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반려견을 다루는 방식에서 엇박자를 보이는 보호자들의 갈등, 그리고 전문가의 솔루션조차 불신하는 보호자의 태도가 고민견보다 더 큰 진짜 문제였다. 지난 3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알래스칸 맬러뮤트 믹스견인 라떼와 보호자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알래스칸 맬러뮤트는 주로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 때 쓰였던 사역견으로 힘이 세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할 일이 없으면 사고를 치기 쉽고 스트레스에도 민감한 성향의 견종이었다. 강형욱 훈련사는 맬러뮤트 수컷에 대해 사람에게는 유순한 편이지만 타동물에게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민견인 2살짜리 라떼는 털의 빛깔이 카페라떼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었다. 대형견을 키우고 싶어 했던 아내를 위하여 남편의 지인을 통해 라떼를 소개받았다고, 마침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어 대형견을 키우기에도 적합한 환경이어서 부부는 입양을 결심했다.
 
부부는 모두 라떼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지만 정작 키우는 방식에 있어서는 선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남편은 개를 밖(마당)에서 키우기를 원했고, 아내는 집안에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양과 이사 당시에 미리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 건 서로가 자신의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결국 아내의 의견대로 라떼를 집안에서 키우고 있었지만 남편은 맬러뮤트 때문에 집안 곳곳에 털이 날리는 상황을 불편해했다. 남편은 "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개를 키우는 입장에서 감수하는 것일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심지어 남편은 전문가의 의견에 대해서도 불신을 드러냈다. 아내는 평소에 <개가 훌륭하다>를 평소에 즐겨보면서 강형욱의 조언과 훈련 방식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아내가 '반려견이 보호자와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 안정감을 느낀다'는 강형욱의 이야기를 언급하자 남편은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남편은 제작진과의 대화에서도 강형욱을 맹신하는 아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내가 봐도 전문가인 사람이면..." 보호자의 불신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라떼를 산책시키는 방식도 부부가 전혀 달랐다. 아내는 집에서 얌전하던 라떼가 집 밖에서 산책할 때는 종종 통제가 안된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강형욱의 산책 훈련법을 그대로 따라했음에도 실패했다고.

이유는 바로 남편 때문이었다. 남편이 산책을 시킬 때는 라떼가 가고 싶은대로 같이 뛰어다녔고, 다른 개나 사람에게도 가까이 접근하면서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았다. 남편은 자신의 반려견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받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었다. 이처럼 부부가 반려견을 다루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보니, 라떼도 제대로 훈련이 되지 못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같이 산책을 시킬 때는 잔소리를 하다가 언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아내는 강형욱의 솔루션에 따라 반려견을 키울 것을 주장했지만 남편은 여전히 불신을 드러냈다. 아내가 "강형욱 훈련사가 직접 이야기해주면 믿겠냐?"고 묻자, 남편은 "내가 봐도 전문가인 사람이 이야기해주면 인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른 문제는 라떼의 넘치는 에너지였다. 라떼는 보호자들의 어린 조카가 방문하자 아이의 머리 위로 달려들며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반가움의 표시였다. 아내 보호자는 "라떼는 집에 누가 오면 과하게 반응한다. 기분이 좋고 놀고 싶으면 마운팅을 한다"며 조카에게 위협적인 상황을 우려했다. 심지어 촬영을 위해 방문한 제작진들에게도 마운팅을 했다. 큰 체구에 힘이 센 라떼는 진정이 되지 않으면 성인이 감당하기도 벅찰 정도였다.
 
이경규와 장도연이 먼저 보호자를 방문했다. 장도연은 "1년 넘게 여러 보호자와 고민견을 만났는데 공통점은 (강형욱과 솔루션에 대한) 신뢰는 있었다"며 불신 가득한 보호자의 모습을 지적했다.
 
이경규는 라떼의 문제점으로 '개를 어디서(집안과 밖) 키울 것인가', '주책없는 마운팅', '사람 올라타기' '산책 시 줄 당김'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문제는 모두 해결 가능하지만 두 분 보호자가 제일 문제다. 두 사람의 의견이 너무 다르다"고 꼬집었다. 이경규는 "우리가 어릴 적에는 개를 밖에서 키웠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고 설명하며 아내 보호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경규와 장도연은 보호자 부부에게 이전 방송 장면을 활용해서 '반려견 상식 퀴즈'를 냈다. "밖에서 키우는 개는 교육하지 않는다. 보호자가 개를  ______ 상태다. 개는 _________니까"라는 문제에서, 애청자인 아내는 "보호자도 개를 모른다. 개는 보호자와 같이 있고 싶어 하니까"라고 대사를 정확히 맞춘 반면, 남편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경규는 퀴즈 내용을 정리하며 "반려견을 마당에서 키우면 외부인에게 경계심을 갖게 되고 내 집을 지켜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공격성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남편은 "개가 스트레스를 받을 줄 몰랐다"고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방송을 보니 솔직히 강형욱 훈련사를 별로 만나고 싶지 않다. 마당에서 개 키우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데, 저도 마찬가지다"라며 출연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드디어 강형욱 훈련사와 남편 보호자간 만남이 성사됐다. 강형욱은 보호자와 상담 후에 솔루션을 진행하던 평소와 달리, 남편 보호자의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유연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강형욱은 라떼의 놀고 싶어 하는 행동을 '헤드록'에 비유하며 "헤드록은 하는 사람은 재밌지만 당하는 사람은 불쾌하다"라고 지적했다. 라떼가 어느새 강형욱을 피해서 소파에 엎드린 모습을 두고서는 "장난을 받아주지 않아 불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형욱은 "라떼의 행동이 이상하거나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규칙을 배우지 못하고 자란 것"이라고 총평했다. 보호자들의 넘치는 애정을 받고 자랐지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명확한 교육이 되어있지 않다는 것. 부부는 강형욱의 예리한 지적에 반박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이어 남편 보호자는 "(불편함이 있어도) 라떼를 키우는 이유는 아내가 좋아하니까"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개를 밖에서 키우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청소를 잘 안 하니까. 아내가 힘들지 않도록 원인(개털이 날리는)이라도 없애자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강형욱은 라떼에 대한 통제 훈련에 돌입했다. 처음에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남편 보호자는 솔루션이 진행될수록 점점 강형욱을 신뢰하게 됐다. 강형욱은 보호자의 어린 조카에게 유독 격렬하게 반응하는 라떼에 대해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내 것'이라는 소유물로서 좋아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라떼가 조카 모녀들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행동에 대해서는 "떨어져"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강형욱은 "강아지를 만날 때 비 반려인들은 걱정(조심)을 해야 하고, 반려인(개를 데리고 있는 보호자)들은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는(강아지가 가진 공격성을)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일 싫은 사람이 '우리 개는 안 물어요. 괜찮아요, 아이들 만져보게 하세요'라는 사람들이다. 그건 자신의 개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감 없이 하는 행동이다."

달라진 고민견... 규칙이 제일 중요했다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이 말은 이번 고민견뿐만이 아니라 평소에 길가에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견주들과 마주쳤을 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더 공감대를 자아냈다. 듣고 있던 남편 보호자는 뜨끔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알고 보니 남편이 평소에 그대로 하던 행동이었다. 남편은 "길 가다가 아이들이 오면 만져보라고 했다. 굉장히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며 반성했다.
 
강형욱은 라떼에 대하여 "강단을 가지고 규칙을 세워야 한다. 쉴 때와 분리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만 확실히 가르쳐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실내에서의 보디 블로킹과 켄넬 적응 훈련 등을 거치며 라떼는 순조롭게 훈련을 따라오는 모습이었다. 단시간에 급격히 달라진 라떼의 모습을 보며 남편 보호자의 입에서는 "대박"이라는 말이 터져 나오며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솔루션을 마치고 남편은 강형욱 훈련사가 라떼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준 것에 기뻐했다. 이경규는 앞으로도 개를 안에서 키울 것을 강력하게 권유했다. 남편은 "털은 어떻게 해야 하냐"며 여전히 걱정을 드러내자, 강형욱은 웃으며 "개를 키우면서 털을 따지는 건, 부부가 결혼하고 나서 '왜 그렇게 못생겼어?'라고 하는 격"이라고 일깨워줬다.
 
이날 방송은 오히려 고민견에 대한 솔루션보다 보호자의 인식과 심리 변화에 더 집중한 에피소드였다. 처음에는 의심도 걱정도 많고 반려견 양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남편 보호자는 강형욱의 솔루션 이후 전문가들의 조언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줄 아는 유연함도 보여줬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잘못된 상식과 편견으로 개를 키우는 수많은 반려견주들이 겪고 있는 시행착오이기도 하다. 보호자가 성숙해져야 반려견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 다행히 남편은 솔루션 이후 심경의 변화에 대해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제목처럼 '개가 의외로 매우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모습으로 훈훈한 마무리를 남겼다.
개는훌륭하다 맬러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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