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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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소설가의 발상법'에 대한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김영하는 자신의 경우 '절대 쓰지 않을 이야기들의 목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째서 '반드시 써야 할 이야기들의 목록'이 아닌 걸까. 김영하는 '이거 꼭 해야지'라고 마음 먹으면 쓸 때부터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가령, 가족들이 모여 '꼭 가고 싶은 여름 휴가지'를 작성한다고 상상해보자.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가족들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될 테고, 여러 이유를 들어 선택지를 좁혀나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절대 가지 않을 휴가지를 적으면 어떨까. 어차피 가지 않을 곳이기에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지 않을까. 김영하는 그러다 문득, '거길 왜 우리가 못 가지?'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절대 못 갈 거라 여겼던 곳으로 떠나는 게 의외로 어렵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설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단, 안 쓴다고 생각하고 부담없이 막 써보고, 나중에 쓸 게 없으면 그 노트를 펼쳐보는 것이다. 김영하는 당시에는 못 쓸 거라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시간이 흘러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대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나 자신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유재석과 조세호에게도 '절대 안 할 프로그램 목록'을 적어보라고 제안했다.
"'이것은 많은 삶 중의 하나고, 나밖에 만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라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견딜 만해요." (김영하)
그렇다면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대답이 있겠으나, 김영하의 의견이 궁금했다. 그는 나와 내 삶에 대한 다른 가능성을 상상해 보는 것의 순기능에 대해 언급했다. "나의 비슷할 수 있었던 누군가의 다른 삶을 굉장히 상세하게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그걸 아주 세밀하게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지금 살고 있는 삶이 특별해 보"인다는 것이다.
김영하는 지금 나의 삶은 나밖에 만들어갈 수 없는 이야기, 나만이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견딜 만"하다고 말했다. 그 중간 매체가 '소설'이다. 소설은 나와 비슷할 수 있었던 누군가의 다른 삶을, 혹은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누군가의 감정을 매우 상세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간접체험을 통해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자책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