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영화의 한 장면
익스포스 필름
영화는 모어의 인생과 예술 세계를 부모님, 남편 제냐, 모어가 존경하는 영화 <헤드윅>의 감독 겸 배우 존 캐머런 미쳴, 학창 시절 선생님과 동창 등으로 부터 듣는다.
모어는 22세 나이에 이태원 클럽 '트렌스'에서 드래그 쇼를 시작해 20여 년 동안 독창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며 최고의 드래그 퀸으로 불렸다. 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패션쇼 런웨이 모델, 뮤지컬 배우, 안무가, 에세이스트 등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재능과 아름다움을 전방위적으로 드러냈다.
모어는 천부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젠더 이분법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차별과 혐오, 사회적 제지와 폭력 속에서 살았다. 발레리노가 아닌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꿈은 여성성을 버리라는 폭언과 함께 폭력을 행사한 대학교 선배로 인해 좌절당하고 말았다. 군대에선 커밍아웃하자 강압적인 격리 조치를 당했고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 병무청에서 지정한 정신병원에 입원 조치까지 되었다. 모어는 영화에 담긴 자기 모습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자아(모어)와 결국 멸망해가는 현실(모지민)의 충돌"이라 설명한다.
<모어>는 아티스트 모어의 현재를 전통적인 휴먼 다큐멘터리 촬영 방식으로 보여준다. 반면에 모어의 과거는 음악과 안무를 결합한 뮤지컬처럼 표현한다. 적재적소에 삽입된 OST는 영화의 또 다른 언어로 기능한다. 이랑의 '좋은 소식, 나쁜 소식'은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아이러니를 의미하고 '너의 리듬'은 "그게 너의 리듬"이라는 가사 그대로 자신만의 속도로 삶의 리듬을 가져도 좋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두고 있나요"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신의 놀이'는 사회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모어의 심경이 투영되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을 미화한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은 모어의 바람이 실제 사회에서 이뤄지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마지막에 울리는 이랑의 '가족을 찾아서'는 모어를 통해 이상적인 가족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내 안에 있는 그 집을 찾아서
내가 살고 싶은 그 집을 찾아서
내가 사랑할 그 집을 찾아서
내가 되고 싶은 그 가족을 찾아서
'가족을 찾아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