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 제공
- 전 세계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부는 것 같아요. 77개국에서 1위를 하고 있어요, 이 흐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금은 거의 86개국 중 85개국에서 1위를 하는 것 같아요.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이죠. 왜냐하면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하게 전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 특히 이 작품이 거의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했고요. 넷플릭스 CEO분도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콘텐츠 중에 가장 주목받고 성과를 내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실질적으로 그런 효과를 한국콘텐츠가 내고 있다는 지점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게 단지 한국인이라서 콘텐츠가 잘 되니까 좋다는 정도 차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지금 콘텐츠들이 글로벌 시대에 들어가서 어떻게 경쟁을 하고 있고 그 경쟁 안에서 한국 콘텐츠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란 차원에서 이런 현상을 바라보고 있거든요."
- 그럼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일단 글로벌 시대 안에서 로컬 콘텐츠들이 굉장히 많이 주목을 받을 기회가 과거보다 굉장히 많아졌다는 거예요. 과거 로컬 콘텐츠가 해외에 나가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되게 많았어요. 여기서 주목받으려면 일단 해외에서 관심을 보여야 되고 관심을 보이려면 예를 들어 시상식에서 상을 받거나 해야 주목을 받을 수 있죠. 그러나 해외 시상식장에서 수상했다고 대중적인 작품이 되기는 어려워서 대중적으로도 가려면 그 나라의 유통망을 뚫고 들어가야 되고 그렇게 올려졌을 때 그게 관객들한테 연결되는 이런 부분들인데 지금은 이런 단계를 다 없애 버린 상태에서 넷플릭스에 얹어지면 바로 반응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인 거죠.
그 환경이 기본적으로 <오징어 게임> 열풍의 기반을 만든 부분이 있고요. 한국 콘텐츠가 이렇게 잘 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보는 관점은 최근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들 특징들이 유사한 면이 많이 있는데 그게 한국의 색깔이 굉장히 강하면서 글로벌하게 사람들이 다 이해할 수 있는 장르 같은 것들을 잘 따른 작품들이 많단 거죠."
- 예를 들어 주신다면요.
"<킹덤> 같은 작품도 있고요. 그다음에 넷플릭스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님이 했던 <기생충>이라든가 <설국열차>이죠. <설국열차>는 논외지만 <기생충>이든 <오징어 게임>이든 <킹덤>이든 대부분 로컬 색깔이 확실하다는 거죠. 한국 사람들이 가진 문화의 색깔이 확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오징어 게임>도 보면 이 안에 다양하게 한국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어린 시절 했던 놀이들 요소들이 들어가 있어요. 현실에서 실패를 많이 경험한 이들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게임에 들어가게 되는데 현실적인 부분들은 한국 사람들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로컬 색깔이 확실히 들어가 있다는 거죠."
- <오징어 게임>이 영화 <기생충>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던데.
"저도 그렇게 보고 있어요. 이 작품은 데스서바이벌 장르라고는 얘기를 하지만 저는 그거보다는 <기생충>이 하는 약간 사회고발 같은 거죠. 예를 들어 자본주의의 계급 구조를 고발하는 이야기라고 저는 보거든요. 그래서 이런 작품들이 대부분 해외에서 많이 성공한 거죠. 아까 제가 몇 개 작품들을 얘기했지만, 그 작품들이 다 계급 구조를 비판하는 작품들이거든요. <오징어 게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 거죠.
근데 하필이면 한국에서 만드는 이런 콘텐츠들이 다 계급구조에 대한 것들을 다뤄서 해외에서도 성공한 게 우연인가란 질문을 던질 수가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특별히 이걸 의도했다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그만큼 경쟁적인 사회라는 거죠.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봐도 가장 경쟁적인 사회라는 게 당연한 거 같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동일한 문제의식으로 들어가서 많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보이고요.
그렇게 만든 작품들이 해외에도 없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한국의 콘텐츠들은 훨씬 더 직설적으로 많이 다룬단 거예요. 직설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쟁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치열하기 때문에 훨씬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바로바로 얘기하는 형태로 작품이 구현된다는 거죠."
<오징어 게임>이 던진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