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방송된 JTBC 예능 <바라던 바다>는 소나무 바에서 특별공연을 펼치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담았다.

수현은 김연우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을 열창한다. 특유의 담담하면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듣고있던 멤버들은 하나같이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베테랑 뮤지션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한 윤종신은 "수현이 노래를 정말 잘한다. 쟤는 솔로를 더 해야 한다, 감성은 오빠(찬혁, 악뮤멤버)보다도 훨씬 좋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JTBC 예능 <바라던 바다> 한 장면.

JTBC 예능 <바라던 바다> 한 장면. ⓒ JTBC

 
뒤이어 선우정아와 온유, 윤종신 등의 열창이 이어진다. '돌아가자' '너와 나의 거리' '플라이투더문' '마이 원앤 온리 러브' '봄처녀' '거리에서' '사랑밖에 난 몰라' 등 우리에게 익숙한 감미로운 명곡들이 이어진다. 노래를 듣던 관객들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감성에 흠뻑 젖어 곳곳에서 눈시울까지 붉힌다.

특히 선우정아의 애절한 음색에 감탄한 이지아는 공연이 끝난 후 "되게 굴곡진 삶을 살았어요? 어떻게 이렇게 감정이 풍부할 수 있나?"라고 질문하며 선우정아를 당황하게 한다. 이지아는 "이거는 모든 걸 다 겪은 거야 이미"라고 감탄하고, 선우정아는 "20대가 많이 좀 혼란스럽긴 했다"고 고백했다. 이지아와 김고은도 "나 역시 혼란스러웠는데"라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감성충만했던 저녁 공연이 끝나고, 날이 바뀌어 멤버들이 고성바다 바에서의 영업을 준비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이동욱이 갯바위 낚시에 나서서 고군분투하고, 이지아는 수현과 성게알을 이용한 비빔면과 부르스케타 요리에 도전한다. 낮영업을 시작한 멤버들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다시 공연이 이어진다. 관객들은 'The girl from inpanema' '막걸리나' '보고싶다' '고양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등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한 시간으로 훈훈하게 영업을 마무리한다.

<바라던 바다>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라이브바를 배경으로 배우와 뮤지션들이 직접 만든 요리와 선곡한 무대를 선보인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힐링예능' 장르로 이동욱, 김고은, 이지아, 윤종신, 온유, 이수현 등 화려한 출연진이 돋보인다.

<바라던 바다>의 포맷은 자연히 <비긴 어게인>, <윤식당>,<어쩌다 사장> 등 여러 기존 예능의 설정들을 결합시킨듯한 기시감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라던 바다>를 단순히 짜집기 된 아류작으로만 평가하기에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실력파 뮤지션들이 선보이는 공연 파트라고 할 수 있다. 감성적 요소를 극대화한 맞춤형 선곡과 귀를 즐겁게 하는 뛰어난 가창력은 시청자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17일 방송(8회)은 <바라던 바다>의 역대 에피소드중에서도 토크나 사건보다는 철저히 공연 위주로 편집되며 음악적 비중이 가장 컸던 회차이기도 했다.

흡인력 있는 스토리 라인의 부재
 
 JTBC 예능 <바라던 바다> 한 장면.

JTBC 예능 <바라던 바다> 한 장면. ⓒ JTBC

 
문제는 유튜브 방송처럼 5분, 10분 단위의 짧은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공연 부문만 떼놓고 보면 매우 훌륭한데, 정작 1시간이 넘는 분량을 가진 연속성 있는 한 편의 예능프로그램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데 있다. 이는 바로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흡인력 있는 스토리 라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바라던 바다>의 가장 큰 실수는 여러 가지 콘셉트를 한 프로그램안에 담으려다가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데 있다. 라이브바라는 배경에 맞춰서 출연자들간의 상호 팀워크와 자연스러운 성장담에 주력한다거나, 음악과 공연 위주의 감성 힐링에 초점을 맞춘다거나, 혹은 손님들의 다양한 사연과 반응에 집중한다거나, 즉 관전포인트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라던 바다>는 방영 종반부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방향성이 모호하다. 음악과 공연이 메인이라고 보기에는 초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던 회차도 많았고, 예능이라고 하기에는 분위기가 지나치게 정적이고 단조롭다. 멤버들은 각자 노래건 요리건 자기 할 일은 열심히 하고 팀워크가 화기애애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정작 시청자의 시선에서는 그저 개인플레이로만 비칠뿐 출연자들간에 어우러지는 '케미'는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바라던 바다>에서 아쉬운 것은 배우들의 애매한 역할이다. 최근 예능에서 배우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예능을 통하여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와는 또다른 배우들의 진솔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있다.

뮤지션들은 최소한 공연파트에서는 자신들의 매력과 존재감을 어필하는데 비하여, 배우 이동욱-김고은-이지아는 사실상 프로그램의 서사를 적극적으로 주도하지 못한다. 공연 파트가 시작되면 관객과 다를 바 없는 리액션을 보며줄뿐 존재감이 희미해진다. 

<바라던 바다>의 지난 17일 방송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단점인 감성과 스토리 사이의 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 회차이기도 했다. 선우정아의 소울풀한 보컬이 중심이 된 초반 30분의 라이브 공연은 <바라던 바다>의 그간 회차중에서도 가장 감성적인 몰입도가 높았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공연이 방송 중간에 끝나버리고, 그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곧바로 다음 낮 영업 준비로 장면이 전환된다. 훌륭한 공연의 퀄리티와 대비되는 편집과 연출력의 부재였다.

출연자들간의 진솔하고 감성적인 토크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더 이끌어낼 법도 한데, 생뚱맞은 낚시나 요리 준비 장면이 이어져 같은 회차임에도 다른 줄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후반부에 또다시 길게 이어지는 공연 장면도 전반부의 감동 이상을 주지는 못했다. 가장 중요한 관객들의 역할이란 그저 멤버들이 마련한 무대와 요리에 한없이 만족하고 있다는 리액션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난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대의 감동, 참여한 관객들의 반응이나 감정을 TV밖 시청자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공감대가 부족하다 보니, 현장의 반응이 정말로 좋았다고 해도 그들만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갖췄다고 해도 요리사와 레시피에 따라 맛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바라던 바다>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바라던바다 선우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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