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 성하훈


2021년 대비 7% 감소한 2022년 영화진흥위원회(김영진 위원장, 아래 영진위) 예산은 코로나19 위기 속 한국영화의 모습을 보여준 상징적인 단면이었다. 최근 3년 동안 영진위 예산 증가율은 평균 24%였고, 새해 문체부 예산 증가율 8%인 것과 비교하면 현재 영진위가 예산 확보에 무기력했음을 드러낸 것이었다. (관련 기사 : 영진위 새해 예산 증액 실패, 올해 대비 7% 감소 http://omn.kr/1whof)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 한국영화는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영화산업 변화에 영진위는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징수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던 영화발전기금(아래 영발기금) 역시 현 상태 그대로 7년 연장되면서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다. 단순한 정체가 아닌 퇴보한 것과 다름없었다.
 
한 영화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관람 환경이 극장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는 현실에서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했는데, 영진위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성근 배우도 "영화산업 발전이 지속 가능하려면 특히 교육과 독립예술영화 제작 및 유통지원 기초를 다져야 하는데, <기생충> <오징어게임> <지옥> 등으로 떠들썩 한데도, 정작 예산은 깎였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역행한 영진위... "영화인들이 부담 떠안은 셈"
 
영화계와 갈등을 빚었던 보수정권 시절도 아닌 상태에서 영진위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은 도덕성 논란에 갇힌 여파였다. 물론 임기가 1년밖에 안 되는 위원장을 선출한 영진위원들의 책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개정된 법에 따라 연임 가능성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도덕성 논란은 영화인들의 불신을 키웠고, 단명 영진위원장으로 끝나게 됐다. 1년을 허송세월한 셈이 된 것이다.
 
 지난 12월 2일 온라인으로 중계된 (가칭)영화진흥위원회 블랙리스트 피해회복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위원회 제안 공청회에 참석한 김영진 위원장

지난 12월 2일 온라인으로 중계된 (가칭)영화진흥위원회 블랙리스트 피해회복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위원회 제안 공청회에 참석한 김영진 위원장 ⓒ 영진위

 
사무국장의 과거 공금 유용 문제로 인해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고, 영화단체들의 사퇴요구로 이어졌지만 영진위는 소통보다는 불통을 택하면서 영화계 내부에 균열을 일으켰다. 블랙리스트 징계자들을 사실상 복권해주고 직급승진까지 시켜준 것은,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해결이 아닌 역행하는 처사였다. (관련 기사 : 제작가협회, '공금횡령 논란' 영진위 사무국장 경질 요구 http://omn.kr/1sa1n)
 
영진위원장 역시 과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인해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영진위는 답변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또 영진위 관계자들이 공공연히 거짓말을 하다 들통나는 경우가 생기는 등 영진위 자체가 올해 한국영화에 적지않은 부담이 됐다.
 
이런 문제들이 얽히면서 예산 확보와 영화발전기금 문제는 어떠한 진척도 이뤄내지 못했다. 사무국장 도덕성 문제를 제기했던 조시돈 전 전북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대충 넘기려는 최재원 부위원장에게 '잘못 내린 결정이 불러올 책임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 돼 되돌아올 것이다'라고 전했다"면서, "영화인들이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영화관 운영 시간이 밤 10시까지 제한된 것에 대해서도 영진위의 안일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1일 영화인들은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영진위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야 할 사안인데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면서 "안타깝고 영화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OTT 성장에 밀리는 극장
 
영화산업은 코로나19 초기였던 지난해와 비교해 다소 회복됐으나, 평균 2억 안팎이었던 관람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27% 수준이라는 점에서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인내가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에 따른 변화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성장시켰고 상대적으로 극장은 경쟁에서 밀려났다.
 
올해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모두 16편에 불과한 것은 영화산업의 침체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지난해 15편이었던 것과 비슷한 수치다. 100만을 넘긴 한국영화는 <모가디슈> <씽크홀> <인질> 등 3편에 불과한 것에서 볼 수 있듯 한국영화의 고전은 심각했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영화 점유율은 외국영화에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외국영화에 압도당했다. 외국 영화점유율이 70%를 차지하고 한국영화 점유율이 30%에 그치며 지난해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 시내 한 극장의 모습

서울 시내 한 극장의 모습 ⓒ 성하훈

 
지난해 대작 외국영화들이 개봉에 주춤했다면 올해는 한국영화가 선뜻 개봉을 결정하지 못하면서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한국 시장을 휩쓸었다. 8월을 제외하고는 한국영화가 1년 내내 밀릴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영화시장이 고사 직전에 몰리면서 스크린 독과점도 문제되지 않았다. 스크린을 싹쓸이 해서라도 시장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지난 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상영점유율 80.5%를 기록하기도 했다. 28일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올해 전체 관객수는 2020년 5952만보다 1% 정도 증가해 6000만을 넘길 예정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1~2월 관객이 2400만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나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흥행분석가인 이하영 전 시네마서비스 이사는 "올해 시장에 할리우드 영화들이 풀린다고 하기에 8000만 명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으나 작년과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다"면서 "다행스럽기보다는 안타까운 심정이고, 아직도 어두운 밤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나마 지난 4월 <미나리>로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 코로나19로 지친 한국영화에 위로를 준 시간이었다.  
영화산업 영진위 영발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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