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엠넷
 
댄스 크루 홀리뱅이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하지만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를 사로잡은 K-댄서와 크루들 모두가 순위와 상관없이 똑같은 위너였다.
 
26일 밤 방송된 엠넷(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아래 스우파) 최종회에서는 대망의 파이널 생방송 무대가 펼쳐졌다. 라치카, 훅, 홀리뱅, 코카앤버터 등 파이널까지 살아남은 네 크루는 생방송 무대에서 각자의 개성을 십분 발휘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아쉽게 먼저 탈락한 모든 크루들과 유명 셀럽들도 다수 참석하여 파이널 무대를 빛냈다.
 
그동안 기성 가수들의 음악에 맞춰 춤을 췄던 댄서들에게 자신들만을 위한 '특별 퍼포먼스 음원'이라는 선물이 주어졌고, 유명 아티스트들이 노래-패션-스타일링 연출 등에 걸쳐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 라치카는 오랜 인연을 이어온 가수 청하의 지원을 받아 '배드걸' 무대를 선보였고, 코카앤버터는 CL이 지원한 '캐비어'를, 홀리뱅은 싸이먼 도미닉-로꼬와 함께 '노브레이크'를, 훅은 선미와 함께 '투 영 투 다이' 음원에 맞춰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모두가 승자된 <스트릿 우먼 파이터>
 
 엠넷(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엠넷
 
마지막 파이널 미션인 '컬러 오브 크루'는 각 크루들이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를 자유롭게 담은 무대였다. 라치카는 '경쟁에서 화합'에 이르는 <스우파>의 여정을 왁킹 무대로 연출해냈고, 코카앤버터는 '우직하게 거짓없이 춤과 마주하겠다'는 크루의 의지를 걸크러시한 개성을 살려 표현해냈다.

홀리뱅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선과 악의 양면성'을 특유의 다크하면서도 섹시한 감성으로 표현해냈다. 훅은 모성애를 주제로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에 맞춰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헌정하는 감동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이어 특별공연으로 그동안 함께했던 여덟 크루의 리더들이 함께하는 '헤이 마마'의 할로윈 버전 무대를 선보였다.
 
모든 무대를 마치고 마침내 최종 순위가 공개됐다. 우승팀은 글로벌 응원투표 점수 30%, 파이널 생방송과 함께 진행되는 문자투표 점수 70%를 합산해 결정됐다. 4위는 코카앤버터, 3위는 라치카가 차지했다. 대망의 1위는 최종 1000점을 획득한 홀리뱅이 훅을 제치고 최종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우승 크루에게는 상금 5000만 원과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와의 광고 모델 기회가 주어진다.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는 "늘 우리를 지지해주는 가족들, 친구들, 함께 하는 우리 멤버들. 늘 너무너무 고맙다. 매 미션마다 함께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스태프들도 집에도 못 가시고 도와주셨다.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댄서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돼 있었다. 너무 멋진 댄서들이 많다. 여덟 크루들 말고도 모두가 너무 멋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자부심 가져도 되고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댄스계에 많은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이 순수하게 춤을 사랑하는 댄서들을 사랑해주시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값진 준우승을 차지한 훅의 리더 아이키는 제작진과 동료들,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다가 목이 매어 말을 잇지못했다. 스스로 이마를 치며 감정을 추스른 아이키는 돌연 "스우파 댄서들 X나 멋있다. 훅 사랑해"라며 비속어를 섞은 과감하면서 유쾌한 수상소감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생방송이기에 가능했던 돌발상황이었다. 각 크루 멤버들은 서로를 포옹하고 격려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스우파>는 '댄서들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 그 가운데서 더 빛날 댄서들을 응원합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9주간의 대장정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화합과 존중 가치 보여준 댄서들

<스우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여성 스트릿 댄서들의 서바이벌 경연 예능이라는 점으로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K팝의 중요한 한축을 담당하는 댄서들은 가수나 래퍼같은 다른 아티스트들에 비해 그동안 전문성이나 인지도 면에서 충분한 존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스우파>를 통하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스트릿 댄스 신드롬이 불면서 댄서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다양한 춤 장르와 댄서신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졌다.
 
시종일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화려한 퍼포먼스의 향연, 연예인보다 더 다채로운 끼와 매력을 발산하는 댄서들의 캐릭터는 시종일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는 경연과 댄서들의 고유한 배틀 문화의 색다른 매력을 통하여 한국의 수준높은 K-댄스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과거에는 댄서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지금보다 강했고 전문적인 댄서를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도 취약했다. 불안한 직업환경으로 수명도 짧아서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댄서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K팝 문화의 발전과 함께 최근에는 댄스 아카데미가 활성화했고 대학에서도 스트릿 댄스를 배우는 학과가 생겨날 만큼 댄스문화를 인정하는 사회적 위상과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스우파>는 댄서신의 생태계와 직업의식을 통하여 그들이 현재 한국 대중문화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과, 전문적인 직업인으로 존중받아야 할 이유에 대하여 조명했다.
 
또한 <스우파>는 최근 트렌드인 강한 여성들의 대결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자극적인 경쟁보다는 화합과 존중이라는 가치를 통하여 더 빛났다. 댄서들은 미션마다 승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했고 때로는 기싸움과 지략대결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 이면에는 결국 더 좋은 무대를 만들겠다는 '프로의식'과 서로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동업자 정신'을 바탕에 두고 있었다. 이는 엠넷 특유의 '악마의 편집' 논란이나 순위 경쟁과 별개로 <스우파>의 모든 크루들이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많은 실력파 댄서들이 <스우파>를 통하여 스타덤에 올랐다. 화려한 미모의 댄서로 화제가 되었던 노제, 유쾌하고 장난기 넘치는 소년미 뒤로 아이 엄마라는 반전 매력이 돋보인 아이키, 춤에 대한 소신과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했던 '착한 꼰대' 모니카, 예능과 리액션 담당으로 맹활약한 가비, 항상 자신보다 팀원들을 챙기는 희생의 리더십이 돋보인 효진초이, 가장 어린 리더이면서도 패기와 실력을 갖춘 '영보스' 리정 등은 저마다의 개성과 리더십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의 수혜자로 남았다.
 
 엠넷(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엠넷
 
특히 최후의 승자가 된 허니제이는 뛰어난 실력 못지않게 프로그램 내내 <스우파>의 서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프로그램 첫 미션이었던 노리스펙 댄스배틀에서 오랜 애증의 관계였던 코카앤버터 리더 리헤이와 맞대결을 펼쳐 석패한 이후 먼저 다가가 화해의 포옹을 했던 순간은 <스우파> 최고의 감동적인 명장면으로 꼽힌다.
 
허니제이는 방송 초반만해도 개인-팀미션을 합쳐서 배틀에서 무려 5번이나 낙방하는 굴욕을 당하며 한때 '호구제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메가크루 미션 1위를 계기로 상승세를 탔고 결국 홀리뱅을 최후의 승자로까지 이끌며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 반전 서사를 완성해냈다.

센 언니스럽게 보였던 첫 등장과 달리, 동생들을 배려하고 자신을 성찰할 줄 아는 인간적인 매력, 춤과 경쟁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한편으로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아티스트로서의 면모가 부각되며 뒤로 갈수록 호감가는 언니로 사랑받을 수 있었다.
 
<스우파>는 수많은 명장면-명대사를 배출해내기도 했다. 허니제이와 리헤이의 닮은꼴 댄스배틀, 노제를 스타덤에 올린 리더계급의 '헤이 마마' 무대, 홀리뱅의 메가크루 미션 퍼포먼스, 라치카 vs. 원트의 탈락 배틀 등은 레전드로 평가받고 있다. "잘봐 언니들 싸움이다"(허니제이), "헤이~"(가비), "털 게 없네요. 죄송합니다"(아이키), "댄서로서의 자부심이 없냐"(모니카) 등 스웩 넘치는 댄서들의 어록은 다양한 성대모사와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방송 기간 중 원트 소속 로잘린이 먹튀 논란에 휘말린 것을 비롯하여, 프라우드먼 소속 헤일리, 웨이비 소속 리수는 학폭 의혹에 휘말렸고 원트 소속 엠마는 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에 휘말리는 등 출연자들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댄서들을 위한 무대'를 표방했으면서도 엠넷 특유의 갈등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편집, 전문 댄서가 한 명도 없는 심사위원들의 자질과 평가 기준 논란, 대중성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크루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미션과 투표 방식의 공정성 등은 개선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스우파>의 서바이벌은 막을 내렸지만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우파>는 여덟 크루의 비하인드를 담은 '스우파 갈라토크쇼'를 2주에 걸쳐 방영할 예정이며, 10대들의 경쟁을 담은 스핀오프 <스트릿댄스 걸스파이터> 등도 편성할 예정이다. 또한 각 크루들은 11월부터 전국투어 콘서트를 통해 오프라인으로도 팬들을 만난다. <스우파>는 끝났지만 댄서들의 아름다운 춤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스우파 홀리뱅 허니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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