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십개월의 미래>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 단편 <세상의 끝> 박정민, <최악의 친구들> 김수현, 정소민, <십개월의 미래> 최성은까지. 반짝이는 신인을 먼저 알아봤다. 배우를 발굴하는 선구안이 있을까. 백현진, 류이든 배우 캐스팅 계기도 궁금하다.
"내가 한예종 미다스 손이라는 별명이 있다. (웃음) 청년이 주인공인 영화를 주로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인 발굴로 이어지는 것 같다. 미래도 스물아홉이지만 더 어린 감각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찍을 때만해도 최성은 배우는 연극 하나 한 신인이었다. 소년과 소녀, 아이와 어른의 중간 같은 이미지를 찾고 있었는데 보자마자 '이 친구다'라는 감이 왔다.
실제 최성은 배우는 미래와는 반대의 성격을 가졌다. 다부지고 예쁘고 단단한 성격이다. 무엇보다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 신비로움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배우다. 다소곳이 있는 듯 보이지만 배역을 통해 다양한 곳을 유영하고 싶어 하는 친구다. 욕심 있는 친구다. 어디든 데려다 달라고 말하는 듯싶었고,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기꺼이 뛰어들어가 알고 싶은 욕망이 느껴졌다.
그래서 미래를 어떻게 연기할지 걱정이 앞섰다. 미래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임신)을 모든 경우의 수와 오차 범위, 오류 등을 고려해 정답을 도출하고 싶어 한다. 미래를 코딩 프로그래머로 설정한 이유와 맞물린다. 사회가 임신과 출산을 다루는 도덕, 법적인 방식에 큰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내가 진상을 부리는 손님처럼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래서 계속 의사를 붙잡고 질문을 하는 거다. 백현진 배우는 촬영 당시 지금 같은 괴상한 필모가 없었다(웃음). 산부인과 의사 역으로 특이한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같이 하게 되었고 류이든 배우는 그냥 김김 같았다. 영화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캐스팅하게 되었다."
- '요즘 나는 이름이 없는 곳에 들어서는 것 같은 기분이야'처럼 유독 주옥같은 대사가 많다. 그게 다양한 관객이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잘 풀리지 않는 내 인생을 위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시나리오가 경험에 의한 건지, 영감을 받은 작품이 있는지, 또는 배우의 애드리브인지도 궁금하다.
"자전적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내가 임신을 했을 때 이상한 경험으로 들어서는 기분이었다. 나는 똑같이 나인데 다른 사람 같았다. 갑자기 엄마, 모성애라는 프레임 속에 끼워 두고 나를 바라보더라. 임신을 둘러싸고 있는 정해진 개념이 불편했다.
임신에 대한 흑백논리나, 부조리가 만연해 보였다. 엄마의 존재는 특별하다는 모성 신화가 덧씌워졌다. 때문에 처음부터 한 여성이 그 경험(임신) 자체를 통과하는 영화를 만들고자 기획했다. 사람, 젊은 여성, 엄마라는 존재가 별개가 아님을 말하고 싶었다. 준비도 없이 그 세계 속에 떨어져 버린 사람의 감각이었던 것 같다. 그 이름 없는 곳을 비춰 보자는 의도가 반영되었다.
임신이 흔한 소재지만 그때 발생하는 혼돈에 대해 다루어 보고 싶었다. 미래의 대사를 빌어 임신 중이면 할 법한 말을 대신 쏟아 냈다. 카오스라는 아기의 태명이 미래의 혼돈을 뜻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시작이기도 하다. 삶이란 혼돈 안에서 평생 질서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게 아닐까 싶다."
"여성 영화 프레임 벗어나 보편적 이야기로 봐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