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수리남>의 한 장면.
넷플릭스
강인구란 캐릭터를 이루는 요소들은 K-가장, 가난이 싫은 소시민성, 그리고 약간의 마초성과 성공에의 욕망 등이다. 유흥주점에서 행패를 부리는 경찰 공무원을 때려 눕힌 뒤 수리남행을 결정한 강인구는 이때부터 자기 욕망에 충실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가 일종의 '언더커버'를 수락하는 것도 그때문인데, 거기에 더해 천문학적인 현금이 오고가는 범죄 현장과 연기(언더커버)에의 매혹도 부정할 수 없는 요인으로 기능한다.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톰 크루즈 주연 <아메리칸 메이드>도 비슷한 묘사가 등장한다. 항공기 파일럿이던 주인공이 CIA의 제안을 받고 에스코바르 카르텔의 마약을 운반하면서 겪는 흥망성쇠와 범죄 및 금전에의 매혹이 바로 그것이다. 그 매혹이야말로 강인구의 자기인정 욕구를 채워주는 열쇠말이라 할 만하다. 1화 초반 강인구의 전사를 꽤 공을 들여 구축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고.
또 <수리남>이 출중한 덕목 중 하나는 과잉이나 전시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요환의 악행을 묘사함에 있어 쉬이 빠질 수 있는 폭력의 전시가 <수리남>엔 거의 없다. 익히 예상할 법한 요란한 갱단 간 혈투도 전체 구성에 있어 꼭 필요할 때 써먹는 식이다.
그러니까 단단한 장르 법칙 안에서 구조와 캐릭터 구축에 훨씬 더 공을 들였다. 그 액션신의 빈도가 제작비나 제작 환경에 정비례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동종 할리우드 시리즈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반면 남미 마약 마피아 서사를 공유하는 <남부의 여왕>처럼 극과 표현 전부를 멜로 드라마화시키거나 과잉의 미학을 동력으로 삼는 '오버'와는 단호히 거리를 둔다.
언더커버 및 스파이 장면에서의 긴장감 역시 윤종빈 감독의 전작 <공작>을 뛰어넘는다. 끝끝내 의심하는 전요환과 어떻게든 속여서 금전을 획득하고자 하는 강인구, 그리고 3년 동안 전요환을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최창호 심리전이 2화 이후 거의 매회 외줄타기식으로 펼쳐진다. 그 사이사이 강인구의 변호사 데이빗 박(유연석), 한국계 중국인이자 강인구의 심복인 전도사 변기태(조우진) 등을 배치하고 부각시키는 설정 자체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역시나 국정원 '언더커버'라는(황정민이 역할을 뒤바꾼) 설정을 공유하는 <공작> 속 긴장감의 경우, 남북 대치 관계라는 한국적 특수성에 기댄 측면이 강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남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수리남>은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훌쩍 뛰어 넘어 버렸다.
애초 <수리남>은 장편영화로 기획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6부작 시리즈로 방향을 튼 기획으로 알려졌다. 혹자들이 한 편의 영화로 만들었다면 좀 더 박력이 넘쳤을 거란 평가를 내놓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기엔 <수리남>은 욕심이 많은 시리즈이기도 하다. 일례로, 6화 속 정글을 비행하는 헬기를 통한 검거 장면의 경우 K-드라마에선 절대 볼 수 없었던 도전임이 틀림 없다. <수리남>의 시각적 욕망은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장면을 통해 효과적으로 승화되는데 120분 안팎이나 140여 분이란 상영시간에 이를 배분했다면 분명 두 가지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시각적 장쾌함이 빈곤하거나 서사 구축이 빈약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