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이 유독 심한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기 마련이다. 13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 출연한 부모의 고민도 낯가림이었다. 6살 쌍둥이 자매는 제작진이 다가오자 공포에 질린 듯 엄마에게 안겼다. 사람을 피해 숨어버렸다. 신기하게도 성격도 다르고 닮은 점이 없었는데, '낯가림'만큼은 어느 쪽이 더 심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막상막하였다. 

금쪽이들은 단순한 부끄러움을 넘어 사람을 무서워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만나는 이웃에게도 인사를 한 적이 없었고, 놀이터에서도 친구들이 있으면 도망갈 정도였다. 한 아이가 낯가림이 심해서 다른 아이도 덩달아 심해진 걸까. 아니면 애당초 둘 다 낯가림이 심한 걸까. 이유를 모르는 부모는 애가 탔다. 곧 학교에 갈 나이인지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오은영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낯가림의 원인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채널A
 

등원 준비를 마친 금쪽이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손을 꼭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이정 도면 유치원에 가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날 오후, 키즈 카페에서 쌍둥이 가족 모임이 있었다. 예상대로 금쪽이들은 안쪽으로 들어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엄마가 조심스레 금쪽이들을 달래봤지만 요지부도잉었다. 

오랜 회유 끝에 겨우 입장시킬 수 있었지만, 금쪽이들은 또다시 엄마 품을 파고들었다. "무서워.", "부끄러워.", "몸 참겠어."라며 힘겨워했다. 손에는 땀이 잔뜩 배어 있었다. 금쪽이들을 키즈 카페에 두는 건 사실상 고문과도 같았다. 한편, 집에서 잘 놀고 있던 금쪽이들은 손님이 찾아오자 욕조 안으로 숨어버렸다. 얼굴까지 파묻고 꼼짝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까지 사람을 피하는 걸까.

올해 유치원을 바꾼 금쪽이들은 이전에 다녔던 어린이집 선생님과 2년을 함께 지냈지만 인사를 거부했었다.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을 못 해 소변 실수를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한편, 캄캄한 밤에 놀이터를 찾은 금쪽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좀전까지 낯을 가리던 금쪽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과연 낯가림이 맞긴 한 걸까. 

"아이들이 낯가림 있는 게 맞아요. 사람이 태어나서 제일 낯가림이 심한 게 6~12개월 사이예요. 그때는 아이가 엄마하고 나하고 한몸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인가봐라는 걸 어느 정도 느껴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내가 유일한 독립적인 존재라는 걸 어렴풋이 알기 시작하는데, 좋기도 하지만 불안하기도 하죠." (오은영) 

오은영은 불안과 두려움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낯가림 자체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성장하며 점차 줄어야 한다. 어릴 때 낯가림이 심하다 하더라도 낯이 익숙해질수록 줄어드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금쪽이들은 자그마치 2년을 본 어린이집 선생님에 대한 낯가림을 계속했다. 오은영은 낯가림 외에도 다른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금쪽이들은 초인종 소리만 들어도 몸을 숨기기에 바빴다. 금쪽이네를 찾아온 건 할머니와 할아버지였다. 이번에도 금쪽이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작년까지 금쪽이들을 봐줬는데도 낯을 가렸다. 할머니가 먼저 인사를 건네도 금쪽이들은 눈길을 피했다. 할머니가 간식으로 관심을 끌자 겨우 고개를 들었지만, 이내 할머니를 피해 엄마에게 달려가더니 등 뒤로 숨어버렸다. 

오은영은 금쪽이들이 '빼꼼'조차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완전히 차단된 시야로는 낯을 익힐 수 없고, 세상을 관찰할 수 없다. 세상을 모르니 두려움만 커졌을 것이다. 오은영은 금쪽이들의 경우 '주시 불안(타인과 마주보거나 응시당하는 것이 불안한 증상)'이 심하다고 진단했다. 안전한 순간에서조차 금쪽이들은 타인과 눈이 마주치면 맹수가 공격하는 듯한 공포와 긴장을 느꼈다. 

그렇다면 익숙한 할머니, 할아버지와 눈을 맞추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은영은 사람의 표정이 늘 바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쪽이들은 분명 머리로는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걸 알고 있을 테지만, 시시각각 달라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표정 변화에 대한 해석이 힘들었다. 이해가 안 되니 불안하고, 불안하니 회피하는 상황이 반복됐던 것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제가 고민을 했는데요. 꼭 사파리에 있는 동물들 같아요. 분명 의도는 놀자는 건데 그 방식이 어떻게 보면 너무 원초적인 방법을 쓰는 것 같아요." (오은영)

엄마가 자리를 비우자, 동생이 할아버지를 꼬집고 할퀴며 공격했다. 잠시 후 언니도 합류했다. 장난은 점점 선을 넘어 위험해졌다. 몹시 거친 행동에 오은영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도 못 마주쳤던 금쪽이들은 이제 인형과 책을 던지며 할아버지를 공격했다. 잠시 후 귀가한 엄마는 앞선 상황에 대해 듣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며 금쪽이들이 취한 행동의 이유를 추측했다.

오은영은 이 상황의 당사자는 금쪽이들인데, 엄마가 당사자와 얘기하지 않고 어른들끼리 추측만 한 점을 지적했다. 아이가 할아버지를 할퀴었다면 아이와 직접 얘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친해지고 싶은 좋은 의도지만, 잘못된 표현 방법이기 때문이다. 단호하게 훈육을 했다면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훈육 시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건 금물이다. 

한편, 금쪽이들의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됐다. 언니는 아빠가 욕실로 데려가자 칭얼대더니 "오늘 18번 씻겨줘.", "어서! 언제 씻겨줄 거야.", "지금 물 틀어!"라고 명령조로 말했다. 엄마는 언니가 평소에도 '어서', '빨리'를 입에 달고 산다고 설명했다. 눈물은 기본에 고함, 명령, 지시를 남발한다는 것이다. 언니는 씻다 말고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결국 엄마가 등장해야 했다. 

그런가 하면 동생은 아빠 옆에서 밥을 먹겠다고 생떼를 썼다. 아빠를 자기 옆에 앉힌 후에야 겨우 밥을 먹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엄마에게 식탁 위의 물건을 치우라고 명령했고, 엄마가 요구사항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자 화를 냈다. 자신이 지목한 '보라색 볼펜'을 치우지 않고 다른 물건을 치웠다는 것이다. 동생은 "엄마 아빠 나빠"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타인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모습입니다." (오은영)

과도한 통제는 불안과 연결되어 있다. 언니는 샤워를 할 때 지나친 요구와 지시로 아빠를 과하게 통제했다. 아빠와 씻는 게 불편했던 언니는 자신의 방식을 제안함으로써 불안을 낮추려 했던 것이다. 동생은 어떤 이유로 식사가 불편했는데, 이를 "보라색 볼펜 치워", "아빠가 옆에 앉아"라는 방식으로 불안을 낮추려 했던 것이다. 18번이라는 숫자에 집착했던 것도 마찬가지이다. 

또, 언니는 엄마가 자신의 방을 청소하려고 하자 "내 방에 들어오려면 목욕해야 해"라며 자신만의 규칙을 강요했다. 목욕 횟수로 18번으로 정해져 있었다. 또, 자기 방 앞 화장실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엄마가 화장실에 들어가버리자 문 앞에서 주저 앉고 오열했다. 화장실을 쓰려면 청소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통제 정도가 점점 심해졌다.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는 강박적 행동이었다. 

오 박사의 솔루션

오은영은 엄마 아빠가 지나치게 '허용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허용적으로 자란 아이들은 좌절에 취약하고 조금만 위기가 있어도 불안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아이 요구를 계속 받아주다 뒤늦게 거절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사랑을 거절당했다고 여기게 된다. 그러다 아빠가 가끔 화라도 내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나친 허용이 아이들이 불안을 높여던 것이다. 

이번 주 금쪽처방은 '프롤로그 솔루션'이었다. 오은영은 모든 상황에서 미리 육하원칙으로 설명을 해주라고 당부했다. 유치원에 가기 위해 셔틀 버스를 탄다는 것부터 친구들과 인사하는 방법까지 매일 세세한 것까지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이유까지 말해줘야 한다. 부모가 수다쟁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주시 불안 극복을 위한 놀이들을 제안했다.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고 서로의 얼굴을 관찰하도록 했다. 그러자 금쪽이들은 궁금한지 엄마와 아빠 얼굴을 힐끔 쳐다보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5초 동안 바라본 후 스티커를 떼어주는 놀이를 진행했고, 나중에는 스티커 없이 10초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눈 맞춤 시간을 쌓아나갔다. 페이스 페인팅 등 다양한 놀이도 곁들였다. 

다음으로 불안을 낮춰주는 '약속의 줄'로 언니 방에 들어갈 수 있는 허용 한계선을 설정했다. 처음에는 한 뼘 정도만 허용했던 금쪽이는 이제 온 가족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자신의 공간을 허용했다. 낯가림이 심했던 금쪽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나갔다. 여전히 부끄러워했지만, 친구들과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넨 후 놀이를 하며 친해졌다. 한결 밝아진 금쪽이들의 표정에 마음이 놓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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