실을 전해들은 <최강야구> 선수단은 일제히 박장대소했다. 지난 경기 이후 유력한 방출후보로까지 거론된 심수창은 "관중도 많이 오고, 몇 번의 부진이 있었기에 오늘을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며 절치부심했다. 의외로 심수창은 현역 라팍에서 승리투수 경험은 없었지만 자책점 0.87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황금사자기 우승팀인 경남고는 신영우-김정민-김범석 등 U-18 청소년 국가대표를 다수 보유한 고교야구 강팀이었다. 장 PD가 이승엽의 경기 출전 여부를 묻자 이승엽은 웃으며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어깨 상태가 좋지않아 우려를 자아냈던 선발 심수창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최대한 맞춰잡는 피칭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프로의 노련미를 보여줬다. 1회를 모두 뜬공으로만 삼자범퇴시킨 심수창은 2회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했으나 후속 타자에게 2루수 앞 땅볼로 병살플레이를 유도해내며 기사회생했다.
고비를 넘긴 몬스터즈는 2회말 하위타선에서 반격에 나섰다. 계속된 부진으로 4번에서 6번까지 강등된 정의윤이 볼넷을 얻어낸 데 이어 이홍구가 경남고 선발 박윤성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투런포를 작렬했다. 이홍구에게는 몬스터즈에서의 첫 홈런이었다.
그동안 부진과 원인불명의 입스 증상 등으로 유난히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홍구는 "여러 감정이 많이 올라왔다. 프로에서는 그런 감정을 잘 못 느꼈는데 여기서는 같이 조언도 많이 듣고 잘하자는 격려도 받았다"라고 밝히면서 "'아직도 야구를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이홍구는 수비에서도 뛰어난 송구와 포구 능력을 잇달아 보여주며 강력한 경기 MVP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몬스터즈에게 또다른 고비가 찾아왔다. 경남고는 3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박윤성의 뒤를 이어 4회부터는 드디어 에이스인 '괴물' 신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프로구단의 유력한 관심을 받고있는 기대주인 신영우는 '파이어볼러'답게 첫 연습투구부터 무려 149 km/h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며 대선배들을 놀라게 했다.
신영우는 첫 타자 이택근부터 삼진으로 돌려세운 데 이어 두 번째 타자인 정의윤을 상대할 때는 <최강야구> 사상 최고 구속인 154 km/h를 기록했다. 이승엽 감독은 "스피드건이 잘못된 게 아니냐"며 깜짝 놀랐고, 몬스터즈 선수들도 "배트가 공에 밀리는 게 눈에 보였다", "브레이크가 엄청 좋다", "역시 최대어다"라며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신영우는 강속구만이 아니라 변화구까지도 수준급으로 구사했다. 특히 김선우 해설위원은 신영우의 너클 커브를 높이 평가하며 "빠른 공은 던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구까지 이렇게 구사한다면 프로에서도 A+를 받을 수 있다"며 극찬했다.
신영우는 4회에 볼넷을 하나 내주기는 했지만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고교 최대어의 위용을 과시했다. 이어 경남고는 5회초 심수창-이대은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올라온 유희관을 공략하여 적시타로 한 점을 만회하는 데 성공하며 1-2로 몬스터즈를 압박했다. 150 km/h대 광속구를 과시한 신영우와는 정반대로 느리지만 정교한 제구력으로 승부한 유희관의 피칭이 흥미로운 대조를 이뤘다. 유희관은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다행히 추가실점 없이 리드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1756일 만에 타석에 선 이승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