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MI6를 떠나 연인 '매들린(레아 세이두)'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자신의 과거와 죄책감을 떨쳐낸 후 매들린과 함께할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그는 자신 앞에 또다시 찾아온 위기로 인해 그녀와 이별한 후 잠적한다. 그러나 본드의 과거가 뒤섞인 적 '블로펠트(크리스토프 발츠)'와 그의 조직 스펙터는 물론, 매들린의 과거가 얽힌 새로운 적 '사핀(라미 말렉)'이 등장해 MI6이 숨기고 있던 치명적인 생화학무기 헤라클레스를 탈취하자 'M(랄프 파인즈)'은 본드에게 복귀를 요청한다. 이에 본드는 오래된 동료 'Q(벤 위쇼)'와 '머니페니(나오미 해리스)', 그리고 잠시 동안 007을 맡고 있던 '노미(라샤나 린치)'와 함께 세계는 물론 마들렌과 새로운 가족을 지키기 위한 그의 마지막 미션에 나선다.
<007 카지노 로얄>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수십 년의 전통을 지닌 캐릭터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끊임없이 사투를 벌여 왔다. 냉전이 끝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스파이가 존재하는 이유와 그가 상대할 시대에 맞는 적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했다.
그래서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는 적절한 답을 찾을 때면 호평을 받고, 그렇지 못할 때면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주식시장을 악용해 자본주의 질서를 망치려는 테러조직을 상대하거나(<카지노 로얄>), 국가의 폭력으로 인한 희생자 및 피해자의 역습에 맞서 과거를 성찰하고 새롭게 거듭난 본드는(<스카이폴>) 극찬을 받았다. 반면에 거대 비밀 조직 퀀텀과 스펙터와의 구시대적 대결 구도라는 첩보물의 클리셰를 답습한 <퀀텀 오브 솔러스>와 <스펙터>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