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스틸컷
넷플릭스
임신은 몸의 변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요동치는 심리 변화를 견뎌야 한다. 드라마는 남성 임산부가 보편적이지 않아 차별과 멸시가 판치는 세상이 배경이다. 때문에 아빠가 엄마 대신 임신했다고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거나, 색안경을 끼고 수군대는 분위기다. 판타지 세상에서도 이를 이겨내고 생명의 소중함, 가족의 다른 형태를 이루기란 쉽지 않다.
직접 겪어 보니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임부복처럼 편한 남성 옷이 필요하고, 수유 패드, 요실금 패드, 임산부 표식 등도 절실함다. 남성 임산부도 우울증을 겪는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을 나눌 남성 임산부 카페를 만들어 큰 호응까지 얻는다. 소수자가 되어보니 바꿔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켄타로는 스스로 홍보 모델이 되어 임신과 출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고군분투한다.
드라마는 임신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들춘다. 고정된 성역할을 전복하자 다양한 문제점이 속출한다. 과연 '보편적인 역할', 'OO답다'라는 말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여자라면 당연히', '남자답지 못하게' 등과 같은 사회적 함의는 누군가에게 불편한 차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임신, 출산을 여성의 역할로만 한정하지 않으며 클리셰를 비껴간다. 켄타로가 아키에게 임신 소식을 알릴 때 "내 아이가 맞아?"라는 뉘앙스로 묻는 상황이 묘한 쾌감을 불러온다. 경력단절된 쪽이 남성이고 여성은 꿈에 그리던 해외지사 제안에 응하는 장면도 의미 있다.
생활비를 보내겠다는 아키에게 켄타로는 "너의 승진에 발목 잡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다. 임신했을 경우 여성 쪽이 경력단절되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두 사람은 '나답게 사는 모습'을 통해 슬기롭게 헤쳐 나가려 한다. 누구답게 행동하려는 것 보다 나다운 모습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