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
tvN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 CJ ENM
 
tvN <바퀴 달린 집>은 지난 2년에 걸쳐 성동일, 김희원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영화계 인물들과 함께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 캠핑 예능이다. 여진구(시즌1), 임시완(시즌2) 등이 가세하면서 작품을 통해 친분을 쌓았던 초대손님과 즐기는 야외 생활은 매주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해줬다. 때론 가족처럼 훈훈한 정이 담겨있거나 혹은 티격태격 케미를 선사해준 출연진들의 노고에 힘입어 오는 10월엔 시즌3 방영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런데 지난 13일 첫 방영된 <빌려 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아래 '바퀴 달린 집')은 조금 성격을 달리 가져가는 스핀오프 예능이다. 두 시즌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캠핑카만 그대로 일 뿐이고 등장인물은 그간 만났던 성동일-김희원 대신 새 얼굴들로 바뀐 것이다. 하반기 개봉을 앞둔 영화 <해적 : 도깨비 깃발>(아래 '해적2') 출연진에게 잠시 집을 빌려주는 형식을 취하면서 주인 없이 야외 생활을 맛보는 3부작 '외전' 예능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한자리에 모인 <해적2> 출연진... 그리고 예능 고수 이광수
 
 tvN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의 한 장면
tvN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의 한 장면CJ ENM
 
먼저 <바퀴 달린 집>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한효주-강하늘-이광수였다. 11년간 <런닝맨> 고정 멤버로 활약해온 이광수, 종종 초대손님으로 예능감을 뽐내왔던 한효주, 그리고 '예능 초짜' 강하늘 등 각기 다른 개성의 <해적2> 선발대는 멋진 야외 풍경에 놀람과 동시에 그간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도구, 캠핑카를 둘러보면서 신기함을 감추지 못한다.  

각종 주의사항이 적힌 집주인(성동일)의 편지를 읽은 이들은 본격적인 1박 2일 야외생활 준비에 돌입하지만 이내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각종 장비의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능숙하게 천막을 설치하던 시즌1, 2의 집주인과 다르게 뭔가 허술하고 어설픈 임차인(?)들의 손놀림은 이번 <바퀴 달린 집>이 선사하는 웃음 만들기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예능 고수 이광수의 등장은 <런닝맨> 하차 후 아쉬움을 느낀 팬들에게 모처럼의 위안이 되어준다. 항상 뛰어 다니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예능병 말기 환자'라는 자막에 걸맞게 그는 조금이라도 화면에 담길 만한 내용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서툰 손길의 한효주-강하늘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면서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는 것이다. 

손님들의 어설픈 손길... 그로 인한 재미 유발
 
 tvN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의 한 장면
tvN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의 한 장면CJ ENM
 
조금 늦게 합류한 동료 김성오와 박지환을 위해 한효주를 비롯한 선발대는 콩국수, 카레로 점심 식사를 해결하기로 한다. 다소 서툰 손놀림이지만 정성을 다해 만든 요리는 그 어떤 진수 성찬 못잖게 입맛을 자극한다. 인근 지역에서 사계절을 목격하다시피 장기간 촬영에 임했던 <해적2> 출연진들은 도로 위 풍경을 뒤늦게 감상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기도 한다. 일로서 그냥 지나쳤던 익숙했던 길이 이날 만큼은 아주 특별한 여름날의 추억거리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번 <바퀴 달린 집> 외전의 특징은 조금은 부족하고 서툰 출연진들의 케미가 만드는 재미를 손꼽을 수 있다. 손쉬운 에어 쿠션 하나 설치하는데도 진땀 다 빼는가 하면 그늘막 치기에 모든 출연자가 총동원되는 허술함이 연신 화면을 통해 장식되지만 답답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야외 생활 초보들이라면 의례 겪을 수 있는 각종 실수는 이 예능 속 조미료 같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본편과는 차별화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여기에 <런닝맨> 11년차 이광수, 10년 경력 캠퍼 박지환이 각각 예능과 야외 생활 길잡이 노릇을 맡아주면서 동료들의 부족함을 채워준다. 영화 촬영 종료 후 모처럼의 조우를 통해 우정을 쌓아가면서 그들은 예능 촬영이라는 것도 잠시 잊은 채 즐겁고 유쾌한 시간 보내기를 이어나간다. 한편 이날 방송 말미에는 권상우, 채수빈 등 후발대로 가세한 동료들의 등장을 알리면서 첫 회 이상의 기대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인기 예능의 확장성+작품 홍보의 새 방식... 공존할 수 있을까?
 
 tvN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
tvN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CJ ENM
 
​<바퀴 달린 집> 스핀오프 형식을 취한 이번 프로그램은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본 형식만 그대로일 뿐 화면 속 인물은 모두 새로운 출연진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어색함 없이 물 흐르듯 방송은 이어진다. 이는 기존 <바퀴 달린 집>의 탄탄한 기획이 만들어낸 튼튼한 뼈대에 힘 입은 것이다. 기본 틀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보니 전혀 다른 인물들이 자리를 잡았지만 무리없이 움직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   

​비록 예능감이 없는 출연진들이라 할지라도 잘 짜여진 배경과 든든한 동료들의 존재감 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볼 만한 내용을 선사한다. 성동일과 김희원이 없더라도, 어떤 다른 이들이 잠시 빌려 쓰더라도 편안하게 즐기다 돌아갈 수 있는 휴식 같은 역할을 맡아준다. 모범적인 스핀오프 예능의 본보기란 바로 이런 것임을 몸소 증명해주는 것이다. 

​반면 신작 영화 홍보를 위해 각종 예능에 출연하는 일반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아예 3부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이번 방식에 대해선 일정 부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점에서 고민이 요구되기도 한다. 앞서 지난 8월 tvN에선 나영석 PD의 숏폼 예능 <출장 십오야>를 종영 두 달 만에 '스페셜 편'이라는 이름으로 잠시 부활시킨 바 있다. 여기에 출연한 이들은 당시 극장 개봉이 앞둔 새 영화 <싱크홀>의 주요 배우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이었다. 이렇다보니 마치 신작 홍보를 위해 방송국이 맞춤형 광고 영상을 제작해주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들었다. <바퀴 달린 집>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일말의 우려감을 선사한다. 좋은 기획 vs. 신작 홍보라는 대조되는 목표점은 서로 공존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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