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아래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 그가 제시하는 '금쪽 처방'에 아이들을 위한 솔루션만 담긴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는 엄마 아빠의 내면을 치유하는 데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문제의 본질이었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성인들이 내면 속 상처를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 그 누구에게도 꺼내보이지 못한 채 말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서 몸만 자란 어른들을 위한 상담, 어른들이 내면 속 '어린아이'를 치유하는 과정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차에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가 찾아 왔다. 지난 1일 방송된 3회에는 아이돌 그룹 2NE1으로 활약했던 산다라박과 민지가 등장했다. 걸크러쉬한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당찬 두 사람은 어떤 고민을 안고 있을까. 

아무도 몰랐던 고민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채널A
 

두 사람은 '센 언니' 이미지 때문에 남몰래 숨겨왔던 고민을 꺼내놓았다. 산다라는 '비행 공포증'이 있었다. 비행기만 타면 추락할 것 같아 두렵고, 심지어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든다는 것이다. 해외 스케줄이 잡히면 며칠 전부터 불안 증세로 고통을 겪었다. 일본처럼 가까운 거리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미국 등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면 견딜 수 없는 공포와 맞닥뜨려야 했다.

민지는 '어둠 공포증'이 있다고 고백했다. 밤이 무서워 잠을 잘 때도 불을 다 켜놓아야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 있으면 어둠에 빨려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초조해져서 빛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공포 때문에 어두워지면 집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함께 그룹 생활을 했던 산다라조차도 이 정도로 심한 줄 몰랐다며 염려했다.

비행 공포증이나 어둠 공포증처럼 어떤 특수한 상황(또는 대상)에 대해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마음 상태를 '특정 공포증(Specific Phobia)'이라고 한다. 특정 공포증의 종류는 그밖에도 굉장히 다양하다. 오은영은 우리가 흔히 잘못 생각하는 것처럼 공포증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서 마음가짐과는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그렇다면 산다라의 비행 공포증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산다라는 11살 때 필리핀으로 이민을 가게 됐던 순간을 떠올렸다. 익숙했던 삶과 강제로 이별하고 타지로 가는 상황이 어린 산다라에게는 죽기보다 싫었을 것이다. 한국을 떠나기 싫어서 발버둥도 쳤지만, 부모님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산다라에게 그날의 비행기는 상실과 아픔이 공간이었다. 

처음 필리핀에서의 시간은 고통 그 자체였다. 우선,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다. 6학년의 나이에 1학년으로 재입학했고, 산다라는 점점 더 말수가 줄어들었다. 선택적 함구증을 겪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 축제에서 무대에 서며 친구들과 가까워졌지만 데뷔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또,  2NE1으로 활동 후 갑작스러운 해체를 겪은 것도 산다라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렇다면 민지의 어둠 공포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민지는 6~7살 때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당시 미지는 할아버지의 오래된 한옥에서 살았는데, 유난히 지반이 낮은 곳에 지어져 자연재해에 취약했다고 설명했다. 혼자 집에 남아 있던 어린 민지는 엄청난 폭우를 겪었다. 집 안으로 물이 차기 시작했고, 불은 모두 꺼진 상황이었다. 민지는 다급하게 세숫대야로 물을 퍼내야 했다. 

민지는 그때부터 혼자 있거나 어둠 속에 있는 게 무서워졌다고 회상했다. 또, 물에 들어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 수영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지는 너무 어린 시기에 데뷔했던 어려움에 대한 얘기도 꺼내놓았다. 초등학교 6학년에 YG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게 된 민지는 어른들의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발랄한 성격을 잃었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됐다. 

오은영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자극과 스트레스를 겪으면 그 기억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그 기역에 관련된 감정까지도 뒤따라온다고 설명했다. 6살 민지의 공포는 단순한 무서움이 아니었다. 익사할 것 같은 본능적 공포와 어둠 속에서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는 것 같은 두려움, 이 두 가지의 강력한 공포가 합쳐진 끔찍한 경험이었다. 공포는 어린 민지를 잠식했다. 

오은영의 솔루션

물론 이 경험이 내면에 잠재돼 있으면 큰 문제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지는 너무 이른 나이에 어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른들 사이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했던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며 레이더를 항상 예민하게 작동시켜야 했다. 하지만 깜깜한 상태에서는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았다. 시각적으로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 민지 입장에서는 두려운 것이다. 

오은영은 민지가 세상에 잘 적응한 보편적인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다독였다. 그러면서 "민지가 기분이 나쁘다면 기분이 나쁠 만한 일이에요"라며 이제는 그 레이더를 조금 거두어도 된다고 말했다. 눈치보지 않고 감정을 표현해도 된다고 토닥였다. 그 얘기를 들은 민지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괜찮다는 말을 들으니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게 괜찮은 건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다음에는 산다라를 위한 맞춤 진단이 이어졌다. 오은영은 산다라가 본인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편안하게 느끼는 성향이라고 진단했다. 인생의 중요한 사건마다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비행기를 탈 때면 늘 익숙한 환경이나 친구와 이별해야 했던 경험을 겪었기에 비행기는 부정적 기억의 대상이었다. 

오은영은 꼭 필요한 통제는 갖고 살되 그 외의 것은 그냥 흘러가게 두어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물론 머리로 이해는 되더라도 실제 생활에 적용하기는 힘든 일이다. 오은영은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라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당장 그렇게 하기 힘들다면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말을 녹음해 두라고 설명했다. 하고 싶었던 말을 다시 들어보며 자기 주도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지에게는 내면의 기준을 '새로 고침'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산다라는 '참지 마요'라는 새로운 삶의 지침이 필요했다. 민지는 어린 시절에 무섭기만 했던 장맛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뜬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산다라는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뗀 두 사람이 앞으로 좀 더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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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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