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의 한 장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앨범 몇 장을 내놓고 홀연히 퇴장하지도 않았고, 불꽃처럼 살다가 요절하지도 않았다. 1970년대 초 등장한 이래 장장 50년간 꾸준히 음반을 발매해 온 밴드, '스파크스'의 이야기가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론 맬과 러셀 맬이 1971년 결성한 미국 밴드'. 위키백과 같은 국내 어지간한 사이트에서 이들을 소개할 때 이렇게 단 몇 줄로 갈음하곤 한다. 밴드명은 '불꽃'인데 희미하고 미약하게 활동해서일까. 다큐멘터리 영화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는 그런 우리의 식견에 말 그대로 불꽃 같은 충격을 주는 작품으로 남기 충분할 것이다.
밴드 멤버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두 사람은 친형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뒤 각각 키보드와 보컬 역할로 하프넬슨(Halfnels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뒤 현재까지 무려 25장의 정규 앨범을 내놓으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스파크스를 좀 더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라는 수식어에 동의할 것이다. 아직 전자 팝이 나오기도 전인 1980년대에 이들은 신디사이저와 전자음을 이용한 노래를 만들어 불렀고, 무대에서 공연하고 팬들의 박수에 반응하는 퍼포먼스가 아닌 자신들을 이미지화시켜 대중에 소개할 줄 아는 영리함 또한 있었다. 록밴드 롤링 스톤즈, 레드 제플린 등은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영향받은 뮤지션으로 스파크스를 언급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인물 조명 다큐멘터리가 그렇듯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 또한 연대기적 구성으로 이들을 소개한다. 25장의 앨범을 순차적으로 소개하며 그 앨범에 얽힌 이들의 일화를 하나씩 쌓아가는 구조다. 흥미로운 건 론과 러셀의 인터뷰보다 이들과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 혹은 이들을 기억하는 뮤지션이나 일반 팬 심지어 배우나 유명인사들의 출연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전위적인 이들의 음악을 배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놓는 증언들을 보고 듣다 보면 스파크스라는 밴드가 보통의 삶에 가장 맞닿아 있고, 그 삶을 사는 것 자체가 굉장히 숭고한 기적임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예술가 특히 음악가들에게 갖는 선입견을 이들에게도 적용하면 오산이다. 물론 두 사람 또한 독특한 구석이 있고, 심지어 무대에서 '괴랄한' 모습도 보였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들을 누구보다 친절했고, 예의 바른 뮤지션으로 증언한다.
영화엔 우리가 아는 배우나 뮤지션들도 나온다. 밴드 고고스, 펫 샵 보이즈, 푸 파이터즈, 그리고 프란츠 퍼디난드 등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각 부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이들이 스파크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을 모은다. "영감을 주었고, 현대 록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존재"라고. 심지어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는 자신의 공연에서 스파크스의 퍼포먼스를 흉내내며 직접적으로 헌정했다. 영국 유명 팝 프로그램에 스파크스가 처음 출연했을 때 비틀즈의 존 레논이 멤버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엄청난 밴드가 등장했다"고 열광한 건 영미권 뮤지션들 사이에선 유명한 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