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2020도쿄올림픽 출전선수들을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 18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2020도쿄올림픽 출전선수들을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마련했다. ⓒ MBC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린지도 벌써 12일이나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그때의 뜨거웠던 감동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대회 폐막 후 선수들은 벌써 다음 경기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지만, 꽤 많은 선수들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국민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케이블, 라디오 등 현재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방송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초대손님으로 손꼽힌다. 너도나도 올림픽 영웅들을 섭외하려고 하지만 그 효과는 제각각이다. 어떤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하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올림픽 영웅 덕 제대로 본 <아는 형님> <유퀴즈> <라디오스타>
 
 지난 14일 방영된 JTBC '아는 형님'의 한 장면.  펜싱 F4 출연을 통해 모처럼 시청률 상승 및 화제성 마련에 성공했다.

지난 14일 방영된 JTBC '아는 형님'의 한 장면. 펜싱 F4 출연을 통해 모처럼 시청률 상승 및 화제성 마련에 성공했다. ⓒ JTBC

 
JTBC <아는 형님>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올림픽 효과를 톡톡히 본 예능으로 손꼽힌다. 펜싱 어벤져스 F4(남자 사브르 대표팀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 오상욱)를 섭외한 <아는 형님>은 해당 회차에서 6.6%의 높은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을 기록했다. 일주일 만에 약 3%p나 높아진 것. 금메달 주역 출연이 기대 이상의 좋은 효과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F4 맏형 김정환이 예상치 못했던 구수한 입담과 허당같은 매력을 뽐내면서 고정 멤버들과 좋은 합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MC 유재석이 자가 격리되면서 잠시 주춤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 역시 마찬가지다. 양궁, 유도, 럭비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을 초대해 숨은 사연들을 소개한 <유퀴즈>는 6.7%의 시청률을 달성했다. 올해 자체 최고 성적을 기록했던 3월 방탄소년단 편과 같은 수치다. 토크 예능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금메달 주역뿐만 아니라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까지 골고루 주목받게 만든 결과였다.

이 밖에도 MBC <라디오스타>(18일),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8일) 등 여러 프로그램 역시 쏠쏠한 효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뒷걸음질 친 <돌싱포맨>, 큰 재미 못본 <집사부일체>
 
 지난 17일 방영된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역시 펜싱F4가 초대손님으로 등장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 17일 방영된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역시 펜싱F4가 초대손님으로 등장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 SBS

 
​반면 화제의 스타 섭외에 성공했지만 아쉬움을 자아낸 예능도 적지 않았다.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 역시 펜싱 F4를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마련했다. 그런데 결과물은 신통치 않았다. 한 주 전만 해도 시청률 8.2%를 기록했는데 올림픽 스타 편에는 5.7%로 급락하는 예상 밖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다. 

겹치기 섭외의 역효과가 발휘된 것일 수도 있다. 이미 며칠 전 <아는 형님>으로 큰 재미를 뽑아낸 것에 이어,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다보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돌싱포맨>이 평소 멤버들의 자택으로 게스트를 초대하는 포맷인 것과 달리, 이번 올림픽스타 편에서는 체육관을 빌려 촬영하기도 했다. 이 점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말장난이 가미된 토크로 재미를 유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면서, 이 프로그램만의 특색을 없애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3주 결방 후 돌아온 SBS <집사부일체> 역시 초대손님은 공교롭게도 펜싱 F4였다. 지난 15일 스승님으로 이들을 섭외해 직접 펜싱을 배워보고 다양한 게임 대결을 펼치는 내용을 준비했지만 앞선 방영분에 비해선 시청률 소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장기간의 방송 공백과 기존 멤버 하차 및 새 멤버 영입 등 <집사부일체>의 내부적 요인도 있었지만, 특색있는 구성을 찾아보기 힘든 방송 내용까지 겹쳐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해석된다.

프로그램 고유 특성, 올림픽 스타 조화 이뤄져야 큰 효과
 
 지난 11일 SBS '배성재의 텐' 보이는 라디오 중계 녹음(14일 방송)에 참여한 펜싱 국가대표 김지연과 윤지수

지난 11일 SBS '배성재의 텐' 보이는 라디오 중계 녹음(14일 방송)에 참여한 펜싱 국가대표 김지연과 윤지수 ⓒ SBS

 
​이곳저곳 올림픽 스타들이 등장하지만 효과는 제각각이다. 특히 펜싱F4는 여러 방송에 섭외되면서 인기 스타로 떠올랐지만 막상 프로그램의 희비는 엇갈리고 말았다. 동일 인물이 나온다고 해도 즐거움와 웃음의 강도는 분명 천차만별이었다.

이는 단순히 겹치기 출연이나 우후죽순식 섭외의 문제만으로 보긴 어렵다. 치밀한 기획, 그리고 프로그램 포맷에 얼마나 잘 녹여냈는지 여부가 시청률의 성패를 가른 게 아닐까. <아는 형님> <유퀴즈> <라디오스타> 등에선 각각 형님 학교, 1대1 토크, 독설 등 해당 프로그램 고유의 특성을 기본 바탕에 두면서도 게스트들의 속 깊은 이야기와 재능을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마련했다.  

또한 ​<김영철의 파워FM>, <배성재의 텐>(이상 SBS),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이상 MBC) 등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의 초대도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오디오에 더 집중한 환경인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청취자가 올림픽 스타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펜싱 메달리스트 김지연과 윤지수를 스튜디오로 모신 <배성재의 텐>은 실시간 보이는 라디오 코너를 통해 청취자들의 유머 넘치는 질문을 받으면서, 방송에 익숙치 않은 초대손님도 부담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고 말할 수 있게끔 유도했다.

가장 뜨거운 인물들을 모셔왔지만 적절한 활용법을 찾지 못한 프로그램들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돌싱포맨>만 하더라도 고정 멤버 4명의 케미 대신 초대손님 위주로 내용을 꾸미다가,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흐트러져 버렸다. 이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다른 예능들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영웅들이 등장하는 방송은 당분간 끊이지 않을 예정이다. 탄탄한 준비성 및 기존 방송과의 좋은 합 마련이야 말로 시청자 유입의 큰 열쇠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올림픽 아는형님 유퀴즈 라디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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