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KBS1
2016년 인천의 삼산동, 남자가 거리에서 여성들을 촬영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서 체포된 남성, 그의 핸드폰에는 여성들 뒷모습이 가득했다. 그런데 체포된 남성은 외려 단순한 사진인데 무슨 큰 죄냐는 식이다.
이 남성의 행위는 범죄가 될까? 바로 이 남성의 행위를 죄로 보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바로 우리 사회 디지털 성범죄의 '바로미터'이다. 남성은 고의적으로 특정 부위를 찍은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몰래 찍은 것도 아니라고 했다. 단지 자신이 상대방을 찍는다는 의사만 밝히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이처럼 기술과 불평등한 성의식이 어우러져서 벌어지는 범죄이다. 무단으로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범죄 행위들이다. 외국에서 한국의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무작위의 낯선 사람을 촬영해 유포하는 사례가 많다는 데 있다. '무작위'의 여성, 결국 피해자인 여성은 그 어느 곳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2016년 삼산동 사례에서도 보여지듯이 그저 거리를 지나갔을 뿐인데, '도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산동의 '범인'은 단순히 사진을 찍었다고 했지만 전문가는 엄연히 '관음증', '성도착'이라고 진단을 내린다. 허락을 구하지 않은 상대의 사진, 하지만 최근의 디지털 기술은 그저 뒷모습에 불과한 사진을 얼마든지 특정 부위를 확대해 볼 수 있는 기술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런 성중독에 의거한 성범죄가 외국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범죄당사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범죄'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남들도 다하는데 나만 재수없이 걸렸다는 식으로 '사고'한다는 데 있다.
게다가 이런 범죄가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성폭력 처벌법 14조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한다.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사건과 관련하여, 법원의 판결은 '성적 의도', 그리고 피해자의 수치심과 관련하여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여전히 우리 법원은 법조문에 대해 원칙론적인 '문구적' 해석에 치중하는 면이 있다. '자극적이고 수치스러워야 한다'는 기준에 매달린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의없이 상대방의 신체를 찍는 자체가'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진적인 법 의식, 사회적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