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김희선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저는 권선징악이 좋다. 잘못한 사람은 죗값을 받아야지. 요즘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 같더라. 진유희에게 복수하면서 통쾌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에서 김희선은 복수심에 불타 상대를 파멸로 이끄는 서혜승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는 극 중에서 온갖 악행을 일삼는 진유희에게 복수하는 연기를 하면서 통쾌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다. 18일 오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희선은 "매 작품이 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제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다른 배우들에게 민폐인 것은 아닐까 싶고, 제가 못한 것밖에 안 보이더라. 화면을 끄고 나서 30분 정도 멍해졌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다행히 좋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마음이 조금 놓인다"라고 덧붙였다.

<블랙의 신부>는 불륜과 복수, 출생의 비밀 등 한국 특유의 '막장 드라마'같은 소재로 글로벌 순위 및 한국 스트리밍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희선은 글로벌 TV쇼 부문 8위에 올랐다는 소식에 "ott 스트리밍 순위같은 게 아직 잘 와닿지 않는다. 실감이 잘 안 나는데 10위 내에 들었다니까 좋은건가 보다 싶다. 그나마 체감할 수 있는 건 매일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가 1만씩 늘어나더라. 해외 팬분들도 많이 생기고 그런 게 재미있다. 해외의 내로라 하는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니 신기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극 중에서 남 부러울 것 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서혜승은 남편이 갑작스럽게 이혼을 요구하면서부터 삶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남편은 변호사 진유희(정유진 분)와 내연 관계였고, 진유희에게 속아넘어가 돈까지 바치고도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서혜승이 진유희에게 복수심을 갖게 된 이유다. 김희선은 서혜승의 복수와 감정에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다.

"서혜승의 성격이 자칫 '고구마'처럼 보일 수도 있지 않나. 초반에 (전개가) 답답해서 떠나는 시청자가 있지는 않을까. 잘 참고 끝까지 봐주시는 분들에겐 통쾌한 복수가 기다리고 있지만 요즘 트렌드가 조금이라도 답답하면 안 보시는 분위기 아닌가. 더구나 영화처럼 러닝타임이 짧은 게 아니라 8편 동안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1편에서 모든 걸 보여드릴 수 없었다. 서혜승 역할이 혹시나 공감을 받지 못하고 시청자 분들이 답답하게 느끼실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결혼 16년 차인데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김희선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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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승과 대립하는 진유희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의 최상위 등급 '블랙'과 결혼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서혜승은 친정 엄마가 몰래 렉스에 가입시킨 사실을 알고 환불하려 찾아갔다가, 진유희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복수심으로 자산 2조 원의 '블랙' 이형주(이현욱 분)에게 접근한다. 드라마 속에서는 두 사람의 날 선 대립이 이어졌지만 실제로 현장은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고.

"서혜승을 연기하면서 진유희를 만날 때는 더 차분하게 하려고 했다. 화난다고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을 최대한 감추면서 할 말은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은 정 반대였다. 둘 다 웃음이 너무 많아서 웃다가 NG를 많이 내서 PD님께 혼나기도 했다. 정유진은 정말 착하고 연기도 잘하는 친구다. 선배 배우에 대한 배려심도 많다. 코로나 19 때문에 한 달 동안 영상통화로 많이 만났는데 맥주도 마시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 술도 나랑 잘 맞더라. 호흡이 너무 착착 맞았던 기억이 난다."

<블랙의 신부>는 결혼정보회사 렉스의 대표 최유선(차지연 분)의 대사를 통해 "결혼은 곧 비즈니스"라고 말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혼 남녀 90.7%가 '상대방의 경제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듯, 현실에서도 결혼은 때로 비즈니스가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희선은 '비즈니스'라는 단어 안에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도 '결혼이 비즈니스'라는 말이 되게 와닿았다. 비즈니스는 서로의 영역 안에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이지 않나. 결혼 생활도 비슷하다. 부부라고 해서 상대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서로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비즈니스라는 단어 안에 그런 뜻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촬영하면서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조건을 맞추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저도 이제 결혼 16년 차인데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조건을 맞춰서 만났는데 잘 사는 사람도 많고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이혼하는 부부도 많지 않나. 살아보니까 정답은 정말 없는 것 같다."

한편 김희선을 비롯한 정유진, 이현욱, 박훈, 차지연 등 출연진들은 이례적으로 홈쇼핑 프로그램에 출연해 <블랙의 신부>를 홍보하는 깜짝 이벤트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실제로 물건을 판매한 것은 아니지만 상품 판매 형식을 빌려 <블랙의 신부>에 대해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것. 홈쇼핑 업계 최초로 '드라마'가 상품으로 등장하면서 이날 방송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김희선은 사실 홈쇼핑 홍보에 가장 반대했던 사람이 자신이라고 털어놨다.

"이번 기회를 빌려 넷플릭스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싶다. 저는 정말 반대했었다. 안 하겠다고 하고 다른 배우들에게도 반대하라고 부추겼는데 신선한 홍보 방식에 제가 넷플릭스에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정작 방송에 나가서는 제가 제일 재밌게 열심히 했다. 호스트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그랬더니 후배 배우들이 '이러기예요?', '왜 거기서 진행을 하세요' 하고 뭐라 하더라. 다음엔 진짜 상품을 팔아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익금은 기부하고. 좋지 않나? 이번 기회로 '꼰대 마인드'를 버려야겠구나 반성했다(웃음)."
김희선 블랙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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