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
CJ ENM
어른들은 그렇다.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지 못하고 숨기기에 바쁘다. 반대로 말하는 것도 좋아한다. 좋은데 싫다, 하고 싶지 않은데 하고 싶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도 못 본 척할까.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거나, 안정적 상황을 흐트러 놓기 싫어 거짓말로 둘러댄다. 혀로 내뱉은 말을 그대로 다 믿는 어른은 드물다. 적당히 상황과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의역해서 듣는 귀가 필요하다. 그래서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해준과 서래처럼 말이다.
특히 나이 먹을수록 고려해야 할 것들이 생기고, 지켜야 할 것들이 늘어나면서 갈등이 커진다. 나 혼자 짊어지면 끝나는 짐이 아니다. 순간의 선택으로 가족, 친구, 지인의 삶이 도미노 쓰러지듯 영향받는다. 선택의 부작용은 스트레스로 치닫고, 마음의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어른으로 산다는 건 참 고달픈 일이다.
<헤어질 결심>의 말끔한 형사 해준(박해일)과 중국인 서래(탕웨이)도 이런 삶을 살고 있었다. 일면식도 없던 둘은 서래의 남편이 추락사하면서 얽힌다. 남편의 죽음을 태연하게 받아들이며 슬퍼하지 않는 아내. 해준의 의심은 관심이 되고 탐색전을 펼치다가 진심을 확인하는 순간을 맞는다.
자신이 의심받고 있음을 알면서도 형사에게 관심을 거두지 않는 서래는 감정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삶의 고난이 서려 있는 인물이다. 무서우리만큼 침착하고 품위 있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해준은 늘 정갈한 차림으로 수사에 임하는 베테랑 형사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일종의 길티 플레저가 있다. 살인과 폭력이 있어야만 행복한 남자다. 직업적 사명인지 개인적 성향인지 모를 탐구심과 호기심이 많다. 불면증이 있었지만 서래를 만나면서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예의 바르고 청결하고 형사보다 시인이 잘 어울리는 로맨티시스트다.
박찬욱 감독의 장기와 새로운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