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과감한 결정이 나름 빛을 보고 있다. 250억 원의 총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로 제작비 회수 부담이 커 보였던 <모가디슈>가 개봉 3주 차에 185만 누적관객을 기록하며 흥행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중재로 제작비 절반가량이 배급사에 지원되기에 사실상 70만 이상만 더 들면 손익분기점은 넘기게 됐다.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 내심 더 개봉을 미뤄볼 수도 있었지만 류승완 감독은 "다들 미루고 그렇게 되면 나중에 서로 갉아먹는 경쟁이 될 텐데 그게 너무 싫다"며 "지금 상황에서 영화를 봐주시는 분들은 분명 영화를 아끼는 분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감사드린다"는 소회부터 전했다.
1990년 초,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로 파견된 남한과 북한 대사관 사람들의 처절한 탈출기. 영화는 이렇게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 사건을 극화한 결과물로 배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김재화, 정만식 등이 출연했다. 10일 류승완 감독을 온라인으로 만나 영화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었다.
<모가디슈> 대하는 감독의 자세
남북 UN 동시 가입이라는 사실 이전에 양국은 약소국의 설움을 느껴야 했다. 소말리아 내전 상황에서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은 모두 비교적 안전하게 자국민을 탈출시켰는데 한국과 북한은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해야 했다. 영화는 냉전 상황이던 양국의 정치적 상황은 배제하고 마음으로 서로를 끌어안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관점에 따라 이 이야기는 국가와 개인, 이념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고, 휴머니즘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소재 자체가 너무나 거대하다. 좋은 소재일수록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걸 배워왔기에 흔들리지 말고 인물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거대한 얘길 거대하게 표현하기보단, 관객들이 그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버텼을지 상상하게 하고 싶었다. 국가나 이념에 초점 맞추기 시작하면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스펙터클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저라고 손익분기점이 큰 영화를 하고 싶겠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산이 커진 거지, 예산이 큰 영화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고충과 장점이 다 있더라. 절 보고 천만 감독이다, 블록버스터 감독이다라고 하시는데, 그런 수식어에 거부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지 말라 할 수도 없고(웃음)."
일제 강제 징용 노동자를 조명한 <군함도> 이후 류승완 감독은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대규모 인물 등장 장면, 심도가 깊은 장면 연출 등에서 노하우를 쌓았기에 <모가디슈>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두 영화 모두 '탈출'과 '근현대사'라는 공통 키워드가 있다. 류승완 감독은 역사를 재해석하고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며 관객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를 최근까지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