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화드라마 <아이돌-더 쿠데타>의 한 장면.
JTBC 월화드라마 <아이돌-더 쿠데타>의 한 장면.JTBC
 
K팝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BTS(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에스파 등 한국 아이돌 스타들은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면서 한류의 위상을 높였다. 이처럼 한국 아이돌 스타들과 연예계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히 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들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K팝에 쏟아지는 뜨거운 열광과 달리 아이돌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JTBC 월화드라마 <아이돌-더 쿠데타>(극본 정윤정·연출 노종찬)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줄곧 0%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2일 방송된 <아이돌> 5회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0.50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주 방송된 4회의 0.562%보다 더 낮은 자체 최저 시청률 기록을 또 경신했다.
 
SBS 일요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극본 유소원·연출 안지숙)는 지난 21일 방송된 3회에서 1.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이돌>보다는 다소 낫지만, <너의 밤> 역시 1회에 2.1%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 자체 최고이고 이후로는 1%로 추락하며 반등의 조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시청률만 낮은 것이라면 재평가의 여지가 있지만,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나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그다지 좋은 평가는 받지못하고 있다.
 
아이돌 드라마, 볼거리와 장르적 한계

아이돌 드라마의 부진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던 KBS2 <이미테이션>이 올해 5~7월에 방송되어 줄곧 1%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다가 소리소문없이 조용하게 종영한 바 있다. 2009년 SBS <미남이시네요>, 2011년 KBS2 <드림하이> 시리즈 등의 성공작도 있었지만, 이후로 2010년대 초중반부터 등장한 수많은 아이돌 소재 드라마들은 대부분 별다른 호응을 끌지 못했다. 최근 방송가에서 '돌드(아이돌드라마)는 망드(망한 드라마)가 된다'는 징크스까지 거론될 정도다.

아이돌의 세계를 다룬 스토리텔링의 등장 자체는 K팝을 향한 세계적 주목도나 팬덤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드라마는 실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거나, 연애담-역주행-그룹 해체-숙소생활 등 연예계의 실제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차용하여 현실성을 높인다.
 
<너의 밤>은 몽유병을 앓고 있는 월드스타 아이돌과 비밀리에 이를 치료해야 하는 가짜 주치의가 같은 공간에 살게되면서 벌어지는 달콤 살벌한 멘탈 치유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아이돌-더 쿠데타>는 실패한 걸그룹의 재기 과정을 통하여 연예계의 현실과 이면을 보여주는 '아이돌판 미생'을 표방했다. 이준영, 안희연, 추소정, 안솔빈 등 주연들이 대부분이 실제 아이돌 출신이라는 점도 큰 화제가 됐다.
 
문제는 아이돌이라는 소재에서 예측할 수 있는 볼거리와 장르적 한계도 뚜렷하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인 <너의 밤>에서 효도 관광 가이드 출신의 여주인공 인윤주(정인선)는 우연한 사건사고로 주치의라는 가짜 신분을 얻어 월드스타 아이돌 밴드인 루나의 숙소에 들어가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담는다. '아이돌 오빠들의 숙소에 내가 함께 들어가 함께 산다면?', '까칠하지만 내면의 상처를 간직한 츤데레 남주인공', '스타와 일반인의 사랑' 같은 판타지는, 이른바 로코물이나 아이돌 '팬픽'에서 지겹도록 많이 접한 설정이다.
 
 JTBC 월화드라마 <아이돌-더 쿠데타>의 한 장면.
JTBC 월화드라마 <아이돌-더 쿠데타>의 한 장면.JTBC
 
반면 <아이돌>은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한 무명 걸그룹을 통하여 '판타지가 아닌 현실'로서의 아이돌 세계를 조명하는 듯했지만, 정작 과도한 신파와 억지스러운 전개의 연속으로 공감대를 잃었다. 3회에서 코튼 캔디의 버팀목이던 회사 대표와 매니저가 한날한시에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는 설정, 5회에서 김제나(안희연)와 차재혁(곽시양)의 뜬금없는 키스신과 가짜 스캔들 만들기, 걸핏하면 화를 내고 눈물을 쏟는 감정과잉으로만 일관하는 캐릭터들 등, 시종일관 본래 주제에서 벗어난 비현실적이고 개연성없는 무리수 전개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두 작품은 장르도 분위기도 전혀 다름에도, 아이돌 드라마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을 되풀이하고 있다. 예측가능한 뻔한 플롯과 러브라인의 반복, 전문 배우가 아닌 가수 출신 주인공들의 미숙한 연기력, 아이돌과 연예계 구조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도와 공감대가 떨어지는 극본과 연출의 한계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와 달라진 미디어 환경
 
 JTBC 월화드라마 <아이돌-더 쿠데타>의 한 장면.
JTBC 월화드라마 <아이돌-더 쿠데타>의 한 장면.JTBC
 
K팝 아이돌 산업이 발전하기 이전, 초창기의 '신비주의 전략'이 통할 때는 베일에 가려져있는 아이돌의 일상이나 육성 과정, 아이돌 출신의 연기 도전이 그 자체로 흥미를 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다양한 콘텐츠가 발전한 오늘날의 시청자들은 굳이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K팝과 아이돌 문화를 소비하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졌다.
 
오히려 해외에서의 인기와 달리 국내에서는 아이돌 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지 오래된 상태다. 춤, 노래, 경쟁 등 아이돌 드라마에서 기대할 수 있는 볼거리는 굳이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팬들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시청자들에게 아이돌이란 더 이상 색다른 호기심이나 신선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아니다.
 
또한 다른 장르와 달리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소재 특성상 일반인들의 세계와는 정서적으로 거리감이 있는 데다, 아이돌은 그 연령대를 감안할 때 1020세대 위주의 청춘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만큼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들을 유입시키고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올해 방영된 아이돌 소재 드라마들은 오후 11시가 넘는 심야 시간대에 편성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아이돌의 주시청층인 10대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기에는 불리한 편성이다. 그런데 이는 바꿔말하면 편성시간대가 나빠서 시청률이 낮다기보다는, 방송국에서도 아이돌 이야기가 드라마 프라임 타임 시간대에 배치하기에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본방'의 가치가 낮아진 드라마에서 더 중시하는 2049 타깃 시청률이나 SNS-유튜브 화제성 등에서도 아이돌 드라마와 출연진들은 거의 언급받지 못한다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아이돌 출연자의 열렬한 팬덤이나, K팝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팬들의 반응만을 의식하여 진부한 구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돌 드라마들은, 결국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완성도와 화제성 모두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드라마아이돌 너의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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