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국제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뭐, 제 인생이 그렇죠! 가장 비가 세게 내리네요!"
올해로 4회를 맞은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개막식 날, 비바람을 헤치고 무대 위로 뛰어나온 방은진 집행위원장의 첫 마디였다. 평년보다 일주일 앞당긴 영화제 날짜와 장마가 겹쳐 궂은 날씨였지만, 밝게 상기된 그의 모습에서 해당 영화제를 만들고 성장시켜 온 원동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막 이틀째인 24일 올림픽메달플라자에서 방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비바람에 식겁해서 장소를 급히 옮겨 개막작을 상영하고, 리셉션 행사를 취소했는데 다음날부턴 날씨가 참 좋다. 어제 일이 꿈 같다"라며 그가 인사말을 건넸다. '위드, 시네마'(with, CINEMA)라는 슬로건으로 올해 총 28개국 88편의 작품이 상영되는데, 다른 국제영화제에 비해 다소 작아보일 수는 있지만, 그만큼 개성이 뚜렷하고 지역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특화된 행사가 꽤 알차다는 게 평창영화제만의 특징이다.
뿌린 씨가 싹을 틔우다
영화제를 3회 정도 운영하면 안정궤도에 오른다는 업계의 속설이 있다. 평창영화제 또한 1회부터 3회 때까지 뿌린 씨앗들이 싹을 틔워 하나둘 결실을 맺는 시기를 맞고 있다. 문화 인프라가 척박했던 강원도 내의 최초 국제영화제로서 세계 및 국내 영화인들의 교류의 장을 자처한 결과다. 야외상영 중심 행사라 지난 2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무사히 오프라인 행사를 치러냈다. "올해엔 특별히 영화에 더 집중했다"라며 방은진 집행위원장이 운을 뗐다.
"국제경쟁과 단편경쟁에 들어온 작품들이 아주 세다. 위드 코로나, 뉴노멀이리는 키워드에 중점을 둬서 초청했는데 보시면 알겠지만 영화들이 다 좋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발단이 된 유로마이단 시위를 다룬) 개막작 <올가> 같은 경우엔 공을 많이 들여 어렵게 초청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작가조합상을 받은 작품인데 평화영화제니까 감독님이 움직이신 거지. 상영 후 감독님이 전쟁 없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는 말에 관객분들도 크게 공감해주셨다.
그리고 그간 우리 영화제 피칭에 참여했던 영화들이 내년부터 하나둘 상영될 예정이다. 작년에 단편 경쟁에서 대상을 받은 임대청 감독님이 올해 피칭에 참여하더라. 우리를 거쳐 간 영화인들이 다시 찾아오니 반갑지. 관객분들의 호응도 커서 올해 모집한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후원회원인) '핍스터' 클라우드 펀딩도 800프로를 달성했다."
야심 차게 올해 처음 도전하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대부분이 평창만의 지역 특색과 영화인을 중심에 두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계방산, 어름치 등 평창 내 주요 캠핑장을 활용한 캠핑 시네마를 비롯해 강원,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인천, 제주 등 전국 7개 지역 영화인들이 중심이 된 명랑운동회도 진행된다.
"김진유 신임 정동진집행위원장 제안으로 지역 영화인들이 중심이 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정말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등을 한다! 우승 상금은 영화 제작 지원을 위해 쓰인다. 야외공연도 선우정아, 10cm 같은 유명 뮤지션을 비롯해 조명섭, 김다현 등 지역민들을 위한 뮤지션도 초대했다. 야외무대 주변으로 버스킹 공연도 상시 열린다. 주민분들 반응이 좋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보다 실제적으로 매출이 올랐다고 지역 상인분들도 체감하시는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거리두기 방침을 지켰던) 지난해 총 관객이 1만 명 안팎이었다면 올해 두 배 정도가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면 선전한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평창영화제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 한다는 게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영화제 측이 강원도 등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영화제 기간 체감매출액 평균은 평시보다 약 46%, 신용카드 매출액은 약 1억 7천만 원 가량 증가했다. KTX 승객 수나 대관령IC 통과 차량도 유의미한 증가폭을 보였다. 또한 지역 농가와 협업한 이벤트도 작년에 진행됐는데 방은진 위원장 특유의 넉살 덕에 강원산 파프리카가 순식간에 완판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지난해부터 평창국제영화제는 문체부가 주관하는 '국제문화예술행사 개최도시 시각이미지 개선사업'에 선정돼 국비 지원을 받고 있다. "해당 지원금으로 상영 공간의 음향 및 방음시설을 마련하게 됐다"라며 방 위원장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