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은 당장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어린 초등학생이기에 정확한 원인 파악이 중요했다. 엄마는 두 세 달 전부터 조금씩 강도가 심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상 속에서 둘째의 이상 행동은 계속됐다. 엄마의 언성이 높아지자 둘째는 자리를 옮겨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엄마가 그 모습을 보자 자신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둘째는 왜 자신을 벌주는 걸까.
다른 상황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이번에는 공부하기 싫어하는 둘째와 공부를 시키려는 엄마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둘째가 하품을 하자 엄마는 등짝 스매싱을 날렸고, 갑자기 얻어맞은 둘째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로의 목소리가 커지자 안방에 있던 아빠가 무섭게 개입했다. 겁에 질린 둘째는 입을 닫았지만, 마음이 답답한지 자신의 가슴을 연신 쳤다.
화가 난 아빠가 엄마를 부르자 둘째는 엄마의 팔을 꽉 잡았다. 엄마가 떠나지 못하게 붙잡았다. 두 사람 사이에 또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둘째는 다시 "잘못했습니다."라고 사과하며 책상에 머리를 찧었고, 자신의 입을 세게 때렸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아빠가 공부를 그만하라고 소리쳤지만, 둘째는 못 들은 척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왜 계속 고집을 부리는 걸까.
"둘째의 모든 행동은 힘듦에 대한 외침입니다."
오은영은 감정, 생각, 행동은 인간만이 지닌 고유의 기능으로 세 가지가 각기 다르다고 설명했다. '공부는 중요하다'는 건 생각이고, '공부가 싫다'는 건 마음인데 금쪽이의 엄마 아빠가 이 둘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꼭 방실방실 웃으며 공부를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사회적 선을 넘지 않는 감정이라면 그냥 인정해 주면 될 일이다.
다시 좀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둘째는 공부가 싫지만 그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인상을 찡그리고 한숨을 쉬는 등 싫은 티를 팍팍 냈지만, 공부를 계속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따지고 보면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오은영은 '마음의 주인은 그 사람의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아무리 부모라도 아이의 마음까지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그 말을 들은 부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5년째 반항을 하고 있다는 첫째를 만나볼 차례였다. 아빠는 첫째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첫째의 말에는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식사를 할 때도 아빠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식사가 끝난 후 자리를 뜬 첫째는 화장실로 들어가 멍하니 앉아있었다. 평소에도 40~50분 가량 그리하는 모양이었다. 첫째는 왜 홀로 저러고 있는 걸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잠시 후 PC방 문제로 실랑이가 시작됐다. 엄마는 학업 문제로 중요한 시기에 PC방을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해했고, 첫째는 매일 가던 걸 줄여 2주에 한 번 간다며 답답해했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첫째와 조금 더 요구하는 엄마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이었다. 첫째는 "집에 있기 싫어서 나가요."라고 나지막이 진심을 털어놓았다. 화가 난 엄마는 "나가, 그러면!"이라고 받아쳤다.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들은 아빠가 개입하자 더욱 악화됐다. 첫째는 "지가 뭐 잘난 줄 아냐"라며 혼잣말을 내뱉었고, 그 말을 들은 엄마와 아빠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호통과 실랑이가 격해졌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오은영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빠는 일전에 첫째가 "뭐 저런 게 아비라고?"라고 했던 걸 거론하며 "너같은 놈이 자식이냐?"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죽도 밥도 안 할 것 같으면 그냥 쥐 죽은 듯 있다"며 비수를 꽂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곪을 대로 곪아버렸다. 금쪽이네는 잠시라도 평온할 날이 없었다. 잠시 후 형제 간에 갈등이 벌어지자 아빠는 동생을 불러 혼을 냈다. "형하고 똑같이 취급해 줄까?"라며 싸늘하게 얘기했고, 둘째는 잘못했다고 얘기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오은영은 육아에 있어 부모의 가치관이 중요한데,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양육하느냐고 질문했다. 엄마는 예의범절이라고 답했다. 버릇없어 보이는 요즘 아이들을 보고 내 아이는 꼭 예의바른 아이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오은영은 예의범절이 중요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중시하다보면 아이의 생각을 인정하고 아이의 감정을 수용하는 걸 놓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