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화드라마 <아이돌-더 쿠데타>의 한 장면.
JTBC
K팝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BTS(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에스파 등 한국 아이돌 스타들은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면서 한류의 위상을 높였다. 이처럼 한국 아이돌 스타들과 연예계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히 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들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K팝에 쏟아지는 뜨거운 열광과 달리 아이돌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JTBC 월화드라마 <아이돌-더 쿠데타>(극본 정윤정·연출 노종찬)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줄곧 0%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2일 방송된 <아이돌> 5회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0.50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주 방송된 4회의 0.562%보다 더 낮은 자체 최저 시청률 기록을 또 경신했다.
SBS 일요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극본 유소원·연출 안지숙)는 지난 21일 방송된 3회에서 1.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이돌>보다는 다소 낫지만, <너의 밤> 역시 1회에 2.1%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 자체 최고이고 이후로는 1%로 추락하며 반등의 조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시청률만 낮은 것이라면 재평가의 여지가 있지만,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나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그다지 좋은 평가는 받지못하고 있다.
아이돌 드라마, 볼거리와 장르적 한계
아이돌 드라마의 부진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던 KBS2 <이미테이션>이 올해 5~7월에 방송되어 줄곧 1%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다가 소리소문없이 조용하게 종영한 바 있다. 2009년 SBS <미남이시네요>, 2011년 KBS2 <드림하이> 시리즈 등의 성공작도 있었지만, 이후로 2010년대 초중반부터 등장한 수많은 아이돌 소재 드라마들은 대부분 별다른 호응을 끌지 못했다. 최근 방송가에서 '돌드(아이돌드라마)는 망드(망한 드라마)가 된다'는 징크스까지 거론될 정도다.
아이돌의 세계를 다룬 스토리텔링의 등장 자체는 K팝을 향한 세계적 주목도나 팬덤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드라마는 실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거나, 연애담-역주행-그룹 해체-숙소생활 등 연예계의 실제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차용하여 현실성을 높인다.
<너의 밤>은 몽유병을 앓고 있는 월드스타 아이돌과 비밀리에 이를 치료해야 하는 가짜 주치의가 같은 공간에 살게되면서 벌어지는 달콤 살벌한 멘탈 치유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아이돌-더 쿠데타>는 실패한 걸그룹의 재기 과정을 통하여 연예계의 현실과 이면을 보여주는 '아이돌판 미생'을 표방했다. 이준영, 안희연, 추소정, 안솔빈 등 주연들이 대부분이 실제 아이돌 출신이라는 점도 큰 화제가 됐다.
문제는 아이돌이라는 소재에서 예측할 수 있는 볼거리와 장르적 한계도 뚜렷하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인 <너의 밤>에서 효도 관광 가이드 출신의 여주인공 인윤주(정인선)는 우연한 사건사고로 주치의라는 가짜 신분을 얻어 월드스타 아이돌 밴드인 루나의 숙소에 들어가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담는다. '아이돌 오빠들의 숙소에 내가 함께 들어가 함께 산다면?', '까칠하지만 내면의 상처를 간직한 츤데레 남주인공', '스타와 일반인의 사랑' 같은 판타지는, 이른바 로코물이나 아이돌 '팬픽'에서 지겹도록 많이 접한 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