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최근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다. 특히 일본 도쿄 하늘에 태극기를 띄운 금메달리스트들은 채널만 돌리면 TV에서 볼 수 있을 만큼 여러 프로그램에서 앞다퉈 초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안방까지 전하고 있다. 특히 '펜싱 어벤져스' 사브르 남자 단체전 4인방은 지상파 대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2주 방송분을 할애할 만큼 인기 스타 못잖은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1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아래 <유퀴즈>)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을 맞췄다. '국가대표' 편에서는 2021 도쿄 올림픽에서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선수들을 만나고 그들의 애환을 담았다. 그러나 묘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이번 <유퀴즈>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메달리스트가 아닌, 출전 경기 전패를 기록한 럭비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기적 같은 본선 진출권 획득
 
 지난 18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한국에서 럭비란 그저 미식축구의 원조, 영국 연방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 정도로 알려진 비인기 종목이다. 규칙은 둘째치고 몇 명이 출전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럭비는 무관심의 대상이었다. <유퀴즈>가 이번에 만난 안드레진, 정연식 선수는 럭비가 좋아서 한국에 귀화하고, 일본 프로 소속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 대표팀으로 나서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운동장을 누빈 이들이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럭비는 7인제 경기로 전·후반 각 7분씩 총 14분에 걸쳐 진행됐다. 구기 종목 치곤 비교적 짧은 경기 시간이다. 그러나 미식 축구와는 다르게 보호장구 없이 맨몸으로 구르는 데다 상대 선수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치르는 극한의 체력전이기 때문에 결코 만만치 않은 종목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사실 한국 럭비팀의 올림픽 본선 진출은 기적에 가까웠다.  

​지난 2019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예선 최종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딱 1장 남은 올림픽행 티켓을 놓고 중국과 맞붙었다. 경기 종료 20여 초 전 0-7로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극적인 동점골에 이어 연장전에서 내리 득점에 성공하면서 12-7,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감격의 본선 진출을 얻어냈다.

하지만 본선 무대는 말 그대로 세계의 벽을 실감케한 곳이기도 했다. "무조건 1승만 하자"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뉴질랜드, 호주 등 럭비 강호들의 엄청난 기량을 단번에 뛰어 넘는 건 역부족이었다. 결과는 5전 5패.

중계조차 없었던 첫 경기... 그래도 끝까지 달렸다
 
 지난 18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럭비대표팀의 첫 상대는 뉴질랜드. 그런데 TV 중계는 없었다. 그 누구도 한국 럭비가 메달은커녕, 1승을 거둘 것이라고도 예상하지 않았던 걸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처럼 비친다. 선수들도 예상했던 바이기에 그들은 본인의 경기에 최선을 다했다. 올림픽이 모두 끝나고 뒤늦게나마 골리앗 같은 상대들과의 경기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한 럭비 선수들을 향한 격려의 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실력이 없어도 신체조건이 떨어져도 상대보다 더 열심히 할 순 있다. 지더라도 한발 더 뛰자."(안드레진)

등록 선수도 1천여 명에 불과할 만큼 척박한 환경의 럭비 선수들은 생업을 따로 두고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안드레진은 평일에는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 이후 럭비 연습을 하는 직장인이다. 1세대 패션모델인 어머니(김동수)와 캐나다 출신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홍콩에서 생활하던 그는 럭비가 좋아서 택한 일이기에 후회는 없단다. 일본 프로 팀에서 뛰는 정연식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지만 "소속팀 감독님이 저의 국가대표 합류를 꺼려했다. 꿈의 무대였던 올림픽을 위해 수입을 포기하고 국내 팀으로 이적했다"는 사연을 소개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태극마크의 자부심, 꿈 하나만으로 불태운 열정
​ 
 지난 18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두 사람을 럭비 선수로서 뛸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은 바로 태극마크가 붙은 유니폼이었다. 대회 출전에 앞서 전달되는 대표팀 유니폼을 받고 눈물 흘리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안드레진은 "태극마크란 이런 거구나" 하는 의미를 깨달았단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선배, 동료들의 뜻을 이어 받아 더욱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제작진과의 인터뷰 말미에서 눈시울을 붉힌 그의 모습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번 <유퀴즈> 국가대표 편은 올림픽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른 시각에서 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방송에서는 화려한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라, 1승도 못한 종목일지라도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 선수들 또한 충분히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우승, 메달 중심에서 참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유퀴즈>는 놓치지 않았다.

럭비 대표팀 두 선수와의 대화가 끝난 직후, 제작진은 13명 럭비팀 전원의 이름과 모습을 일러스트에 담아 함께 소개했다. 우리 모두에겐 그들 또한 도쿄올림픽을 빛낸 영웅들이었기에. '아름다운 꼴찌' 럭비 대표팀은 비록 210실점을 했지만 29득점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올림픽 참가의 꿈을 달성했으니 이제 다음 목표는 내년 월드컵 게임 1승이라고 말하는 안드레진, 정연식 선수의 소박한 희망이 이뤄지기를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유퀴즈온더블럭 유퀴즈 럭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